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33

953 Words

제33화 한 시간 후면 출발해야 한다던 석현은 무슨 준비할 게 그렇게 많은지 거의 한 시간이 다 지나서야 급하게 방에서 나왔다. 의아하게도 아까와 전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손도 대지 않은 듯한 뒷머리가 여기저기 뻗쳐있었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집에서 늘 입는 편한 옷을 입은 채로 서둘러 두꺼운 패딩 점퍼에 팔을 꿰었다. 나갈 준비를 한다더니. 뭐 급하게 해야 할 다른 일이라도 있었던 건가. 정말 멀리까지 가야 하는 모양인지 석현은 지도를 확인해가며 집중해서 차를 몰았다. 중간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는 동안 나란히 서서 커피와 빵을 사 먹었다. 입이 깔깔해 잘 넘어가지 않았다. 석현은 줄곧 이렇다할 말도 없이 눈도 잘 맞춰주지 않았다. 그런 석현이 야속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마음을 저도 왠지 알 것 같아서 정호는 마음이 쓰렸다. 조용히 운전하는 석현을 하릴없이 바라보았다. 석현은 여기에 있지만 없는 사람처럼 희미하고 위태로워 보였다. 늘 금방이라도 연기처럼 사라질 것 같은 아스라한 분위기가 있었다. 석현을 향한 제 마음을 깨닫기 전부터 정호는 석현을 보면 어딘가 허무하게 마음이 아팠다. 정호는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정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석현 씨,” 정호가 입을 열었다. “나 석현 씨 진짜 좋아해요. 많이 좋아해요.” 서둘러 이 마음을 몇 번이고 말해 두고 싶었다. 잊지 않도록. 잊을 수 없도록. “한국 가서도 연락 자주 할게요. 우리 둘 다 바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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