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레이쇼가 원하는 것

3857
1 호레이쇼가 원하는 것 호텔 테라스에 서서 공기를 느꼈다. 호레이쇼가 내 허리를 힘껏 당기곤 겉옷을 덮어주었다. 내가 찬 공기 즐기는 걸 모르는 이 남자. 호레이쇼. "나는 찬 공기가 좋아“ -"박력 있지 않아?" 벌써 몇 주째. 내 입에서 '오빠'소리 한 번 듣고 싶어 온갖 잔망질을 연거푸 하는 그였다. 당연히 들을 수 없는 것은 내가 한 살 연상이었기 때문이었다. "힘쓰면 오빠냐? 돌쇠지?“ -"내 말이 맞을 걸?" 호레이쇼가 느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동공부터 손끝까지 모든 것이 음흉하게 흘러갔다. "야! 어딜, 손-" 갑자기 내 안에 훅 들어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나... 변태 취향인가봐." 진짜 변태로 변할까 싶던 찰나! "잠깐만!" 나는 호레이쇼를 밀어냈다. 내가 밀어낸 이유는 그도 알고 있었다. 한 참 내 몸을 훑던 손도, 눈빛도 전부 멈추고는 그가 촉촉해진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밖에서...?" 아무리 독립된 공간의 호텔이라고는 하나, 온통 CCTV인 세상인데 겁도 없이. 세상에 얼굴이 다 알려진 사람이 진짜 겁이 없긴 없구나 싶었다. 본능에 눈 뜨면 앞이고 뒤고 없구나. 앞으로 길들이려면 꽤 고생하겠어. 난 꽤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자부했다. -"근데?" 답은 황당하게 돌아왔다. 그런데, 라니? -"많이 참아서 그래.“ "... 이걸?“ -"응." 이보게. 혼자 푸는 방법도 있다는 걸 여러 매체를 통해 나도 배웠네만. 내 속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그는 말을 덧붙였다. -"너. 너랑 같이 있는 거.“ "너어~? 어쭈!“ -"오빠라고 부르게 해줄게.“ "뭐래.“ -"누가 이기나 해 봐? 내가 이기면 오빠라고 하는 거다?“ "그걸 왜 듣고 싶은 건데? 좋아! 내가 참아본다.“ -"풋!" 어쩌면 내가 질 내기일 거라는 걸 모르는 바 아니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잠시라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 이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가 멍하니 굳어버린 자세 그대로 나를 따라 방 안으로 시선을 옮겼다. 약간 화가 난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고양이‘스런’ 본능이 살짝 드러났다고 해야할까? 방으로 들어가 유리문 앞에 서서 그를 향해 입을 벙긋거렸다. 오. 빠. 그리곤 고개를 갸웃했다. 장난 가득한 내 미소에 그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런데 미소라는 것이 그냥 웃는 것이라기엔 무섭기도 하고 눈빛이 점점 꽤 진지해지는 것이 불안했다. 남자의 본능을 내가 너무 가지고 놀았나 싶었다. 호레이쇼가 문을 벌컥 열고 나를 보았다. 나는 움찔했고, 불안한 눈빛으로 호레이쇼를 보았다. "화났-" 화가 난 것이냐, 내가 너무 장난이 심했느냐를 물어볼 사이도 없이, 훅!... 내 얼굴을 양 손으로 감아버리고는 내 숨을 빨아 들여 버렸다. 내 속엔 남은 숨이 얼마 없던 터라, 금방 공기가 모자람을 느꼈다. 그러자 그가 내 입술을 벌여 숨을 넣어주었다. 몰랑하고 몰캉한 것은 내 입술뿐인데, 괜히 내 온 몸이 몰랑해지는 느낌이었다. 눈을 감은 내 귀엔 조용한 새벽의 차 소리와 공기소리 그리고 사락하며 내 몸을 잠시 간지럽히곤 바닥에 떨어지는 옷가지의 소리가 들렸다. 마지노선. -"부끄러워?" 호레이쇼가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붙이고는 눈을 마주쳤다. "안 부끄럽겠냐? 불도 밝고...“ -"끄긴 싫은데.“ “왜?” -"네 표정 보려고 참은 거니까.“ "변태.“ -"나보다 네가 더 변태면서" 호레이쇼의 입술이 다시 나를 빨아들였다. 내 뱉는 숨이 목덜미로 옮겨가는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예뻐 보였던 조명들이 거꾸로 보이고, 빛은 눈앞에서 이리저리 퍼졌다, 아!... 