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

606 Words
제3화 그게 정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어째서인지 거의 가정집처럼 보이는 작은 병원의 침대에 누워있는 것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 하나 없는 여기에. 우주의 미아라도 된 듯 끝도 없는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발작으로 이어지기에는 몸이 무겁고 노곤했다. 긴장을 할 만한 에너지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함을 느끼자 금세 손바닥에 식은땀이 차올라 눅눅해졌다. 그 때, 문이 열리며 한 청년이 들어왔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다. 회색빛 머리칼 위로 쌓인 눈을 선이 고운 하얀 손으로 툭툭 털어냈다. 이 쪽을 본 그의 눈빛이 잠깐 흔들린 듯해 정호는 순간적으로 목 뒤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나를…… 아는 건가?’ 긴장한 것이 무색하게도 곧 시선을 돌려 의사를 향해 그가 내뱉은 문장들은 이곳에 온 이후 줄곧 들어온 알 수 없는 외국어였다. 할아버지와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그가 성큼성큼 정호쪽으로 다가왔다. “Hey, Do you speak English?” 침대 옆에 앉아 눈을 맞춘 그가 말한 첫 마디였다. 한 줄기 빛처럼 드디어 알아들을 수 있는 문장을 만난 기쁨에 잘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몇 번이고 “예쓰! 예쓰!”라고 대답했다. 표정이 없던 그가 쿡쿡 웃었다. 영어권 사람이었구나. 정호가 예전에 몇 년 동안 개인 수업을 받았던 원어민 선생님과 같은 억양의 익숙한 미국식 영어였다. 정호는 떨리는 목소리로 멍한 머리를 쥐어짜며 영어로 상황 설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왔다고 얘기한 순간, 그가 말을 자르며 끼어들었고 정호는 제 귀를 의심했다. “아, 한국 사람이에요?” 너무나도 한국 사람의 한국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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