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정호는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퍼뜩 정신을 차려 일어나 앉았다. ‘소파에서 자 버렸구나…….’ 석현이 덮어준 듯한 두꺼운 이불이 찬 바닥으로 스륵 흘러내렸다. 시계는 벌써 열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시간이면 테이블에서 무언가를 읽거나 쓰고 있어야 할 석현의 모습은 어째서인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 해야 하는 작업이 있다며 테이블에 앉은 석현을 남겨 두고 혼자서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자니 왠지 아쉬워 소파에 앉아 석현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렸는데, 기다리다가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모양이다. 문득 어제 석현과의 키스를 떠올린 정호는 귀가 뜨거워져 와 마른 세수를 했다. 붕붕 하늘로 떠오르는 기분이 들면서도 마음 한쪽이 무거웠다. 내일이면 이제 한국에 돌아가는 날이다. 우리는 이제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까지 멀리 떨어져야 하는데, 이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거지. 오늘 하루가 지나기 전에 둘이서 해야 할 이야기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어 정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석현의 방문이 벌컥 열리며 터덜터덜 석현이 걸어나왔다. 어쩐지 안색이 파리하니 안 좋았다. ‘피곤한 건가. 잠은 좀 잔 건가……’ 멍한 얼굴의 석현이 걱정스러워 정호는 저를 보고 가만히 멈춰선 석현에게 다가갔다. 어두운 표정의 석현은 말이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석현 씨, 좀 잤어요?” 창백한 얼굴로 정호를 바라보던 석현이 입을 열었다. “정호 씨,” 이름을 불러오는 석현의 목소리는 버석이는 듯 건조하고 힘이 없었다. 뭐지. 이 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