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2

2006 Words

욘이 책상을 위협적으로 짚으며 쏘아붙였다. 뜬금없지만 감탄이 나왔다. 사실 저놈도 노예인 건 나랑 마찬가진데 어디서 저런 배짱이 나오는 건가 싶어서. 역시 본인 재주가 뛰어나면 가진 게 없어도 비굴해지지 않는구나. 형이 내심 자랑스러움과 동시에 입이 씁쓸해졌다.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나온다면 어쩔 수 없지.” 눈을 가늘게 뜬 백작이 양손을 들어 보이며 투덜거렸다. “대신 데려가는 것까지만이야. 목적지에 도착하면 페이는 숙소에 놔두는 걸로 해.” “좋아.” 보라색 눈이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고향 술집에서 동네 건달이 저러고 노려보면 눈알을 푹 찔러줬었는데……. 어마어마한 신분 차이가 새삼 원망스러웠다. 백작이 재차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네 그 건방진 표정이 참 꼴린단 말이야.” 느닷없는 성희롱에 어깨가 펄쩍 뛰었다. 욘이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그만 씩씩거려, 욘. 너무 티 나잖아.” 백작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으쓱거렸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낯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징그러운 데다 무섭기까지 한 남자들이 많을 줄은 몰랐다. 욘이 입술을 깨물며 몸을 일으켰다. “준비하고 비행장으로 나와. 한 시간 후에 출발한다.” 사무적으로 전달한 백작이 나가보라는 듯 손을 저었다. * * * 비행장엔 이미 엔진이 켜진 소형 비행선 하나가 웅웅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백작이 즐겨 타고 다니는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닌, 소박하다 싶을 정도로 작은 기체였다. 조종사를 제외하면 수송 인원이 스무 명도 채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알겠어, 페이? 백작 눈에 안 띄게 최대한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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