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할게. 가자, 밀라야.”
“우웅.”
김지연의 손길에 이끌려 눈을 비비며 지붕 밖으로 카밀라가 따라나섰다. 확실히 여자들끼리는 좀 다른가 싶었다. 볼을 긁적이며 한쪽 숲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작게 한숨을 쉴 때 아래서 갈라진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내가 가야 했는데…….”
“아녜요. 이해해요.”
사실 이미 내가 기지개를 켤 때 잠에서 깬 기색이 느껴지는 박현지였다. 아마 밤사이의 일 때문에 어떻게 날 봐야 할지 곤란했으리라 짐작했다.
“몸은 어때요? 열이 좀 나던데.”
“괜찮아요. 흑…….”
몸을 잘게 떨면서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은 채 흐느끼는 박현지였다. 아마 자괴감에 몸서리가 쳐지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 허벅지를 베고 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박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입을 열었다. 원인 제공은 나였으니까.
“너무 의식하지 말아요. 사고라고 생각하세요.”
“흑흑… 너무… 나 스스로가 창피해서…….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
나는 아무 말 없이 흐느끼는 박현지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리고 슬쩍 정보창을 열어본 뒤에 트라우마라는 상태 이상이 걸린 걸 보고서 소생을 되뇌었다. 그렇게 흐느끼던 박현지를 위로해 주며 내려다보던 중 숲 한쪽에서 기척이 들려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카밀라하고 누나가 돌아오는 모양이에요.”
그러자 박현지가 내 허벅지 위에 누운 채 고개를 돌린다. 그러자 눈물과 콧물로 엉망인 박현지의 얼굴이 보인다. 스스로도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 깨달았는지 다급하게 얼굴을 손으로 훔치며 눈물을 닦아낸다. 차분하게 나 역시 박현지의 코를 닦아주자 마치 터질 듯이 얼굴이 붉어지는 박현지였다.
“제가… 할게요.”
“괜찮아요.”
나는 몸을 일으키려는 박현지의 어깨를 잡아주고 일으킨 뒤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러자 박현지가 다급하게 내 종아리를 잡으며 물었다. 영문을 모르겠지만 조금은 불안감이 느껴지는 박현지의 말에 되도록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어, 어디…….”
“아, 씻으려고요. 개울가… 같이 갈래요?”
“네.”
그렇게 일어나려 무릎을 세우던 박현지가 순간 무릎에 힘이 빠졌는지 넘어지려 해 급하게 손을 뻗어 잡아준다. 그러자 어제의 일로 틀어져 있던 브래지어 사이로 가슴살이 삐져나오며 내 팔뚝 살갗에 닿았다.
박현지는 얼굴이 더욱 붉어져 서둘러 몸을 세우며 브래지어를 고쳐 입는다. 그사이 나는 일부러 시선을 돌려주었고 그것을 본 박현지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고, 고맙습니다.”
“아녜요. 가시죠.”
그때 뒤편 수풀이 들썩거렸고 나타나는 김지연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씻고 올게.”
“아, 우리도 내려가려던 참이었어. 밀라야, 가자.”
“우웅.”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오던 카밀라가 자연스레 박현지에게 걸어가 품에 안겼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김지연이 내 손을 슬그머니 잡았다.
“고생했어요.”
“고생은 뭘, 이 나이에 여동생 생긴 것 같아 좋네.”
“딸이 아니라요?”
“뭐야, 이제 늙었다고 놀리냐? 이미 잡은 물고기다 이거지?”
“아니, 늙기는 뭘……. 내가 언제 그렇게까지…….”
“됐거든. 그리고 내 딸이면 네 딸일 확률이 클걸?”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더니… 애 아빠 된다고 생각하니까 소름이 다 돋네요.”
“푸훗, 나도 그래.”
괜히 김지연에게 농담을 건네곤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기자 잠시 머뭇거리던 박현지도 우리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야트막한 내리막을 내려오자 어제 보이던 개울은 온데간데없고 작은 하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굵어진 물줄기가 거친 소리를 내며 우리를 맞이했다.
“물가 주변에만 있어야 하는 거 알고 있죠?”
“네.”
김지연은 워낙 알아서 잘하니 상관없었지만 노파심에 박현지를 돌아보며 조언하자 내 눈치를 살피던 박현지가 조용히 대답한다. 그러고선 카밀라를 이끌고 바위 뒤편으로 사라지는 게 아무래도 어제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어 씻기 위해 그러는 것 같았다. 김지연도 따라가겠지 싶어 몸을 돌렸다가 날 바라보며 웃고 있는 김지연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난 안 가요?”
“너 씻는 거 도와주려고.”
“안 그래도 되는데. 어제 비 맞으면서 샤워까지 다 했는데요, 뭘.”
“그래도 얼른 와.”
당연하다시피 브래지어를 끄르면서 물가 주변의 바위 위에 올려놓는 김지연을 보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김지연은 자신의 팬티를 내리려다 내가 여전히 드로어즈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재촉한다.
“아, 얼른. 새삼스럽게 부끄러워하긴.”
“아니, 당연히 부끄러워해야지.”
투덜거리며 내가 슬그머니 드로어즈를 내리자 늠름한 내 아들 녀석이 바깥 공기를 쐬었다. 움직이기 편할 뿐이지 통기성이 아주 좋은 의상은 아니다 보니 해방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어느새 다가온 김지연이 내 몸에 물을 끼얹어 주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우리는 물가에 엉덩이를 대고 앉은 채 반신욕을 하듯 서로의 몸을 닦아주었다. 그러던 중 내 몸에 물을 끼얹어 주는 김지연의 손길이 점점 끈적거려지는 게 느껴진다. 시선을 들어 보니 김지연의 볼이 붉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김지연의 눈빛은 꽤나 뜨거웠다.
“캠프 돌아가서 해요.”
“난 상관없는데…….”
“근처에 현지 씨랑 밀라 있잖아요.”
“언제 카메라 작동할지 모르잖아. 언니도 내가 안 따라가서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을걸.”
“이젠 신경 쓰이나 봐요?”
“아, 나도 여잔데 당연하지. 네가 워낙 걱정하는 것 같아 안 그런 척 한거고. 당연히 안 찍힐 수 있으면 안 찍히는 게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