신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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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음의 손에서 대검이 울렸다. 그는 천대왕을 향해 그것을 휘둘렀다. 하지만 천대왕은 재빠르게 피했다. 월음은 천대왕을 노려보았다. "아하하하하~!" 천대왕의 웃음소리에 병사들도 같이 웃었다. 그들이 보기에, 월음은 웃음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음은 그들을 무시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폐하....이대로 가면, 예의를 지키기 어려울 것 같아." "월광군, 그 말은 무슨 뜻이냐? 나를 죽일 생각이냐?"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을 거야." 월음의 분노는 점점 더 커져갔다. 그는 천대왕을 향해 다시금 대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이번에는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번에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월음은 천대왕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다며 자신에 맹세했다. 다시 한번, 그는 모든 힘을 손끝에 집중하고 천대왕에게 대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러나 천대왕은 거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갔다. 또 한번, 월음은 검을 휘둘렀지만, 천대왕은 빠르게 장검을 꺼내 맞서 싸웠다. 치잉~ 치잉~ 챙!챙! 검과 검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간득 채웠다. 그들의 치열한 싸뭉을 지켜보던 병사가 관음여신에게 다다가더니 조심스레 물었다. "관음마마, 우린 도와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야, 지금은 끼어들지 않는 것이 나을 거야." 관음여신은 미소를 지으며 은은하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상황에 비해 너무나도 평혼했다. 그녀는 천대왕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 도리어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하고 있었다. "네!?" 병사는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가만히 있으렴. 이건 우리가 간섭할 일이 아니야." "네, 알겠습니다!" 궁중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두신. 그들의 움직임은 눈에 잡힐 정도로 빠르게 화려했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화랑의 얼굴은 불안감으로 뒤틀렸다. 그가 거정하는 것은 여기가 전쟁로 변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아니었다. 월음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동휘의 안전이었다. 화랑은 무릎을 꿇고 동휘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그리고는 해조를 빠르게 살펴보며 말했다. "동휘를 신생공수로 데리러 가자..... 동휘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선 필요한 절차야." 화랑의 말에 동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돼...절대로!! 월음과 함께 있어야 해-" "휘야......지금 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할 것이야." 동휘의 눈동자가 더욱 커졌다. "해조. 시간이 없소! 독이 더 퍼지고 있어!" 동휘는 기침을 하며 약한 목소리로 화랑에게 말했다. "화랑아....." 그는 월음과 분리되고 싶진 않았다. 월음과 함께 있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 동휘의 의미였기 때문이다. 지금이야말로 월음과 함께 있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가 월음을 버리고 가면 어떻게 될지 두려움에 떨었다. 그럼에도 동휘는 계속해서 반대했다. 화랑은 분노에 차서 턱을 떨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 건가, 내 명령을 따르라고!!" 동휘는 화랑의 분노에 놀라 말을 잃었다. 월음과 함께 오월국에 가고 싶었지만, 만약 천대왕에게 패한다면 그들의 재회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커졌다. 해조는 동휘를 안고 일어났다. 그리고 동휘의 갈색 눈을 바라보며 위로했다. "동휘야, 너무 절망하지월음은 반드시 이길 거야. 우리 신생공수로 가보자." 동휘의 마음속은 시간이 빨리 가기를 바르는 소망으로 가득 찼다. 그들 앞불확실한 미래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여기에 머무는 것이 월음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동휘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해조와 함께 신생공수로 가기로 결정했다. 갑자기 하늘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천둥과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기로운 외침을 던져왔다. 쿵!! 