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2화 정호의 보호자를 자처하며 회사 측에 제 연락처를 넘긴 이후로 정호와 함께 지내는 열흘 남짓한 시간 동안에 한국에서는 빗발치듯 전화가 걸려왔었다. 석현은 잠자코 전화벨 소리를 무음으로 설정해 두고 정호의 소속사에서 걸려오는 전화만을 받았다. 전화가 올 때마다 전화기는 벨소리 대신 램프를 깜박였다. 정호가 떠나고 혼자 돌아온 방에 쉴 새 없이 깜박이는 그 전화 램프가, 그제야 석현은 무섭게 느껴졌다. 꿈에서 깬 것처럼 제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를 갑자기 깨달은 기분이었다. 석현은 정호가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을 계산해, 나름대로 각오를 다잡고 몇 시간 정도, 한국 번호로 걸려오는 모든 전화를 다 받았다. 하지만 그중에 정호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제게 남은 용기를 쥐어짜 정호에게 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바짝 긴장했던 마음이 무색하게도 없는 번호라는 안내 메시지가 들려올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붙잡았던 희망의 실오라기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이 무너진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니,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래도 이것보단 나을 것이다. ‘안돼. 더 이상은. 나는 그렇게 강한 사람이 아니라고.’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고 번호 변경 신청을 하며 석현은 입술을 깨물었다. 제 사랑에 제가 직접 사망선고를 고하는 기분이었다. 참담했다. 당장 한국에 쫓아갈 수 없는 제 처지도, 그저 그런 보통 사람이 아닌 정호의 위치도 원망스러웠다. 석현은 괴로움을 느낄 새가 없도록 제게 들어오는 작업 의뢰를 닥치는 대로 수락했다. 자는 시간 이외에는 악착같이 일했다. 무언가를 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