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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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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안 가요." "린아! 왜 넌 나랑 같이 가는 게 안 되는 건데?" 이미 예정돼 있던 2년이란 시간이 지나고 주원은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어요. 그럼에도 만났던 거고, 사랑했던 거였어요. 떨어져 있는다고 우리 사랑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녀가 야속했다. 마치 저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난 그렇게는 못해! 그럴거면 차라리 헤어져. 너는 처음부터 준비했을 테니 아플 것도 없겠네." "그래요. 그럼." 그게 마지막 이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만난 두 사람. 그들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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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다시 만나다
 "헉헉헉! 린아!"   캐나다 벤쿠버 공항에서의 입국심사가 끝나기 무섭게 주원은 미친듯이 빅토리아행 탑승구를 향해 뛰었다. 혹시 같은 이름은 아닐까? 내가 찾는 린이 아니면 어떡할까? 꿈속에서도 잊을 수 없는 그 이름을 본 그날 이후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조바심이 났고, 설렜고, 동시에 두려웠다. 내가 찾는 그녀가 아닐까봐. 그랬는데... 거짓말처럼 제 앞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린아!"   설마 환청을 듣기라도 한 걸까? 하지만, 분명 린의 귀에 들린건 그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왜? 그 사람이 여기에 있는 걸까? 달콤하고 한없이 따뜻했던 사람. 제게 뜨거운 사랑을 속삭였던, 또 차가운 이별을 고했던 그 사람.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제 머릿속에서 지워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제 앞에 그림자를 드리운 채 서 있는 저 구두의 주인공일테다.   두려웠다. 그를 마주 보기가.  겁이났다. 괜한 꿈을 꿀까봐.  무서웠다. 다시 흔들리게 될까봐.   "린아!"  떨리는 주원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제 이름을 불렀다. 마음을 다 잡아야 했다. 표정을 지우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5년 전, 그렇게 헤어졌던 주원이 제 앞에 서 있었다.  알듯 말듯한 표정을 하고서. 그 어느때 보다 깊어진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이에요."   거짓된 미소를 지어보이며 인사를 건넸다.   "다행이다. 이렇게 만나게 돼서. 혹시라도 너가 아닐까봐. 많이 무서웠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주원의 얼굴 위로 한 줄기 안도감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해요. 제가 지금 기다리는 분이 계셔서 오랫동안 인사는 못 나눌 것 같아요. 좋은 여행 되세요."   더는 이대로 그 사람 앞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이를 악물고 간신히 참고는 있었지만 언제 눈물이 흘러내릴지 모를 일이었다. 그저 피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제 옆에 있는 서류뭉치가 든 가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린아! 지금 네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 나야!"   "뭐...라고요? 제가 기다리는 사람은 권ㅈ"  "권준혁 교수님 일행이야."  흔들리는 눈동자를 미처 숨기지 못한 채 주원을 올려다 봤다.   "지금 네가 기다리고 있는 사람, 나라고!"   그 특유의 환한웃음을 지으며 주원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수가! 한 달 전, 그림슨 교수가 연구실로 잠시 저를 호출 했었다. 빅토리아에서 열릴 이번 내과 학회에서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논문과 관련해 꽤 도움이 될 만한 연구결과가 발표될 거라며 한국의 한 의대교수의 통역자격으로 참석을 해 달라 부탁해 왔었다. 지난 5년동안 가끔 해 왔던 일이기도 했고, 마침 자신이 쓰고 있는 관련 연구논문 주제에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임에 분명했다. 선뜻 하겠노라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 그게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였다. 그랬는데... 여기서 그를 다시 만나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   "어! 최교수!"   저 멀리서 주원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권 교수님!"   "이 사람. 조금만 기다려 주지. 아, 이 분이 캐서린 선생님? 아이고 반갑습니다. 고생 좀 부탁합니다."   사람좋은 표정의 준혁이 린을 보고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권준혁 교수님! 캐서린 스테판슨입니다."   "그림슨 교수님이 엄청난 수재라고 자랑이 대단하셨어요. 여기서 나고 자랐다면서요?"   "아... 네. 그림슨 교수님 말씀은 과찬이세요."   "하하하. 그럴리가요? 그림슨 교수 빈말 없는 사람인 거 잘 압니다. 벌써 두 사람은 인사 나눈 모양이네요.최교수랑은 같이 근무했던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었던 모양이에요. 나 화장실 다녀오는 것도 못 참고 먼저 간다며 가 버렸지 뭡니까. 하하하."   준혁이 자신이 늦은 이유를 말하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최교수님 병원에서 수련하실 때 같이 했었습니다. 