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석현 씨는 직접 물어보지 않으면 자기 얘기는 잘 안 하는 사람인 걸까.
좋은 사람인 건 맞는 것 같은데 어딘가 조금 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정호는 생각했다.
먼저 식사를 마친 석현은 커피를 한 잔 내리더니 아직 볼을 부풀린 채 빵을 씹고 있는 정호 앞에 앉았다.
훅 끼쳐오는 커피 냄새가 석현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 석현은 아까의 친절한 석현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냉랭한 얼굴이었다.
약간 찌푸려진 미간과 날 선 눈빛.
석현에게는 여기에 있으면서 동시에 여기에 없는 것 같은 한없이 위태로운 분위기가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자신을 보는 정호와 눈이 마주치자 곧 석현의 표정이 금세 누그러졌다.
“커피, 마시고 싶어요?
정호 씨는 아직 커피는 안 된댔어요.
혼자 마셔서 미안해요.”
잠깐 머뭇거리던 석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정호씨, 근데, 그게, 실은 제가 오늘이랑 내일이 엄청나게 바쁜 날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내일까진 좀 정신이 없을지도 몰라요.”
어쩐지 미안한 듯한 말투였다.
어디에 뭐가 있고 몇 시에 뭘 먹으라는 둥 여러 가지 설명과 당부가 이어졌다.
정호는 아직 제가 묵고 있는 방과 거실 이외의 곳은 잘 알 수가 없었지만, 이쪽 방에 책이 많이 있으니 심심하면 읽으라느니, 저쪽 방에 지역 방송밖에 안 나오지만 텔레비전이 있긴 있다느니, 하는 설명을 들으며 정말 크고 복잡한 구조의 집이라는 건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약간 주저하는 듯하더니, 정호가 묵고 있는 방과 반대편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가리키며,
“저 끝에 있는 방에 있을 거예요, 나는.
일할 때는 소리를 잘 못 들으니까, 혹시 정호 씨 몸이 힘들다거나 뭐 필요한 게 있으면 편하게 방으로 들어와서 불러요. “
“집에서 일하시는 거예요?”
“네, 그러니까 정호씰 집으로 데려왔죠.”
석현이 웃으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지금 정호 씨 환자인데 혼자 있으면 안 되잖아요.”
내일까지는 거의 혼자 두는 셈이 되어 버려서 정말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거듭한 석현은 노크를 해도 잘 못 들을 테니까 불편해 말고 그냥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신을 부르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하고는 방으로, 그러니까 자신의 일터로 들어갔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끝까지 말을 안 해주는구나.’
‘고독한 킬러라도 되는 걸까.’
‘아니지. 킬러라면 집에서는 일을 못하지.’
‘그럼 뭐지, 해커? 해커인가?’
‘내일까지 꼭 해킹해줘야 하는 사이트가 있는 건가?’
친절하지만 의뭉스러운 석현의 태도에 정호의 상상은 점점 부풀어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