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1591 Words
1화 “어어. 바이브는 그만. 네 손가락이 더 좋아.” 핑크빛 꼬마 바이브레이터가 보예에게서 빠져나왔다. “싫은데?” 세리는 줄 끝을 잡고 시계추처럼 흔들어 보였다. 뭔가에 싫증 난 소녀처럼. 그리고 보예의 반응을 살폈다. “빨리!” 보예는 침대에 누운 채 세리를 재촉했다. “그럼 내겐 뭐 해 줄 건데?” 세리가 물었다. “우리 집에 초대해줄게.” “드디어. 그렇게 빼던 걸?” “정말이야. 그러니까 웅?” “약속한다?” “약속한다니까. 이번 주 주말이야. 빨리 넣어줘.” “알았어.” 세리는 보예의 몸 위로 자신의 상체를 굽혔다. 그리고 자신의 손가락을 살며시 보예의 꼭 다문 허벅지 틈새에 가져갔다. “음... 하아.” 이건 보예가 좋다는 반응이 분명했다. 보예가 우윳빛 허벅지를 오므리며 자신의 두 가슴을 그러쥐었기 때문이다. 세리는 자신의 두 가슴을 그러쥔 보예의 상체 위로 허리를 굽혔다. 그리고 보예가 스스로 그러쥐고 있는 왼쪽 가슴의 손을 치웠다. 세리의 어깨쯤 닿는 긴 단발이 보예의 가슴 위를 마치 솔처럼 쓸었다. “조쫍.” 세리는 자신의 혀로 보예의 밝고 산뜻한 붉은 방울을 건드렸다. 보예의 머릿속이 딸랑거렸다. 세리는 뾰족해진 보예의 가슴 끝을 이 사이에서 굴리며, 손가락을 좀 더 넣었다. “하아.” 보예가 온몸을 꿈틀거리며, 세리의 등을 세게 끌어안는다. 요즘 세리의 등에 손톱자국이 빨갛게 난 건 다 이 때문이다. 세리의 손가락에는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마법 같은. 특히 왼손 약지가 그랬다. ‘사랑이 깊어짐’을 의미한다는 손가락이. 세리의 그 손가락은 요술 손가락임이 분명하다. 보예의 머릿속은 벌써 하얘지고 있었으니까. ‘사랑해. 네가 전학 온 날부터 이날만을 기다렸어. 그리고 우린 이제 성인이 되었어. 널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세리는 누구에게도 보예를 뺏기지 않을 것처럼, 다리 사이로 세리의 손가락을 꼭 물었다. 마법의 손가락은 보예에게 열대의 낯선 새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벌써 열대의 낙원에 있었다. 환상의 여름 섬이었다. “오늘은 뭐가 보여?” 세리가 손가락을 더 깊이 넣으며 물었다. “우리만의 섬이 보여. 환상의 여름 섬이야. 파도 소리가 잘게 부서지고 있어. 으흠 앗, 아무도 여긴 오지 못할 거야. 우리만의 비밀의 섬이네.” “올여름은 휴가를 제대로 가겠네. 자.” 세리는 자신도 모르게 다른 방법으로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세리의 손가락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독립된 자아처럼 보예의 예민한 구석과 신경 들을 건드렸다. 세리가 고등학교 때까지, 자신이 손가락에 지배당하는 느낌이었다. 자위를 할 때도 자신은 그 손가락의 움직임을 그저 따라가는 듯했다. 이제 갓 성인이 되어서는, 점점 더 그 손가락과 대화를 하면서, 그것을 좀 더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처럼. 하지만 아직도 그 손가락은 충분히 길들이지 않았다. “어어 어. 어으 어.” 그러나 보예가 지금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몸까지 부르르 떨며, 신음까지 마구 내지르게 만들 수는 있었다. 보예가 더욱 세리의 손가락을 물고 늘어졌다. 배고파 손가락까지 빨아 먹으려는 조그만 입처럼. 세리의 손가락은 마치 보예의 정신과 영혼, 생명과 서로 연결된 것 같았다. 서로 대화하는 것 같았다. 아니 ‘대화’라는 단어는 진부했다. 그 단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성적 교감이랄까. 마치 영화 에서 고양이과 동물을 닮은 푸른 두 연인이 나무 아래서 서로의 꼬리와 꼬리를 끼워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아니 성적 교감이라는 말로도 충분하지 못했다. 세리의 손가락과 보예의 소중한 가운데는 지금 두 생명의 끝과 시작이 만나는 통로 같았다. 그 연결을 통해 상대방의 감성과 감각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 같았다. 세리가 손가락을 통해 느끼기 때문에, 굳이 말이 필요 없었지만, 보예는 너무 도취 돼 입술 사이로 단어들을 뱉어냈다. “앗, 앗 세리, 사랑해. 너무 행복해. 영원히 함께 해주겠다고 약속해.” “내 손가락이 말하지 않았어?” “으응. 그렇다고, 내 안에 대고 속삭이는 것 같아. ” 세리의 손가락은 이제 말까지 하는 것 같았다. 열대 숲의 요정의 목소리 같았다. “맞아.” 세리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토록 미뤄왔던 보예의 집에 처음으로 초대를 받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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