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참패
후에 여화는 줄곧 반복해서 생각했다.
‘만약 그때 내 칼이 더 빨랐다면, 조금만 더 빨랐다면 아마도 임해월을 이길 수 있었을 거야!’
그러면 대윤의 제일검객이라는 이름을 잃지 않았을 것이다. 부친에게 물려 받은 금도문주의 지위를 잃고, 또 모든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혼사를 놓치고, 결국 반쯤 목숨까지 잃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자로서 칼을 아끼는 것은, 아마도 그들 백씨 가문의 피 속에 깊이 숨겨진 숙명일 것이다. 여화는 칼을 연마하는 이해력이 아주 높았다. 또한 줄곧 자신의 칼에 대한 통제에 대해서 아주 오만하게 굴었다.
그러나 임해월의 경홍검에 연달아 두 번 대패하자, 더 이상 긍지와 자부심이 없게 되었다.
특히 두 번째 기주에서의 싸움에서 참패한 후, 무공에는 더 이상 발전이 없었고 강호의 모든 이가 다 아는 폐인이 되었다.
왜 폐인이라고 하는가? 두 번째 싸움에서 맞붙었을 때, 임해월이 경홍검으로 오른손의 힘줄을 끊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경홍검의 검기가 여화의 오른손 경맥을 파괴했고, 이때부터 오른손은 불구가 되어 더 이상 칼을 들 수 없게 되었다!
“미안해요, 언니!”
임해월은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그 자리에서 달려와 여화에게 사과했다. 금방이라도 울 듯한 조급한 모습이었다.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예요! 나도 생각지도 못했어요...”
‘이 여자가 이렇게 약할 줄은 몰랐는데?’
여화는 묵묵히 마음속에서 그 말을 이어받았다.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내리깔고 선혈이 팔을 따라 흘러내리는 것을 보았다. 피는 곧 은색 무늬 수를 놓은 천잠사 도포를 붉게 물들였다.
관객 모두 잠시 조용해졌다가 일제히 박수를 쳤다.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벗어나서, 강호에 처음 얼굴을 내민 이 아리따운 소녀가 향 하나가 탈 시간도 채 되지 않았는데,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금도' 백여화를 참패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대단한 자질을 갖춘 것이다!
초라하게 바닥에 앉은 여화는 차가운 눈으로 사람들이 그 여자에게 환호하고 찬탄하는 모습을 보았다. 예전에 사람들이 자신에게 환호할 때와 똑같았다.
그리고 훤칠하게 잘생긴 자신의 명목상의 약혼자 진양왕 계일봉을 보았다. 그러나 계일봉은 아쉬운 듯이 백여화를 한 번 보았을 뿐, 미련 없이 임해월에게 시선을 돌렸다. 눈빛에는 임해월에 대한 연모와 감상을 숨기지 않고 가득 드러냈다!
진양왕이 임해월을 좋아하게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쓸데없는 말이야. 저 여자처럼 아름답고 강한 여자를 누가 좋아하지 않겠어?’
여화는 이 혼사가 깨졌다는 것을 알았다.
청초하고 아리따운 소녀가 한 걸음씩 다가갔다. 백여화를 내려다보는 눈이 가늘어지면서 붉은 입술에서 가볍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천한 X.”
여화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정말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임해월의 악랄한 눈빛을 마주하면서, 여화의 마음은 조금씩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절대 실수가 아니야!’
‘이 소녀는 고의로 그런 거야!’
임해월이 표표히 무대 아래로 내려가자, 사람들이 둘러싸고 열렬히 환호했다.
누구의 인사도 받지 못한 채, 여화는 피를 흘리면서 혼자 조용히 떠나서 절명곡으로 갔다. 그리고 스승이 생전에 묻어두었던 소주 단지를 파낸 뒤, 혼자 사부의 묘 앞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하도록 마셨다.
‘사부님은 일찍이 ‘여화야, 너는 여자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오히려 선천적으로 검을 연습하기에 가장 적합해’ 라고 말씀하셨지.’
‘만약 내가 이렇게 강하지 않았다면, 임해월도 반드시 일부러 나를 적수로 뽑지 않았을 거야. 막 얼굴을 내민 임해월에는 바로 발판이 필요했어.’
‘그리고 내가 바로 그 적합한 발판이었어.’
“사부님.”
여화는 차가운 비석을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제자는 정말 쓸모가 없어요.”
한바탕 바람이 불면서 수많은 낙엽이 분분히 날렸다가 결국 모두 먼 곳에 떨어져서 또 다른 쓸쓸한 아름다움을 만들었다.
저녁 무렵이 되었을 때, 절명곡의 지평선에 갑자기 한 사람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