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16

694 Words

제16화 약을 줄였기 때문인지 전처럼 하루 내내 졸리지는 않았다. 자고 일어나서 밥을 먹고, 약을 먹고 누워있다가 또 잠이 들곤 했던 지난 며칠 간과는 달리 정호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시간이 더디게 갔다. 테이블에 앉은 석현은 늘 뭔가를 읽거나 쓰고 있었고, 정호는 집중한 석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또 이렇게 소파에 멀뚱멀뚱 앉아있자니 좀이 쑤셨다. ‘책이라도 읽을까…….’ 정호는 석현이 전에 책이 있다고 말해줬던 방에 가 보기로 했다.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 벽을 더듬어 불을 켰다. 제 시야에 펼쳐진 광경에 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와아,하고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 실로 엄청난 양의 책이었다. 하지만 얼핏 봐도 그 중 한국어로 된 책은 한 권도 없어 보였다. 정호는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왔다. ‘어쩌라는 건지, 나 참. 다 자기 같은 줄 아나.’ 아무런 수확 없이 서재에서 나온 정호는 다시 소파에 앉아 석현을 관찰했다. 집중한 얼굴. 책장을 넘기는 가늘고 긴 손가락. 정호의 시선을 느꼈는지 석현이 고개를 들어 정호를 보았다. 갈색 눈동자가 말없이 왜요,라고 물어왔다. “근데, 석현 씨는 몇 개 국어를 하는 거예요?” 이제는 석현에게 뭔가를 물어보는 데에 정호는 스스럼이 없었다. 제가 먼저 말을 걸면 금방 따뜻하게 색을 바꾸는 석현의 다정한 얼굴이 좋았다. “정호 씨, 막 이번엔 무슨 질문을 할까, 미리 막 생각하고 준비하고, 그러는 건 아니죠?” 석현이 장난스레 너스레를 떨었다. “아니, 보니깐, 영어랑 여기 말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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