화랑은 눈을 끔벅이며 하늘을 올려다 봤다. 하늘에서는 월음이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화랑의 얼굴은 순식간에 파랗게 질려, 두려움에 짓눌렸다. 갑자기, 월음의 손 안의 뭔가가 떨어뜨렸다. 땅에 무수히 흩어지는 순간, 화랑의 눈이 놀라운 속도로 커져갔다. 화랑의 거대해진 눈동자 속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그의 시선은 떨어뜨린 물체를 집중적으로 쫓아갔다. 천대왕의 신체가 떨어진 뒤, 검 옆면을 타고 흘러내린 황금 액체가 땅에 뚝뚝 떨어졌다. 이 충격에 취해 모든 신들은 굳어버렸다. 월음, 한때 신들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아왔던 현명하고 슬기로운 마법 신이 이제 천계의 반역자로 몰렸다. 그는 반역자로 몰린 채 운불비천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해야 했다. 그의 손에는 천대왕의 머리가 꽉 쥐어져 있었다. 이제 그는 그저 하잘것없는 존재로 보였다. 천대왕의 머리를 마치 길가에 떨어진 돌멩이처럼 땅을 향해 힘껏 던졌다. "월광군!!!" 뒤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던 신관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뒤돌아보자마자 신관의 고함이 포효로 변했다. "방금 제일 큰 죄를 짓고도 모르시다니?!" 이 말은 실혼사막에 있던 모든 신들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압니다." 월음은 무표정하게 신관을 내려다보며 담백하게 대답했다. 그는 다시 동휘를 향해 걸어가려던 찰나, 신관의 장검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월자, 지금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그의 목에 장검을 들이대며 신관은 천천히 그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칼을 내려놓으세요." 그러나 신관은 월음을 죽이려 장검을 휘두르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겼다. 월음을 보호하려는 듯 화랑이 두 팔을 크게 움직였다. 한순간에 월음을 둘러싼 붉은 빛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져, 모든 공격을 떨쳐낸 방어막으로 변했다. *** 깊은 어둠 속의 동굴은 그 어둠만큼이나 두텁고 짙은 침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빽빽한 안개에 싸여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습기 찬 공기가 그 안개를 더욱 더 두껍게 만들었다. "이제...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동휘의 목소리가 힘겹게 동굴을 가득 채웠다. 해조의 손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며 떨고 있었다. 손바닥에서 불빛이 깜빡이며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참아봐, 동휘야. 곧 도착할 것이야." 해조는 부드럽게 동휘를 안았다. 그의 팔은 동휘의 허리를 감싸며 안정을 주려 했다. 동굴 안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그 바람과 함께 시간도 흘러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신생공수라 불리는 신비로운 장소였다. 동굴 속의 거대한 못 가운데에는 바위 위에 벚꽃이 하얗게 빛나며 활짝 피어 있었다. 동휘의 시선이 그곳으로 옮겨갔다. 그의 눈빛은 낙화하는 벚꽃에 빠져 있었다. "...예쁜....데.." 동휘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의 몸에는 독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었다. "말하지 마, 동휘야. 함께 걸어가자." 해조의 목소리에는 미안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그들은 동굴 안의 못을 건너는 징검다리를 밟았다. 그러나 동휘는 갑자기 어지러워져 못에 빠질 뻔했다. "동휘야..." 해조의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다시 동휘를 팔에 안고, 징검다리를 건너는 데 모든 힘을 집중했다. 벚꽃나무 아래, 작은 천이 있었다. 물결이 반짝이며 거렸다. "이것이 신생공수야.." 해조는 깊이 숨을 쉬며 말했다. "신생공수....가 뭐예요?" 동휘는 물었다. "이것은 신의 기운을 인간에게 주는 물이야... 이 물을 마시면-" "신이 되는 거네.." 동휘가 말을 끝마쳤다. "하지만...저는 신이 되고 싶지 않아요." 동휘는 기침을 하며 말했다. 해조는 동휘를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지금은 죽어가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잖아?" "해조..." "말하지 말란 말이야..." 해조가 반박했다. 동휘는 다시 기침을 하며 피를 뱉었다. "동휘야!" 해조는 당황하여 소리쳤다. 동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이건 진짜로." 해조는 분노와 걱정이 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러나 이제는 동휘의 고집을 뿌리치는데 더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해조는 동휘의 머리를 살짝 들어 그의 입술이 물에 닿게 했다. 그 순간... 그림자 속에서 서서히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존재. 