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5

1222 Words

제15화 진료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 석현은 집을 지나쳐 한참 차를 몰더니 작은 건물 앞에 차를 세웠다. “같이 장 볼래요? 아님 차에서 기다릴래요?” 정호는 흘끗 차창 밖을 보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커다란 종이봉투를 들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 차 트렁크에 박스를 싣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간판의 글자는 여전히 읽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아마도 슈퍼인 듯했다. 붐빈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적하지도 않았다. 정호는 습관적으로 거울을 보았다. 모자도 마스크도 없이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며칠 새 조금 야윈 거울 너머의 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여기가 좀 멀어서, 자주는 못 나오거든요.” 걱정스레 정호를 보던 석현이 느릿한 어조로 입을 뗐다. “그래서 오늘 살 거 되게 많은데…….” 정호는 거울에 시선을 둔 채 석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정호 씨가 여기 차에 혼자 있으면,” 제 이름이 나와 반사적으로 석현을 보니 제 쪽을 보고 있던 짙은 갈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마음 편하게 장을 못 볼 것 같아요, 내가.”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정호는 물음을 꾹, 삼켰다. “그러니까, 같이 가요. 정호 씨.” 짙은 갈색 눈동자는 이제 흔들림 없이 정호를 보고 있었다. 뭐라 이유를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이 사람이 옆에 있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정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 간다, 간다. 흐읍, 정호는 차에서 내려 숨을 들이쉬며 주먹을 쥔 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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