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교육은 학교를 위해서만 있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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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시 카펜터 양, 그리고 당신의 자녀들인 로건 카펜터 주니어 군, 데이튼 카펜터 군, 테디 카펜터 양을 뉴욕 맨해튼에서 열리는 카펜터 가문의 연례 크리스마스 행사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어젯밤 이 망할 편지를 열어본 순간부터 이 말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 이후로 온갖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처음에는 가족의 연례 크리스마스 행사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화가 났다. 일 년 중 가장 마법 같고 행복한 시간을 루카와 딜런 옆에서 보내고 싶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그들의 뻔뻔함에 믿을 수가 없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나는 새 삶을 살며 행복하지만, 그 두 놈에 대한 분노와 씁쓸함은 여전히 남아 있다. 조부모님이 어떻게 내가 사는 곳을 알아내서 이 초대장을 보냈는지 생각하다가 혼란스러웠고, 할아버지가 내 아이들과 나에 대해 제가 불편할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공황 발작을 일으킬 뻔했다. 이렇게 느낀 이유 중 하나는 초대장에 아이들과 내 이름이 공식적인 법적 이름인 '라이트'가 아닌 '카펜터'로 적혀 있었고, 또한 내 이전 이름이 각각의 이름에 대문자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할아버지가 내가 이름을 바꾼 것을 알고 있으며, 내가 원하는 대로 이름을 바꿔도 나는 항상 카펜터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것 같았다. 또 다른 이유는 이 편지가 우편으로 보내졌다는 사실 때문인데,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때는 봉투에 유효한 주소와 우표가 있어야만 우편을 보낼 수 있었다. 즉, 할아버지는 내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것은 할아버지가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이러는 건지이다. 또한, 그들이 내 아이들에 대해 알고 있는데, 이건 말이 안 된다. 왜냐하면 내 이전 삶에서 내 아이들에 대해 아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고, 그녀는 나의 가족에게 아이들에 대해 말하지 않았을 테니까. 지금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서 데리러 가는 길인데, 아이들의 귀여운 얼굴을 어서 보고 싶다. 우리 아이들은 내가 우울하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 저를 웃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고, 아이들을 보면 금방 다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거라는 걸 안다. 차를 주차하고 내려서 아이들이 나오는 입구 쪽으로 향했다. 평소 같으면 기다리는 동안 다른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겠지만,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어서 혼자 서서 기다렸다. 안타깝게도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는 부유한 남편을 두고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자신들이 여기 있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세 명의 오만하고 거만한 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사람들을 깔보고 판단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오늘은 내가 그들의 표적이 된 것 같다. 이런. "얘들아, 저기 모자에 털 달린 검은 코트 입은 여자 보여?" "빨간 스카프 맨 여자?" "응, 걔도 애 아빠 없는 애 엄마야." 대장 격인 여자가 말하자 나머지 두 명이 숨을 들이쉬었다. "끔찍하지 않아? 저런 천박한 것들은 애 낳기 전에 자기 애들이 아빠 없이 자라는 게 어떤 기분일지, 그리고 톰, 딕, 해리한테 다리 벌리기 전에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해." "맞아. 걔는 자기 애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걸." "저런 여자들은 임신하면 안 돼.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는 불쌍하잖아." 그만 좀 하지. 나는 샌더슨 자매들에게 걸어갔다. 그들은 웃고 떠드느라 내가 앞에 서 있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고, 내가 앞에 서자 그제야 가식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시, 안녕? 별 일 없지?" "어, 잘 지냈지. 적어도 너희 세 명의 수다쟁이들이 나랑 내 아이들 얘기하는 걸 듣기 전까지는." 나는 그들처럼 가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레이시, 우리 수다 떤 거 아니야. 그냥 세쌍둥이 아빠를 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을 뿐이야. 아직 같이 살아?" 우두머리 악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물었고, 나는 비웃었다. 이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줄 시간이야. "사실 그는 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 전사했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모두 경악하며 숨을 들이쉬었다. "세상에." "정말 유감이야." "정말? 믿을 수가 없어. 진짜야?" 그들은 모두 진심으로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듯 물었다. "아니, 사실이 아니야. 하지만 이 세상에는 남편이 죽었거나, 아니면 일 때문에 출장 중이어서 아이 아빠가 없는 싱글맘들이 많아. 그런데 너희 세 명처럼 남편을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아이 아빠가 없다고 생각하고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들 때문에 싱글맘들은 괴로워할 필요가 없어." 