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흐, 그보다 얼른 누나가 닭 손질 마치고 오면 좋겠는데요?”
“그러게, 흐흐. 이젠 해변도 쓸어버려야겠다. 당장 통발부터 만들고 해변도 돌아봐야지.”
“흐흐, 조개탕 좋죠.”
그나마 이성적이던 주진태도 점점 눈빛에 광기가 돌았다. 다른 사람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느새 김지연이 물을 떠 온 반합을 모닥불에 걸쳐놓고서 끓이기 시작했다. 닭을 손질할 때 쓰려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연못가로 바쁘게 움직였다.
모닥불 안에서 장작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 간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은 찬합이 작게 흔들리며 안에서는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린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겠지만 내게는 천둥 치는 소리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말 한마디 없이 시선이 반합에 박혀있다. 코에 향긋하게 풍기는, 닭이 익어가는 향기에 꿀꺽이는 소리가 캠프에 수없이 울리고 있다.
“이제 된 거 아냐?”
“조금만 더.”
“아, 미치겠다, 진짜.”
김지연이 조바심 난다는 듯 이동걸에게 물었지만 이동걸 역시 반합에 구멍이 뚫어질 기세로 노려보며 김지연을 말린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지난 뒤 사람들을 돌아본 이동걸이 진지한 목소리로 나에게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열어본다?”
“네.”
이동걸이 양손에 든 나뭇가지로 Y자 막대 사이에 걸쳐져 있는 나뭇가지를 그대로 들어 올려 모닥불 곁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반합의 뚜껑을 조심스럽게 열려고 하자 반합 통이 움직였고 김지연이 양손에 돌을 거머쥔 채 반합 통을 양옆에서 잡아준다. 그렇게 이동걸이 천천히 반합 뚜껑을 들어 올리자 흰 김이 이동걸의 얼굴을 순식간에 가렸고 우리의 코에는 고소한 닭고기의 향기가 풍성하게 잡힌다. 기대감이 가득한 모두의 얼굴이 그 향긋함에 절로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어디…….”
“여, 여기요.”
어느새 라미현조차도 옆에서 작은 나무 그릇을 내밀었다. 겨우 두 개의 나무 그릇이지만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만든 것치고는 꽤 대단해 보였다.
“자, 지우야.”
“형님 먼저 드셔보세요.”
“아냐. 얼른 네가 맛보는 게 우릴 위한 거다. 부탁이니까 빨리…….”
아까의 식사 때처럼 실랑이를 벌이지 말아 달라며 이동걸의 표정에는 간절함이 번진다. 하긴 어린 나조차도 이렇게 국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침이 고이는데 저 형들은 오죽할까 싶었다. 작은 나무 그릇을 양손으로 받친 채 뿌옇게 올라오는 김 아래에 고여있는 말간 국물을 보다 침을 한번 꿀꺽 삼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조차 목울대가 따라서 아래위로 움직인다.
“지우야, 어서 먹어봐.”
“네.”
재차 재촉하는 김지연의 목소리에 천천히 나무 그릇을 입가로 가져갔고 그대로 입 안으로 슬며시 흘려 넣는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마치 고소함이라는 폭죽이 폭발하는 것 같았다. 소금의 짭조름한 맛과 작게 쓴맛이 주는 자극의 쓰나미에 그대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들어 올린다. 식도를 따라 뜨거운 국물이 내장을 투영하듯 그대로 그려나가며 위까지 마사지해 주듯 흘러내리는 뜨거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꿀꺽…….”
한참을 내가 그대로 맛을 음미하다 삼키자 이동걸이 다급하게 묻는다.
“어, 어때?”
“미쳤어요. 끝내줍니다. 고소함에 감칠맛까지……. 어서 드셔보세요.”
“그, 그래. 먹자.”
그릇이 두 개뿐이라서 국물을 맛보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릇을 입에 가져간 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처럼 표정이 멍해졌다. 게다가 김지연은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훌쩍, 맛있어.”
“하아… 따뜻해… 역시 국물이 최고야…….”
그 모습이 웃겨 바라보고 있자 옆에서 불쑥 나뭇잎이 내밀어진다. 고개를 돌려보니 라미현이 나뭇잎 위에 닭 다리 하나를 뜯어서 올려둔 후 내게 내밀었다.
“오빠, 이거…….”
“응, 고맙다.”
방금 전 모습도 그랬지만 차라리 내가 빠르게 받아들이는 게 다른 일행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먹게 만든다는 이동걸의 말에 이제는 그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나뭇잎 위에서 모락모락 김을 풍기는 하얀 닭 다리를 손에 쥐고 그대로 입 안에 집어넣은 후 뜯어냈다. 역시 꽤 오래 익힌 보람이 있는지 그대로 살결을 따라 찢어지는 닭 다리 살과 입 안에서 탱글탱글하게 느껴지는 식감, 거기에 씹을 때마다 흘러나오는 육즙에 마치 포근한 이불에 둘러싸인 기분이었다.
그런 내 모습을 턱을 괸 채 미소 지으며 구경하던 라미현이 속삭이듯 말한다.
“그렇게 맛있으세요?”
“응. 너도 어서 먹어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물어뜯었던 닭 다리를 내밀자 잠시 멈칫하던 라미현이다. 그제야 나도 내가 입을 댔다는 점이 떠올라 아차 싶어 손을 거두려던 찰나 라미현이 내 손을 양손으로 붙잡고 닭 다리를 향해 입을 가져다 대고 작게 뜯어서 붉은 입술을 오물거린다. 그리고 붉어진 양 볼을 움직이던 라미현이 내 눈치를 살피며 작게 중얼거린다.
“마, 맛있어요.”
“그, 그렇지?”
“하나만 해라. 미식 프로그램인지 청춘 로코물인지.”
그때 내게 접시를 가져다주려 다가온 김지연이 조금은 타박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라미현의 볼이 터질 듯 붉어진다. 그 모습에 김지연은 기름이 묻어 번들거리는 손으로 라미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농담이라고 달래준다.
‘연못까지 씻으러 가는 게 귀찮은 걸지도…….’
어차피 다들 꾀죄죄한 몰골인 건 똑같으니 닭기름이 좀 묻는다고 큰일 나진 않을 테니까 나 역시 굳이 지적하진 않는다. 여덟 명의 사람들이 모조리 달라붙자 길고 긴 요리 시간에 비해 식사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텅 빈 반합과 네 마리의 토끼를 번갈아 보면서 다들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 내가 박수를 치며 시선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