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4

1115 Words
제4화 “헙! 한국어 할 줄 아세요?!! 한국 분이세요?!!” 정호는 흥분해 연거푸 질문을 던졌다. 천천히 마스크를 벗은 그는 왜인지 웃음을 참는 듯 입에 꾹 힘을 줬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결국 푸스스 새어나오는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네네, 저 한국 사람이에요. 한국말도 할 줄 알구요.” 잿빛 머리칼과 창백한 피부 때문인지 국적을 가늠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마스크를 벗은 얼굴을 보니 한국 사람처럼도 보였다. “그쪽, 거의 일주일 동안 안 깨어난 거 알아요?” 담담한 말투와는 달리 기쁨과 걱정이 섞인 듯한 복잡한 눈빛이었다. 좋은 사람…… 인 것 같다고 정호는 생각했다. 남자는 이름이 석현이라고 했다. 어째서인지 성은 가르쳐주지 않았다. 처음에는 여기선 다들 SH라고 부르니 그렇게 부르라고 하길래 무심코 한국 이름을 물어봤더니 이름을 가르쳐주기 전에 약간 주저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기 이름을 싫어하는 걸까 아니면 뭔가 감추는 게 있는 건가. 좋은 이름인데, 석현. 석현은 좋은 사람처럼 보였지만 아무래도 정호는 아직 경계를 완전히 풀 수 없었다. 이 사람이 저를 아직 못 알아봤다고는 해도 과연 소정호라는 이름 석 자를 듣고도 모르려나. 정호는 짐짓 석현을 흉내 내어 제 성을 뺀 이름만을 말했다. “저는 정호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은밀한 노력이 무색하게도 지금 한국에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제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여기에 어떻게 왜 왔는지, 소속사에 얼른 연락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 설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호는 곧 깨달았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작게 숨을 들이쉬며 각오를 다졌다. “그, 사실 저는 그, 소정호…… 라고 하는데요.” 다른 곳을 보던 석현의 눈동자가 똑바로 정호를 응시했다. ‘역시, 나를, 아는 건가……?’ 석현의 짙은 갈색 눈동자는 지긋이 정호의 눈을 향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순간이었지만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방금 그 눈은 뭐였지 싶을 만큼 곧 눈을 깜박거리며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한 석현이 입을 열었다. “소씨예요? 흔치 않은 성이네요.”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정말 평범한 대답이었다. “저기, 그러니까 제가 그, 배우, 그, 영화를 찍는, 배우 일을 하고 있는데요.” “아아, 배우시구나.” “……네.” “미안해요, 제가 한국 영화 본 지가 오래돼서…….” “네…… 그, 한국 영화는 잘 안 보세요?” “아, 이런 데에 나와서 오래 살다보니까. 보고 싶어도, 볼 기회가 별로 없네요.” 놀랍게도 석현은 정호를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배우 소정호를 전혀 모르는 한국 사람. ‘대체 몇 년 만이지? 사람과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거…’ 이어지는 침묵에 흘끗 정호를 살핀 석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 제가 막, 한국 영화를 무시하고, 그러니까, 싫어하고, 그런 게 아니구요. 여기에선 볼 수가 없어서요, 정말.” 자신을 모르는 걸 미안해하는 듯한 석현의 반응이 오히려 생경했다. 정호는 불쾌하기는커녕 긴장이 풀리고 안심이 되는 바람에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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