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는 ‘거기서 뭐 해?’ 따위의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던지진 않았다. 단지 의아함이 한가득 담긴 얼굴로 연신 내 눈치를 살필 뿐이었다. 태오의 혼란스러움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적절한 변명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입을 닫는 쪽을 택했다. 감이 좋은 녀석이니 어쩌면 대충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애초에 다 큰 성인 둘이 그 좁은 변기 칸 안에 함께 들어가 있던 것부터 무척이나 괴상망측한 일이다. “그래서 바닥이 부서지겠냐?” 화가 가라앉지 않아 잔뜩 힘이 실린 대걸레를 퍽퍽 밀어대고 있으니 태오가 뒤에서 웅얼거렸다. 기분을 풀어주려는 노력이라는 건 알지만 멀쩡한 대답을 할 정신머리가 남아있지 않았다. ‘개자식.’ 꽉 쥔 대걸레 자루가 뿌드득하고 비명을 질렀다. 피트는 제멋대로 사람을 들쑤셔 놓고는 뻔뻔한 얼굴로 자리를 피했다. 걸쇠를 확인한다는 말은 당연히 거짓말이었다는 듯 화장실을 빠져나오자마자 층계를 올라 사라졌다. ‘젠장.’ 분노와는 별개로 세상의 무서움을 하나 깨우쳐 버린 것 같아 입맛이 썼다. 나는 지금껏 내가 혼자 힘으로 알아서 잘 산 줄 알았다. 그러나 나는, 이와라는 이름에 담긴 신분과 명예, 부 따위의 담장 밖에 던져진 ‘나’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존재였다. 내가 기분 내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을 거부할 수 있었던 건 지금껏 든든한 뒷배가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향이 살기 편했다고 기억하는 것은 내가 운 좋게 이와가에 붙어살게 된 기생충이었기 때문이다. 뒷골목의 거지였다면 얘기가 달랐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