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냄새가 난다 싶더니 의무실이다. 어제 왔다고 낯이 익었다. 그래도 어제는 멀쩡히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침대 신세구나. 프리다 의원이 나를 내려다보았다. “머리 안 다친 걸 다행으로 여겨. 애도 아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다니. 뭐… 스물이면 애긴 하지만.” 의원이 낄낄거리며 수액을 걸었다. “그런 것까지 맞아야 돼요?” “너 온몸이 너덜너덜해. 기절한 것도 머리에 충격이 가서 그런 게 아니라 기력이 쇠해서 쓰러진 거야. 덩치 믿고 몸을 함부로 굴리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 말에 화들짝 가슴팍을 내려다봤다. 너덜너덜한 작업복이 훤히 벌어져 있었다. 욘이 남긴 음란한 자국이 푸르스름한 의무실 조명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누구랑 노는지까진 안 물어보겠는데 엔간히 하라 그래.” 진짜 짓궂은 할머니라니까. 나는 이불을 끌어 올리며 한숨을 쉬었다. 왼쪽 손등에 주삿바늘이 꽂혀있었다. “원래 노예 놈한테는 이런 거 안 놔주는데 말이야, 보기 딱해서 선심 쓴다.” “예에…….” 의사에게 확인 사살을 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정말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며칠간 잔뜩 긴장한 상태로 지내서 나도 내가 이렇게 힘든지 몰랐다. “저 여긴 어떻게 왔어요?” “어제 왔던 코뼈 부러진 놈이 던져두고 가던데. 네가 갑자기 머저리처럼 계단에 몸을 던졌다고.” 꼴 보기 싫지만 그래도 기절한 사람을 의무실에 데려다놓는 양심 정도는 있는 놈이구나. 생각해 보면 깐족거리긴 했어도 그 새끼 덕분에 산 건 맞았다. ‘진짜 얌전히 살기 힘드네…….’ 밀란 성에 살면서 평범한 숨보다 한숨을 더 많이 내쉬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