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도련님.” “뭐?” 잡아먹을 듯 가까이 다가온 피트의 입에서 엉뚱한 호칭이 튀어나왔다. “원하신다면 다시 귀족가의 일원이 된 것처럼 도련님을 떠받들어 드리죠. 이런 지저분한 일 따위 할 필요 없게끔, 제가 도련님의 안락한 생활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연인이 되어주십시오.” 내리꽂히듯 이어지는 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정말이지 조용하고 눅눅한 광기다. 피부 위로 소름이 돋아났다. “고작 백작의 비서잖아, 당신.”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하겠냐고, 잇새로 흘러나온 대꾸에 단정해 보이는 눈이 휘어졌다. “백작님께 별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비서의 연인이 된 자를 노예로 내버려 둘 정도로 냉정한 분은 아닙니다.” “뭐?” “기억 못 하시겠지만 백작님께서 도련님과 제 관계를 연인이라 칭해주셨습니다. 그 자리엔 도련님의 형제분도 계셨죠.”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그럼 욘이 애인 운운하며 피트의 이름을 언급한 게……. “저도 그리 내키는 일은 아닙니다만, 백작님의 놀음에 가끔 어울려드린다면 백작님은 제게 기꺼이 도련님을 내어주실 겁니다.” 사무적이고 공손한 목소리가 이토록 지독하게 들린 것은 처음이었다. 치솟는 불안감으로 심장이 뛰었다. 피트는 떠는 내가 안쓰럽다는 듯 박동하는 목덜미를 토닥였다. “도련님께도 나쁘지 않은 제안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대로 남은 평생을 노예로 살고 싶은 건 아니겠지요.” “…내가, 당신이 싫다고.” 남자의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귀하게 자라 자존심이 강한 건 이해하지만… 이제 그만 제 사과를 받아들여 주십시오.” 발정한 짐승처럼 날뛰던 때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