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0

1403 Words

제20화 정호는 서둘러 야채들을 썰고 드레싱을 만들었다. “석현 씨, 이제 다 됐…….”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석현은 소파에 앉은 자세 그대로 팔걸이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정호는 발소리를 죽여 가며 얼른 두꺼운 담요를 들고 와 덮어주었다. 담요를 덮어줘도 석현은 미동도 없이 죽은 듯이 자고 있었다. 색색 작게 들리는 숨소리와 규칙적으로 오르내리는 어깻죽지. 정호는 잠든 석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깎아서 만들기라도 한 듯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이렇게 마음 놓고 오랫동안 석현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석현이 깨어있을 때는 석현의 눈이 저를 향하면 어째서인지 오랫동안 마주 바라볼 수가 없었다. 석현이 불편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이제 스스럼없이 장난도 치고 농담도 할 수 있을 만큼 편해졌는데도, 이따금 제가 어째야 좋을지 모르겠는 순간들이 있었다. 연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로 관련된 사람도 아닌,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누군가를 대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제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정호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조금 혼란스러워졌기 때문이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정호는 한 번 심호흡을 하고는, 주섬주섬 조용히 테이블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석현이 깰까 봐 작은 소리에도 조심스러웠다. 랩을 씌운 접시들을 한쪽으로 가지런히 밀어두고 소파에서 잠든 석현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늘 석현이 앉아 뭔가를 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소파가 제일 잘 보이는구나.’ ‘그래서 석현 씨도 늘 여기에 앉는 건가.’ ‘……내가 잘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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