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부(55)-4

2001 Words
“후우, 후우.” 내 팔뚝에 옆머리를 가져다 댄 라미현이 숨을 고르며 더욱 내 곁으로 몸을 붙이기 시작했다. 풋풋한 과일 향과 비슷한 라미현의 체취가 훅 불어오듯 내 코에 풍긴다. 내 옆구리와 허리, 허벅지에는 부드러운 라미현의 피부가 닿았고 나도 모르게 솜털이 일어서는 것 같았다. 팔뚝에 닿은 라미현의 여린 목 너머로 뛰는 거친 맥박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리고 점점 옆구리에 닿는 라미현의 가슴에서 쿵쾅거리며 세차게 뛰는 심장 소리에 절로 침이 삼켜진다. “흡?!” 내가 침을 꿀꺽 삼키자 순간 몸을 굳힌 라미현이 그대로 숨죽인 채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진땀을 흘리며 그대로 죽은 척에 가까운 잠든 연기를 해내야 했다. 그리고 이런 경우 다시는 눈 뜰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후으, 놀랐다.” ‘나만큼 놀랐겠냐.’ 내 곁에 누운 라미현은 자신의 팔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꼼지락대다 결국 자신의 가슴 앞에 양손을 끌어모은 채 침을 삼킨다. 여전히 내 팔에서 느껴지는 라미현의 맥박은 세차게 뛰고 있었다. “흐읍… 후우. 좋다, 오빠 냄새.” 점점 내게 달라붙어 오는 라미현의 머리는 내 어깨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날 뻔했다. 다행스럽게도 라미현은 자신의 상태를 명확하게 모르는 것 같다. 성 경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혼란스러울 법도 하다. “코오…….” ‘자는 거냐.’ 자꾸 내 체취를 맡으며 작게 꼼지락거리던 라미현의 움직임이 점점 잦아들었다. 그리고 어느덧 맥박이 천천히 느려지더니 숨결이 고르게 변했다. 캠프로 돌아왔을 때 라미현이 대담한 말을 내뱉은 게 신선하긴 했지만 이렇게 저돌적으로 들이밀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애교지, 뭐.’ 새근거리는 라미현의 숨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 역시 재차 잠을 청했다. 그리고 내 숨결도 어느덧 고르게 변했고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해가 뜨기 직전 긴 머리의 누군가가 내 오두막에 들어오려다 우리가 같이 잠에 빠진 걸 한참을 바라보다 발걸음을 돌렸다는 걸 나와 라미현은 알 수 없었다. “끄응…….” 라미현이 내 곁에서 일어났다는 걸 느낀 뒤에 잠시 동안 몽롱함을 즐기다 기지개를 켰다. 한쪽 팔이 조금은 뻐근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나쁘지 않았다. 기지개를 켰던 팔을 내리며 하품을 하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라미현이 말을 걸었다. “이… 일어나셨어요.” 내 옆에서 다소곳이 무릎을 꿇은 채 앉아있는 라미현이 얼굴을 붉히며 내 시선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리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응. 너도 잘 잤어?” 내 아침 인사에 기분이 좋다는 듯 웃으려던 라미현은 내가 딱히 놀라는 태도를 보이지 않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재차 시선을 내리며 더욱 얼굴을 붉힌다. “알고 계셨나 보네요.” 그 말에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운 채 라미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당연히 모를 리가 없지.” 그러자 라미현이 다급하게 고개를 들며 말했다. “처… 처음부터 알고 계셨어요?” 잠시 라미현을 내려다보다가 모른 척해주기로 결정한 뒤 고개를 저었다. 라미현의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얼굴에 안도의 기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너, 이거 다 방송으로 나갔을 텐데 어쩌려고?” 내 말에 바닥을 향한 라미현의 시선에 각오의 빛이 어렸지만 나는 잠자리 주변을 정리하느라 미처 보지 못했다. “상관없어요, 이제.” 그리고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라미현의 중얼거림에 고개를 돌렸다. “응?” “아니에요. 괜찮을 거예요. 뭐, 별일 있겠어요?” “너 요즘 지연이 누나랑 너무 오래 논 것 같아. 같이 그만 놀아.” “헤헤.” 그리고 오랜만에 라미현의 상태창을 열어본 나는 혀를 찼다. 한두리나 김지연과 상태가 같았다. 그나마 한두리보다는 상태 이상이 걸려있지 않았기에 조금 나은 정도긴 했다. 호감도에 성욕 할 것 없이 가득 차있다. 이 정도면 언제 정말 미친 듯이 날 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나도 당연히 어젯밤 라미현을 안고 싶었다. 하지만 도저히 카메라 앞에서 처녀를 안을 순 없었다. 그건 너무 잔인한 것 같았다. “세수는 했어?” 그제야 아차 하면서 더욱 얼굴을 붉히더니 날 바라보며 웃고 있던 얼굴을 돌린다. 새삼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본인은 그런 모습들이 더욱 사랑스럽게 보이는 걸 알려나 싶다. “아직…….” “가자.” “네. 헤헤.” 항상 조심스레 웃던 라미현이 빙구 웃음을 흘리자 그런 모습을 놀리면서 연못으로 티격태격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멀리서 세수를 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진태가 씨익 미소 지으며 재차 얼굴에 물을 끼얹는다. “역시 그냥 덮치면 게임 끝이라니까.” 물론 주진태가 말하는 덮침과 라미현이 말하는 덮침은 매우 달랐다. 라미현은 에둘러 말한 주진태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성 경험이 없을 거라고는 주진태 역시 알 수 없었으니까. “선배님이셨어요?” 뒤에서 한기가 흐르는 목소리에 주진태는 움찔 놀랐고 고개를 돌려보자 한두리가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주진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주진태도 한두리가 자신에게 이런 표정을 짓는 걸 처음 보는 터라 저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으, 응?” “미현이는 절대 저런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요. 저 순진한 애가.” 끓어오르는 성욕에 밤새 잠들지 못한 한두리는 결국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한지우의 오두막으로 발길을 옮겼었다. 그리고 상상도 못 했던 광경을 보았다. 라미현이 한지우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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