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화 석현은 그저 소정호의 연기가 좋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로 통번역계에 발을 내딛자 휘몰아치듯 바쁜 생활이 계속되었다. 휩쓸리듯 하루하루를 보내느라 이렇다 할만한 번듯한 취미도 없었지만 소정호가 나오는 영화만은 나중에라도 찾아서 꼬박꼬박 보았다. 매번 훌륭하게 다른 사람으로 변해 눈빛을, 표정을, 말투와 목소리를 바꾸는 소정호를 지켜보는 것은 쉴 틈 없이 달려야 하는 나날들 사이에서 어딘가 위로가 되었다. ‘그래,’ ‘이런 깡시골까지 와서도 어떻게든 찾아서 봤었지.’ 석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담배를 고쳐 물었다. 석현이 마지막으로 한국어로 번역한 책,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정호가 읽고 있었던 그 책은, 정호가 출연했던 영화의 원작 소설이었다. 소설 번역은 일반 문서 번역보다 훨씬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의뢰를 거절하려고 했지만 제목을 보고 승낙해버렸다. ‘그래, 그때도 생각했었지. 내가 지금 뭐하는 거냐고.’ ‘내가 지금 대체 뭐하는 거지.’ 정호의 보호자 역할을 위임하기 위해서는 신원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에 꽁꽁 감춰왔던 제 정보를 수화기 너머의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술술 뱉으며 몇 번이나 생각했었다. ‘전석현 너 지금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일 주일을 내리 잠만 자던 소정호가 겨우 깨어나 다른 별에 떨어지기라도 한 듯 불안한 표정을 짓는 게 그렇게 신경이 쓰였나. “그, 사실 저는 그, 소정호...라고 하는데요.” 알아요, 알아. 알고 있다고. 소정호를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왜 이렇게 허술한 거짓말을 믿는 거야 당신은. 왜 그렇게 순식간에 경계를 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