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화 공항에 도착하자 회사 통역 및 해외 업무를 담당해주는 선재의 낯익은 모습이 멀리 보였다. 아, 선재 씨가 이 먼 데까지 데리러 와줬구나. 너무 고맙고 미안하네. 그런데 나는 이렇게 가기가 싫어서, 어떡하지. 어떡하면 좋지. 차에서 내리기 전, 석현이 불쑥 정호의 손을 붙잡았다. 울고 난 처연한 얼굴이 창백했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로 석현은 자꾸 애꿎은 입술만 깨물었다. 정호는 석현의 어깨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요, 말 안 해도. 괜찮아요, 석현 씨.” 정호의 말에 다시 흘러나오는 눈물을 서둘러 훔치며, 석현이 정호의 주머니에 무언가를 넣어주었다. 오른쪽에도, 왼쪽에도. “편지 썼어요.” 너무 울어서 맹맹한 목소리로 석현이 말했다. “한국 도착해서 읽어줘요.” “그건 너무 오래 걸리잖아요.” 애써 아무렇지 않게 엄살을 떠는 정호의 말에 석현이 풋 웃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우는 얼굴이 되어, “그럼, 그러면, 출발하고 나서 읽어요.” 석현은 급하게 쪽지에 전화번호를 쓰더니 그것도 정호의 주머니에 집어넣어주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목소리로, “정호 씨,” 석현은 몇 번이나 정호의 이름을 불렀다. “정호 씨, 연락 기다릴게요. 연락해요.” 그 말을 하는 석현의 눈이 무섭도록 짙고 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