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씻고 나가도록 하지. 너는 조금 있다 들키지 않게 돌아가.” 동네 모텔에서 불륜을 저지르는 커플이 이런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머쓱하게 목덜미를 긁적거렸다. 욘은 몸을 일으키다가 잠시 멈춰서 침대에 기대앉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옷으로 다 안 가려지겠는걸.” 말투는 곤란하다는 식이었지만 왠지 표정은 뿌듯해 보인다. 나는 욘의 시선이 닿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뻘건 입술 자국과 잇자국이 목이며 가슴, 허리, 팔, 다리, 어디 하나 빼놓은 곳 없이 가득했다. 누가 보면 피부병이라도 생긴 줄 알겠다. 뭐라 하기도 전에 욘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침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창밖을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 * * 슬금슬금 기숙사 복도를 지났다. 본관을 지나면서 몇 번인가 경비를 마주치긴 했지만 욘의 카드를 들이밀자 다들 별말 없이 길을 터줬다. 권력이라는 게 참 좋다. 이러니 사람들이 타락을 하지.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더듬더듬 내 방을 찾았다. 소등 이후엔 말 그대로 조명을 켜지 않기 때문에 복도는 무척이나 어두웠다. 아직 기상 시간이 되기도 한참 전이었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그 짓을 계속하겠다는 뜻이겠지.’ 문득 욘이 떠올라 심장이 벌컥 뛰었다. 피트가 날 볼 때마다 범하겠다고 선언했을 때처럼 죽을 만큼―또는 죽이고 싶을 만큼―기분 나쁜 건 아닌데 그래도 여러모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욘은 밉살맞긴 해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이란 당연히 그런 의미의 사랑이 아니다. 욘 또한 그런 애정은 없다 선을 긋긴 했지만… 이렇게 얼렁뚱땅 몸을 섞어도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