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화 어딘가 식당에 가는 줄 알았더니 석현이 모는 차는 점점 눈 덮인 산길로 들어서더니 한참을 구부정한 길을 따라 달려 꽤 높은 곳에 와서야 멈추었다. “내려요.” “……여기서요?” 정호는 앉은 채로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식당은커녕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그저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 눈 덮인 산 중턱의 작은 벌판이었다. “여기서 내리라구요?” 정호는 재차 물었다. 눈을 부릅뜬 정호를 보고 석현이 소리 없이 웃었다. 그 모습에 돌연 마음이 훅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어 정호는 자기도 모르게 같이 웃고 말았다. “네, 같이 내려요. 여기서 저녁 먹을 거예요” “석현 씨…… 이제 날 여기에 버리려는 거예요? 우리 회사에서 석현 씨 연락처랑, 막 그, 신원정보, 그런 거 다 안다구요.” 정호는 괜히 장난을 치며 겁먹은 얼굴을 해 보였다. 이번엔 석현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낮은 웃음소리가 음악처럼 듣기 좋았다. 희고 긴 손에 얼굴을 묻고 웃는 석현의 옆모습을 정호는 지긋이 바라보았다. 히터를 세게 틀었던 차에서 내리자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 얼어붙을 것만 같은 찬 공기가 화악 몰려왔다. 머리가 얼얼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정호는 문득 숲에서 길을 잃었던 날을 떠올렸다. 그 때 몇 시간이고 눈길을 헤매며 그렇게 생각 없이 차 밖으로 나온 걸 얼마나 사무치게 후회했던가. 정말 내가 바보같이 산책이나 하다가 길을 잃고 이렇게 먼 나라의 숲에서 죽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후회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후회하지 않는 것 같은 게 아니라, 후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