마지노선은 이내 뚫렸다. 나조차 몰랐던 내 허리의 유연성을 이제야 찾았다. 호레이쇼는 나를 신나게 놀렸다. -"내가 이기고 있는 것 같은데?" "흠..." -"맞지?" "응..." 호레이쇼의 손길은 나를 계속해서 베베 꼬이게 했다. -"아직 멀었어." 그런 사악한 미소는 처음봤다. 나는 악마를 사랑하는 것일까? 근데 이것조차 섹시하다. 난 역시... 변태 취향이 확실하다. "해 줘.“ -"다시.“ “빨리이~” -"다시!" 호레이쇼가 원하는 답을 나는 알았다. 더 줄다리기를 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러기에 이미 내 몸은 항복을 힘껏 표현하고 있었다. "해주세요.“ -"아니지. 오. 빠?" "... 오빠." -"아이고, 이쁘네~" 호레이쇼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나는 온순한 고양이가 되어 머리를 호레이쇼의 가슴팍에 비볐다. 호레이쇼가 피식 웃었다. -"이렇게 귀여운데, 내가 오빠 소리를 안 듣고 싶겠어?" "하지마아." -"사랑해." 갑작스런 고백에 눈이 동그래진 나는 호레이쇼를 올려다보았다. "사랑해." 이번엔 미소와 함께 또 한 번 고백하는 호레이쇼였다. 그런데 나는 왜 눈물이 나는 것일까?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를 보고 호레이쇼는 당황했다. 나는 씩씩하게 눈물을 닦았다. 호레이쇼가 당황하라고 흐른 눈물이 아닐 테니까. 나는 아직 채 마르지 않은 눈으로 호레이쇼를 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서. 좋아서 그래. 행복해서." 그제야 안심이 되는 지 호레이쇼가 웃었다. "좋아해, 나도." -"뭐야. 나는 사랑핸데 왜 너는 좋아해야?" "그게..." 호레이쇼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나를 봤다. 나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봤던 내용이 내 뇌리에 남았다. 남녀가 함께 태초의 시간이 되는 그 순간에 사랑고백을 한다는 건, 둘의 관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진실이 아닐지도 모르며, 오히려 흥분상태를 가라앉히기도 한다는 내용을 나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세상 기분이 봉 떠오르는 그 순간에 사랑해쯤은 쉽게 나올 수 있는 것 아닐까? 진심이든 아니든 그 순간이 지나서도, 굳이 알몸으로 다가가지 않아도, 수 겹의 옷으로 몸을 꽁꽁 싸매고 있어도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얘기 할까? 그런 이상한 불안감이 내 안에 있었다. 내 얘기를 들은 호레이쇼가 푸학하고 웃음을 터트렷다. -"고민도 귀엽고 그러냐." "야! 나는 진지해." 그가 쪽-하고 입맞춤으로 답을 주었다. -"내가 너랑 자려고 하는 사랑 고백이었으면, 벌써 여러 호텔에서 덮치고!... 수 백 번도 더 했어" "아!..." 박 터지는 듯한 공감. 호레이쇼라면 응당 그렇게 유혹할 수도 있는 잘나고 잘생긴 남자니까 그럴 수 있었다. 나의 공감에 호레이쇼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알겠지? 내 사랑." "응." -"그럼 말해봐." "뭘?" -"사랑해." 내 안에 고양이 한 마리가 죽치고 앉아 있는 게 분명했다. 또 놀리고 싶었다. 난 왜 네 진지함만 보면 장난이 하고 싶을까? 특히 이런 순간에는 더더욱. 너한테 옮았나보다. 하지만, 오늘은 봐준다. 내가 조금 급해. "사랑해." 이제 마음 놓고 몸이 베베 꼬였다. 그날 내 숙소의 소파가 꽤 거칠다는 걸 알았다. 등이 꽤 따가웠다. 바닥은 나무라 따뜻할 줄 알았는데, 정말 시원하고 차가웠다. 높은 침대에 오를 때마다 짧은 다리를 탓해야 했는데, 심지어 삐걱거리는 소리까지 나니 이 호텔에 컴플레인을 걸고 싶어졌다. 욕조의 탕은 꽤 컸다.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었다. 둘이 들어가도 거뜬한 크기였다. "으음... 졸리다." -"따뜻해서?" "에너지 방전이야." -"뭘, 이 정도 가지고." 