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착각의 힘 덕분인지, 인파 속을 걷는 것은 생각보다 짜릿한 일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치고 주변을 둘러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 아주 보통의 관광 같은 것. 이게 얼마 만인가. 그런데 의외로 석현에게 인사를 해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노점들을 둘러보며 천천히 걷는 동안 벌써 대여섯 명은 석현에게 반가운 듯 말을 걸어왔다. 여전히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석현 씨 아는 사람이 많은가 봐요?” “아, 그냥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에요. 무슨 동네잔치 같은 분위기네요 여기 정말.” 석현이 고개를 작게 내저으며 웃었다. 방에 틀어박혀 혼자 일하는 인상이 강해서인지 익숙한 듯 사람들과 인사를 주고받는 석현이 부쩍 낯설게 느껴졌다. “여기 오니까 내가 되게, 뭐랄까, 튀더라구요. 그래서 몇 번 안 만났어도 그냥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 중 검은 머리칼을 한 사람은 정호뿐이었다. 푸른 눈과 창백한 피부, 레몬색에 가까운 밝은 금발, 그리고 나이 지긋한 은발의 사람들 사이에서 정호는 단연 눈에 띄었다. ‘아, 석현 씨는 눈에 덜 띄려고 머릴 염색한 건가.’ 웃는 석현의 옆 얼굴이 돌연 쓸쓸하게 느껴졌다. “이런 시골에 오는 사람이 없으니까, 정호씨 오기 전까진 유일한 이방인이었거든요, 내가. 게다가 아시아 사람이고. 어찌나 동물원 원숭이 보듯 하던지.” 석현이 한숨처럼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지금은 되게 ‘마을청년1’ 같은 거 알아요?” 정호의 말에 석현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정호도 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