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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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이번 네 스무 번째 생일은 라비에르에서 보내기로 했다.” “내 생일을요? 갑자기 왜요…?” “거래처 사람들을 만나는 겸, 너의 생일도 축하할 겸. 너도 벌써 성인이잖니.” “저는 안 가면 안 되나요?” 유리의 시선이 다시 아래로 향했다. “안 돼.” 서류를 탁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 유리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장은 빨리 대답했다. “아니요… 그렇지만 전 혼자…” 혼자인 게 더 편했다. 이 넓은 집에서는 늘 줄곧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왔었다. 누군가와 함께 있다 다시 공허해지는 게 싫었다.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는 벽에 부딪혀 집 안을 따듯하고 간지럽게 만들어낸다. 두꺼운 벽은 웃음소리를 머금고 있어 그들이 가버린 텅 빈 방에서 희미한 웃음소리가 옅게 퍼진다. 애초에 요즘엔 누군가의 웃음소리를 들어본 적도 없지만… 엄마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 밖으로 나갔을 때, 아빠와 관계 또한 서먹해졌다. 서로 입을 열지 않을수록 마음도 열리지 않았다. 엄마가 문을 열고 나간 검은 대문은 언젠가부터 굳게 닫혀 나갈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이 주택이 유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전부가 되어버린 게… 유리는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했다. 그녀의 손에는 미처 지우지 못한 흑연이 묻어 있었다. 손날에 묻은 흑연을 보자 아빠의 눈길이 더 차가워졌다. “그림 그렸니?” 한순간, 방 안의 공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매서운 시선은 모든 것을 얼게 만들었다. 유리의 숨도 규칙적이게 움직이던 시계의 분침도 한 순간 멎어갔다. “네? 아니오…” “그럼 그 손날에 묻은 건 뭐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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