나는 활력 부심을 뽐내는 호레이쇼를 보며 귀엽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나가자. 재워줄게." "그래." 몸의 물기를 닦아내고 속옷을 입으려는 내 손을 호레이쇼가 막았다. -"재워준다니까?" "난 옷 입고 잔다고." 호레이쇼는 가운을 입지도 않고 나에게 다가와 키스했다. 내 몸이 가볍게 붕 뜨더니 침대에 폭 떨어졌는데, 포근했다. 수-욱하고 들어온 호레이쇼를 내가 빨아들이듯, 우리는 샤워를 또 한 번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짜 기절하겠는데." -"괜찮아." 내가 눈을 떴을 땐, 곤히 잠든 잘생긴 얼굴이 내 옆에 있었다. "아!..." 허리가 욱신거렸다. 생리통보다는 두 배는 더 뻐근한 느낌에 아랫배를 손으로 누르고 어기적어기적 자리에서 일어났다. 통증에 얼굴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아무래도 빨리 욕실로 가서 내 몸을 훑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어디 한 곳은 멍이 들거나 피를 봤거나 했을 법한 느낌이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려하자, 금방 깬 것인지 큰 손이 덥석 내 팔을 낚아챘다. "화장실.“ -"으응." 호레이쇼가 나를 놓아주었다. 몸을 일으키면서도 나도 모르게 찌릿하고 온 고통에 외마디 소리를 내뱉었다. "악!" 그 소리에 호레이쇼가 벌떡 일어났다. -"또 박았어?" 나는 어디든 잘 부딪쳐서 멍이 잘 들고는 했다. "아니, 괜찮아." -"부딪힐 데가 어디 있다고. 조심하지." 전날, 네가 하도 부딪혀주셔서 그래요라고 하기엔 너무 부끄러웠다. 야하잖아. 나는 어기적어기적 일어나 가운을 걸치고 욕실로 들어갔다. "맙소사..." 원래도 멍이 잘 드는 체질인 내 몸은 팔, 다리가 성한 곳 없이 멍이 들었다. 목은 붉게 물들었고 등은 멍 자국은 없었지만 속은 멍이 든 듯 건드리면 아팠다. "못 살아." 혼자 나즈막히 속삭였다. 동네 사람들~ 나 쟤랑 잤어요! 이렇게 격렬하게 하고 소문을 온 몸으로 티를 내고 있는 격이었다. "이 몸뚱이는 참 도움이 안 돼." 혼자 주저리 주저리 거울을 보며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다. 그때, 호레이쇼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살짝 노크를 하더니 문을 열었다. 이걸 보면 분명 세상 끝나는 날까지 미안해 하며 금욕을 실천할 사람이었다. 나는 급히 다시 가운을 입었는데, 목을 가리는 것엔 실패했다. -"너, 목!..." "어?" 호레이쇼는 잠시 멈칫 하더니 나에게 다가와서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 잠시만, 봐도, 돼?“ "어? 아니." -"봐봐." "아니야~" -"혹시, 다쳤어?" "그런 거 아니야." -"미안해하지 않을게." 호레이쇼는 밤새 내 속에 도청기라도 심어놨나 싶을 만큼 어쩜 잘 아는지. 천천히, 조심스레. 가운을 부여잡고 부끄러워하는 내 손을 잡고 내렸다. 가운의 매듭을 천천히 풀자, 가운 안으로 내 몸이 보였다. 호레이쇼는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내 몸을 찬찬히 훑어보는 호레이쇼의 눈가가 조금씩 붉어지는 듯 했다. 나는 재빨리 가운을 다시 몸에 둘렀다. "너 때문 아니야. 알잖아, 나 멍 잘 드는 거. 금방 없어질 거야." -"다른 데는?" "없어." -"너, 걷는 거 이상해."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연기를 더럽게 못한 덕분이었지만, 이건 진짜 어쩔 수 없는 거였다. "이건 어쩔 수 없구..." -"왜?" "내가... 좋으니까." -"아프잖아." "... 좋단 말이야..." 나는 부끄러움에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몸을 베베 꼬며 애꿎은 가운 매듭만 이리저리 괴롭혔다. 그러자 호레이쇼가 한숨을 쉬었다. -"그만 좀 하면 안 돼?" "응?" 호레이쇼는 화가 난 얼굴이었다. -"이 와중에도 나는!" 말을 더 잇지 못하는 호레이쇼를 올려다본 나는 그의 화의 근원을 알았다.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