이 존재의 머리에서 일곱 개 갈래진 뿔이 나타났다. 뾰족한 귀가 솟구치고 등을 구부리면서 큰 혹 위로는 눈과 털이 돋았다. 노릇노릇한 그의 두 눈은 사람을 꿰뚫을 듯이 빤히 빛났고, 기나긴 손톱과 이빨은 그의 무시무시한 모습을 완성했다. 동휘를 향해 침을 흘리면서 턱 아래를 헐었다. 불썽나운 모습이 누군가를 구역질나게 할만큼 혐오스러웠다. 한 걸음씩 다가가는 그의 으러렁거리는 소리에는 심장마비를 일으킬 만큼의 공포가 깃들어 있었다. 그런 참혹한 광경을 목격한 해조는 한순간에 손짓을 멈추었다. 은빛 광명이 사방을 퍼트리며 두 사람을 에워싸고 힘의 장이 되었다. 해조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혈귀다...: 혈귀는 명사림에 지내는 요괴로 밤중에 불쌍한 존재를 잡아 피를 빨아들인다. 신들에게는 무해하지만 인간에게는 그저 한 발톱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었다. 발톱 끝에 담긴 유독한 액체는 상처에 침투해 마비를 일으키며, 최악의 경우에는 죽음을 초래하기도 했다.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지?" 해조는 주머니에서 작은 부적을 꺼내는 순간 혈귀가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이 부적에는 혈귀속결 (****)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것이 혈귀를 마비시키는 비밀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해조는 동휘를 향해 고개를 돌려 물을 먹여주었다. "조금이라도 먹으면 꼭 회복될 거야. 작은 나비야." 동휘는 해조의 손에서 쏟아지는 물을 마시며 약간의 힘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너무 많이 마시지는 않았다. 신이 될 정도로 물을 쏟아마시는 건 아니었으니까. 서서히 몸을 일으킨 동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해조를 내려다보며 다시 두려움에 잠긴 눈빛을 던졌다. "해, 해, 해조...." 떨리는 목소리로 해조 뒤에 서 있는 괴물을 가리켜 경고했다. 혈귀의 압도적인 힘에 맞서지 못해, 결국 힘의 장은 무너졌다. 마치 한 동물의 깃털처럼 해조의 온몸을 돌벽에 내던졌다. 그러고서는 동휘의 가늘고 연약한 목을 두 손으로 잡았다. 동휘와 눈이 마주치며,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길다란 앙상한 손가락으로 동휘의 목을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 동휘는 숨을 쉴 수 없어서 쿨룩쿨룩하는 소리를 내며 기침을 했다. 동휘의 고통스러운 모습을 보며 얼굴에 미소를 띠던 혈귀. 이 허약하고 곱디고운 녀석의 피를 빨아보면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하며, 입술을 혀로 축였다. 혈귀의 입에서는 시큰한 입냄새와 몸에서 나는 체취가 강하게 풍겨 나왔다. 동휘는 혈귀의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으...으...으..." 동휘의 목소리는 약하게 떨렸다. "월세자부의 피를 빨아보면 어떤 맛일지 궁금해. 흐...흐...흐.." 혈귀는 역겹게 웃으며 동휘의 얼굴을 핥았다. "으...으..응!!" 동휘는 혈귀에게서 벗어나려는 소리를 냈다. 그러나 혈귀는 동휘를 돌벽에 더 세게 밀어붙였다. 이제 도망갈 수도 없었다. 다른 쪽에서 해조가 아직도 의식을 잃은 채로 누워있었다. 이런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동휘의 목덜미를 핥으며 침을 흘렸다. 동휘는 갑자기 용기를 내어 혈귀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혈귀는 놀라며 눈을 크게 뜨고, 동휘를 호통하는 도중에 발톱으로 동휘의 목을 할퀴며 고함을 쳤다. "아!...으으!!!" 동휘는 고통스런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으으으으!!!" 동휘의 신음소리에 황조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칼을 뽑아 혈귀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 쓩~ 정검이 혈귀의 심장에 깊게 박혔다. 혈귀가 동휘와 함께 바닥에 떨어졌다. 동휘는 독이 몸을 타고 퍼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는 몸의 감각이 점점 둔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는 계속해서 기침하며 눈을 뒤집어쓰고 정신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동휘는 이런 상태로 죽게 될 줄 몰랐다. '내가 이렇게 죽으면 안 돼...' 그러나 독의 힘에는 이길 수 없었다. 그는 눈을 감았다. "동휘야..., 꼭 눈을 떠봐!" 해조의 목소리는 당황과 공포, 그리고 절망에 차 있었다. 이렇게 쓰러진 동휘를 보며, 그는 초조함과 죄책감에 빠져들었다. 월음이 이런 상황을 목격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그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생각의 끈을 잃을 뻔했다. "동휘야..., 꼭 눈을 떠봐! 내 말을 듣고 있니 아,아니야?" 눈에 눈물이 고이며, 그는 힘없이 쓰러진 동휘를 바라보았다. 두 줄기의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황조는 동휘를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하려 했다. 수 많은 주문을 외워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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