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화 정호는 석현이 언제나처럼 해사하게 웃어 주기를 바랐다. 석현이 ‘나도요, 나도 정호씨 좋아해요’라고 노래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해 줄 것 같았다. 하지만 정호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석현은 눈밭에 커피를 떨군 채 넋이 나간 듯한 얼굴로 말이 없었다. 말없이 정호를 바라보는 석현의 눈에서 똑, 눈물이 흘러내렸다. 한 방울, 두 방울, 닦을 새도 없이. 지긋이 석현을 바라보던 정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석현의 눈물에 파들짝 놀랐다. “……석현 씨?” 석현은 말이 없었다. “석현 씨? 왜…왜 울어요?” 석현이 눈을 질끈 감았다. 후드득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그리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아아,하는 희미한 탄식같은 한숨을 뱉었다. 울음이 묻은 다정한 목소리로, “정호 씨, 진짜 이렇게 무방비하게 낯선 사람을 막 믿어도 괜찮아요? 내가, 내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떡하려고 그래요.” “석현 씨 이제 나한테 낯선 사람 아니잖아요.” ‘이상한 사람도 아니구요’까지 말하자 석현은 질끈 감았던 눈을 떠 정호를 보았다. 짙은 갈색 눈동자가 여느 때보다도 깊고, 진했다. ‘석현 씨는 내가 어떤가요, 좋은가요’하고 정호는 묻고 싶었다. 하지만 굳이 묻지 않아도 그 답은 이미 알고 있다. 정호는 단지 쉬이 전해지지 않았을 제 불확실했던 마음을 이제 확실하게 전하고 싶을 뿐이었고, 말했으니 됐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정호는 복잡한 표정의 석현에게 다가가 넓은 어깨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다 마신 정호의 커피잔에 남아있던 커피 방울이 똑, 똑, 하얀 눈밭으로 떨어졌다. 울음이 섞인 한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