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정호는 한국에 연락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석현에게 넘겨주었다.
석현은 노의사 옆에 나란히 서서 약에 대한 설명과 현재 정호의 몸 상태에 대한 설명을 통역해주었다. 아무리 모르는 언어라도 유창함은 느껴지는 법이라 노의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의 석현은 마치 여기서 태어나 자란 사람처럼 보였다.
정호는 약을 먹고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
“……지금 사람이 죽다 살아났는데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겁니까. “
여전히 몸이 무거웠다. 문밖으로 한국어가 들려왔다.
석현의 목소리다.
고개를 돌려보니 열린 문틈 너머로 전화를 하고 있는 석현의 뒷모습이 보였다. 자다 일어난 탓인지 눈이 뻑뻑했다.
“애초에 이런 상황이 된 것 자체도 아티스트 케어를 제대로 못 한 회사 측 과실 아닙니까.”
짧게 한숨을 내뱉은 석현은 한층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나 참. 현재 상태로는 그런 식으로 혼자서는 한국까지 갈 수 없으니까 그렇게 아세요. 여기서 한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모르시는 겁니까.”
정호는 아직 뻑뻑한 눈을 연신 비비며 석현의 목소리를 들었다. 문득 화난 장면을 연기할 때를 떠올렸다.
보통 대사보다 말을 약간 빠르게, 그리고 목소리를 한 톤 올려서 대사를 친다.
지금 저 사람처럼.
화가 났구나. 근데 왜 화가 났지? 우리 회사가 나한테 이런 대우를 해서? 아니면 원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인 건가. 그것도 아니면…….
나를, 걱정해준 건가.
왠지 가슴 한켠이 욱신거렸다.
왜 이러지. 이런 상황이라 감상적이 됐나.
핸드폰을 들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거칠게 머리칼을 헝클며 이쪽으로 돌아선 석현과 눈이 마주쳤다.
“네, 네, 그런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하던 석현의 눈이 일순 커지더니 입 모양으로 작게 “미안해요”라고 하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낸 듯한 석현이 문을 빼꼼 열었다.
“미안해요. 시끄러워서 깼구나.”
“아니에요. 그, 우리 회사랑 전화……하신 거예요?”
석현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회사에서 뭐래요? 저 데리러 온대요?”
여전히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 쇳소리가 났다.
석현은 침대 옆에 앉아 눈썹 끝을 내리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호씨, 그…여기는 한국에서 그렇게 간단하게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정호씨도 올 때 힘들었죠?”
위로라도 하는 듯한 다정한 낮은 목소리로 석현이 말을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회사에서 여기까지 아무나 막 보낼 수는 없고 회사 사정과 복잡한 교통편 스케줄 관계로 한국 쪽에서 누군가가 정호를 데리러 오기까지 2주일은 걸린다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2주일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