장시간 비행하시느라 힘들진 않으셨어요?"   주원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최대한 담백한 사실만으로 대답을 했다.   "하하하. 덕분에 여행 아닌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다행이에요. 여기에서 비행시간은 30분이 조금 넘을 거에요."   한 발자국 떨어진 자리에 서서 환하게 웃으며 준혁과 대화를 나누는 린을 바라봤다. 제게는 한 조각의 엷은 미소조차 보여주지 않더니... 씁쓸했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이렇게 눈 앞에서 볼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지금은 충분히 행복했다. 이렇게 눈 앞에서 바라 볼 수도, 저 목소리 조차도 들을 수도 없었던 시간. 수천 번도 후회하고, 또 후회했던 그 시간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이제 다시 시작하면 되는 걸 테니까. 환하게 웃는 린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   30분간의 짧은 비행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걸까? 제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숨이 막혀오는 듯 했다. 지워버리려 했지만, 결코 지울 수 없었던 그 날의 기억. 생각조차 않으려 했지만 그럴때면 더 생생하게 제 머릿속을 파고드는 5년전 그 날이 떠올랐다.  *****  5년전. 짙은 오렌지 빛깔의 아름다운 일몰이 잉글리쉬 베이의 수면 위로 천천히 떨어져 내리던 시간. 언제나 처럼 그와 함께였다. 평소와 다른게 있다면, 어쩌면 오늘이 잉글리쉬 베이에서 마지막으로 그와 함께하는 일몰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 그래서 많이 서글픈 날이었다. UBC 의대병원 레지던트 3년차였던 린과 소화기 내과 펠로우였던 주원. 두 사람은 사랑하는 연인이었다. 내일이면 주원은 가기 싫어도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지난 2년간의 해외연수와 맞바꾼 약속을 지켜야 할 시간. 죽기보다 싫었지만 더 이상은 이곳에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린아! 우리 같이 가자. 응?"   매번 물을 때마다 대답은 한결 같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난... 안 가요."   고집스레도 꺾이지 않는 대답이 돌아왔다.   "왜 넌 나랑 같이 가는 게 안 되는 건데?"   "말했잖아요. 난 그냥 여기가 좋아요. 지금까지 쌓아온 경력도 경력이지만, 비빌 언덕도 없는 곳으로 가고 싶진 않아요."   "내가 있잖아. 내가 네 비빌 언덕이 되어줄게. 네 옆에 항상 내가 있을 거잖아."   안타까웠다. 린을 두고 떠나고 싶지 않았다. 사랑하니까. 항상 함께 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었어요. 그럼에도 만났던 거고, 사랑했던 거였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다고 우리 사랑이 없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는 거 잖아.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가끔 만날 수도 있잖아. 천국과 지옥만큼의 거리도 아니고 1년에 한 번, 아니면 두 번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서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다시 올꺼라며? 그럼 그때 다시 함께 할 수 있잖아요? "   매몰차게 거절하는 그녀가 야속했다. 마치 저는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난 그렇게는 못해! 그럴거면 차라리 지금 헤어져. 힘들고 아파도 견뎌 볼 테니까. 너는 처음부터 나랑 헤어질 준비를 했을 테니까, 아플 것도 없겠네."   마음에도 없는 신랄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그 약속한 시간을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도저히 그 시간동안 그녀와 떨어져 있을 자신이 없었다. 이렇게 협박을 해서라도 린과 함께 가고 싶은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요. 그럼."   담담하게 내뱉은 린의 한 마디는 제 바람과는 너무도 달랐다.   "하아, 넌 진짜... 진짜 나랑... 헤어질 수 있는 거야? 너한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야? 그래?"   "..."   고집스레 제 발만 바라보고 서있는 린에게, 이럴 수 밖에 없는 저 자신에게 화가 치밀었다. 이런 줄 알았다면 해외연수 따위 지원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랬다면 널 만나지도 않았을 테고 널 두고 돌아가는 일 따윈 하지 않아도 됐을텐데. 그 모든게 후회됐다.   "그래. 후, 그럼 그러자. 우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 처럼... 그러자."   그렇게 돌아서 버렸다. 차가웠고 매몰찼다. 마치 가시덤불을 헤집고 나온 듯 여기저기 찢어지고 상처난 제 마음이 아파 그녀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가까스로 마음을 다잡고 제 입으로 내 뱉은 말을 되짚었다. 일초도 채 되지 않아 후회가 밀려왔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을 내뱉었을까. 하지만 자기혐오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잉글리시 베이가 끝나는 길, 그 길의 끝에서 다시 린을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미친듯이 달려갔다. 붙잡아야 했으니까. 좀 전에는 말이 헛나왔다고. 내가 잠시 미쳤었다고. 헤어지자는 말, 못 들은 걸로 해 달라고. 잊어 달라고. 린을 붙잡고 말해야 했다. 애원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달려가 닿은 곳. 그녀는 이미 떠난 후였다.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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