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눕듯이 몸을 누이고 있던 정호는 퍼뜩 몸을 일으켜 앉아 외투 주머니를 뒤졌다. 왼쪽 주머니에서 석현이 적어준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와 함께 네모 반듯하게 접힌 인쇄용지, 그리고 오른쪽 주머니에서는 작은 약 봉지가 나왔다. ‘어? 이 약봉지는...’ 겉면에 쓰인 날짜를 보니 마지막으로 함께 병원에 갔던 날 석현이 건네받았던 그 약봉지인 모양이다. “이건, 그...정호씨 약 아니에요.” 분명 석현은 정호의 약이 아니라고 했었다. 굳이 꼬치꼬치 캐묻진 않았지만 정호는 자연스레 석현의 약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보니 약봉지에는 흘려 쓴 글씨로, J.H SO 제 이름이 확실하게 쓰여 있었다. ‘뭐지...?’ 정호는 서둘러 내용물을 확인했다. 봉투를 뒤집으니 손바닥에 툭, 떨어지는 투명한 약 껍질 안에 나란히 늘어선 익숙한 황갈색의 동그란 알약이 보였다. 여덟 알 짜리였고 그 중 한 알이 비어 있었다. “한 알, 한 알이면 돼요? 응? 정호씨! 내 말 들려? 정호씨! 한 알이면 되는 거야?” 제가 발작을 일으켰던 순간의 석현의 다급한 목소리를 떠올렸다. 정호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그래, 석현씨도 공황장애가 있다고 했지...그런데 왜 내 이름으로 약을 받은 거지? 애초에 이 약을 나한테 왜 준 거야, 자기는 어쩌려구. 한국에 가는 동안 내가 발작이라도 일으킬까 걱정이 돼서 그런 건가?’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조금 아연한 심정으로 석현이 편지라고 했던 아무렇게나 접힌 종이를 부스럭 부스럭 펼쳤다. 편지는 그 흔한 누구누구에게, 혹은 이름을 부르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