내 말을 듣더니 그 세 명의 보톡스로 잔뜩 부풀어 오른 얼굴에 죄책감이 스치는 것 같았다. "이제 내 질문에 답해 봐. 만약 내 아이 아빠가 진짜 군인이었고 이 나라를 지키다가 죽었는데, 너희가 여기 학교 운동장에서 아빠가 죽은 세 명의 무고한 아이들에 대해 수군거리고, 어린아이들이 그걸 듣고 아이들을 놀린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 "미…미안해." 으, 그 단어 정말 싫다. "미안하다는 말은 그냥 말일 뿐이야. 다음부터는 말하기 전에 생각해. 말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특히 문맥에서 벗어나면 삶을 망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는 입을 열기 전에 머리를 써야 한다는 걸 명심해. 알겠어?" 내가 경고하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학교 종이 울리자 나는 그곳을 떠났다. 세 아이가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언제나처럼 테디는 두 오빠 사이에 쏙 들어가 있었다. 로건과 데이튼은 항상 여동생을 과잉보호하며 어떤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하게 지켜주었다. "엄마!" 아이들은 나에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얘들아, 오늘 잘 지냈어?"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준 후 물었다. "응, 엄마… 어, 있잖아." "뭔데, 사랑하는 내 딸?" "어떤…" 테디가 말을 시작했는데 다른 엄마 중 한 명이 끼어들었다. "실례합니다, 라이트 씨." "네." 나는 일어서서 내 앞에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훌륭한 아이들을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아, 어… 감사합니다." 나는 당황하며 말했다. 내 아이들이 훌륭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여자가 왜 나에게 감사하다고 하는지 혼란스러웠다. "저는 엘리야 엄마 티파니예요. 오늘 엘리야가 자폐증 때문에 다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나쁜 놈들. "하지만 오늘 당신의 아이들이 엘리야를 위해 나서서 괴롭히는 아이들로부터 보호해 줬어요." "정말이야?" 나는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세 아이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응, 엄마. 그리고 우리는 그 아이들에게 괴롭히는 건 나쁘고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어. 특히 엘리야 같은 아이를 괴롭히면 안 된다고 했지. 엘리야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지 몰라도 그게 잘못된 건 아니라고 말이야." 테디가 말하자 티파니는 테디에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테디. 넌 정말 멋진 아이야." "감사합니다." 테디가 감사 인사를 전하자 티파니는 다시 나를 쳐다봤다. "아이들에게 감사드리고, 이렇게 사랑스럽고 사려 깊은 아이들을 키워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어요. 자녀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모든 부모의 악몽이지만, 자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경우 그 두려움은 더욱 커지죠." 티파니는 웃으며 말했는데, 로건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왜 내 아들을 그렇게 쳐다보는 거지? "천만에요, 티파니." "어쨌든 저는 가봐야겠어요. 다음에 봐요. 엘리야, 인사해야지." 엘리야는 우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티파니와 엘리야는 입구 중 하나를 통해 학교 운동장을 떠났고, 우리는 내 차에 가장 가까운 입구를 통해 나갔다. "꼬마 슈퍼히어로들, 차에 타서 안전벨트 매." "알았어, 엄마." 아이들은 내가 아이들의 가방과 도시락을 차 트렁크에 넣는 동안 합창하듯 말했다. 내가 문을 닫고 있는데 차 한 대가 내 옆을 지나갔고, 차 안에서 낯익은 사람을 보자 심장이 거의 멈출 뻔했다. 말도 안 돼, 그가 왜 런던에 있지? "엄마, 이제 갈 수 있어? 배고파." 데이튼의 목소리가 나를 충격에서 깨어나게 했다. "그래, 얘야. 지금 갈게." 내가 본 사람에 대한 생각을 재빨리 잊고 그냥 그 사람과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차에 타서 집으로 돌아갔다. "엄마, 저녁으로 맥도날드 먹어도 돼?" "그래, 오랜만에 먹자." 그 때 내 전화벨이 울렸고, 제일 친한 친구 카멜라라는 것을 알고 미소를 지었다. "여보세요, 카멜라." 블루투스를 사용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레이시. 내 예쁜 베프랑 사랑스러운 우리 아기들은 잘 지내?" "잘 지내. 너랑 가족들은 어때?" "우리 모두 잘 지내. 우리 엄마 빼고." "왜? 엄마 왜 그래?" 내가 묻자 카멜라가 신음 소리를 냈다. "집에 안 돌아간다고 삐졌어. 베프가 돌아가기로 결정하면 나도 돌아간다고 했거든." "그건 아마 절대 없을 거라는 거 알잖아?" "응, 알아." 카멜라가 높은 목소리로 말하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카멜라는 내가 런던으로 이사 온 지 몇 주 후에 나를 따라왔고, 그 이후로 나와 함께 지내면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것뿐만 아니라 내 조수로서 일도 도와주고 있다. 카멜라의 가족은 카멜라의 결정에 불만이었고, 카멜라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딜런 테이트 그 자식이 자기 성 정체성 가지고 장난치면서 내 베프 갖고 노는 꼴 못 봐. 나 런던 갈 거고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근데 너 언제 런던으로 돌아와? 사촌 결혼식 때문에 며칠만 집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 "야, 우리 엄마가 내 여권 숨겨 놓은 거 찾으면 돌아갈게." 카멜라가 말하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너희 엄마 진짜 제정신 아니야." "두 번 말하게 하네." 카멜라가 엄마에게서 여권을 돌려받으러 가야 해서 몇 분 동안만 통화했다. 카멜라 엄마가 여권을 너무 오래 숨겨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베프가 빨리 돌아와야 하는데. 아이들과 저는 카멜라가 너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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