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수상한 교통사고

2037
도윤이 제사를 안 지내면 자기도 안 지내겠다고? 사람들은 당황한 듯 수군거렸다. "지금 저 남자 때문에 우리 가문을 배신한다는 거야?"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우진이 인상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LY에서 제사는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불효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제사를 지내지 않으면 정말 집안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제사는 지내고 싶지 않다고 지내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설아 씨, 전 괜찮으니 들어가세요. 여긴 제가 있을 곳이 아닌 것 같아요." 도윤은 이 싸움이 우진과 설아 두 사람 중 한 명이 져야 끝날 싸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도윤은 설아가 자신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그런 취급을 받으며 다시 돌아가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창피하고 괴로웠지만 설아를 위해서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도윤 씨…." 눈이 빨갛게 부어오른 설아는 도윤이 누구를 위해 자존심을 내려놨는지 알고 있었다. "울지마요. 전 그럼 일하러 가볼게요." 일부러 대수롭지 않은 듯 도윤은 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우진에게 그런 수모를 당했지만, 도윤의 마음은 평온했다. 오히려 기쁜 감정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그럼 나도 안 들어갈 거야!" 이 말 한마디가 도윤의 마음에 가득 찼다. 설아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 말 한마디로 도윤이 그동안 받은 억울함이 다 풀리는 느낌이었다. 배달이 끝난 후, 도윤은 집으로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도윤은 뛰어난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다. 3년 전, 도윤이 진호의 인정을 받은 것도 요리 솜씨 덕분이다. 진호는 요리를 잘하는 남자는 좋은 남자라고 했다. 당시 설아가 도윤을 좋게 본 것도 있었지만, 진호의 노력으로 도윤은 LY의 데릴사위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 후 많은 갈등이 불거졌다. 진호는 LY 집안에서 지위가 그리 높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진호의 사업이 조금씩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윤은 진호를 돕지 못해 배달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점차 안 좋아졌고 장모 장미소는 도윤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쓸모없는 놈이라며 욕할 정도였다. 미소는 도윤만 없었다면 집이 이런 상황까지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믿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도윤은 돈도 없고 학력도 안 좋은 사생아일 뿐이었다. 확실히 돈도 많고 명문대를 졸업한 설아에게 비할 바가 안됐다. 도윤이 줄 수 있는 건 오직 진심뿐이었다. 도윤은 음식을 상에 올렸다. "올 시간이 됐는데…." 그때 전화 한 통이 울렸다. "도윤 씨. 우리 아빠가… 아빠가 차에 치였어요…." 설아의 전화에 반가워 웃고 있던 도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장인어른이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설아 씨, 일단 진정해요. 지금 거기로 갈게요." 도윤은 전화를 끊고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병원에 도착하니 설아는 긴 의자에 앉아 흐느끼고 있었고, 미소는 응급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설아 씨, 어떻게 된 일이에요?" 도윤이 설아에게 한걸음에 달려가 물었다. "퍽!" 설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미소가 다가와 도윤의 얼굴을 가격했다. 도윤의 얼굴이 화끈거리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너 도대체 뭐 하는 녀석이니? 네가 아버지를 모시러 갔어야지!" 미소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평소에 도윤은 진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운전기사 노릇을 했다. 진호가 예전에 다리를 다친 적이 있어서 운전이 서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제사를 지내러 가느라 진호를 모시러 가는 걸 잊어버렸다. "죄송해요, 어머니" 도윤은 모든 게 다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죄송하다고 하면 뭐가 달라지니? 너 도대체 할 줄 아는 게 뭐야?! 진호 씨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시는 나 못 볼 줄 알아!" 날카로운 목소리에 사람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윤은 창피함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진호는 도윤의 장인이기도 하지만 생명의 은인이기 때문이다. "하진호 씨 보호자 계세요?" 그때 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다가왔다. "여기 있어요!" 미소와 설아가 황급하게 뛰어갔다. "출혈이 심해서 바로 수술에 들어가야 합니다." 중년의 의사가 엄숙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미소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설아의 예쁜 얼굴도 창백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최대한 빨리 진행해주세요." 도윤이 침착하게 말했다. "네. 여기에 서명하고 수납해주세요." 의사가 수술 동의서를 꺼내자 도윤은 자신의 이름을 쓱쓱 적어내렸다. 그러나 적혀있는 비용을 보고는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5억?! 배달원의 월급으로는 5억은커녕 천만 원도 내기 어려웠다. 외과 수술에 5억이 필요하다니. 도윤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혹시 인쇄가 잘못된 게 아닐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납소를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5억이라니. 도윤의 월급에 5억은 어림도 없었다. 병원을 옮기자니 출혈이 심각해 불가능했다. 지금 당장 어디에 가서 5억을 마련해야 하지? 빌려달라고 하면 누가 5억을 빌려주겠어? "도련님…." 이때 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지영일이었다. 그 순간 도윤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당신 짓이죠?!" 도윤은 분노하여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에 5억이라는 엄청난 수술비. 모든 건 다 계획된 일이었다. 이게 다 도윤을 JS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계획된 일이었던 것이다. "네? 무슨 말이신지…." 영일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웃음이 담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윤은 영일의 코를 세게 내리쳤다.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