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아니지 멱살은 왜 잡아, 이 씨…….” “너 새끼가 좆같은 소리를 하니까! 욘은, 욘은 내 애…….” 문득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등줄기에 소름이 돋았다. 벌어졌던 입이 조개처럼 다물렸다. 취했나 봐. 진짜 엄청 취했나 보다. “뭔데 말을 하다 말아?” 까까머리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머저리처럼 웅얼거렸다. “야, 가자. 벌써 저녁이야.” 멱살을 놓고 펠리페의 어깨를 흔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7시가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와서 네 시간 동안 술만 퍼마신 거다. “어차피 오늘 아무도 안 오는데, 뭐.” 펠리페가 피클과 손가락을 함께 씹으며 찡얼거렸다. “오늘 아무도 안 와?” “어. 내일 오후나 돼야 온다고 그랬어, 아빠가.” 사람들 있을 땐 꼬박꼬박 대장님 대장님 하더니 아빠란다. 괜히 웃겨서 피식피식 웃었다. “그래도 가자. 더 마시면 게워낼 거 같아.” 중간에 햄버거를 먹긴 했지만 빈속에 맥주부터 들이부었더니 속이 썩 편하지 않았다. 아쉬운 듯 잔을 바라보는 펠리페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억지로 스툴 밖으로 밀어냈다. “아우, 씨발, 아주 자기 좆대로야.” 펠리페가 구시렁거리며 몸을 일으켜 계산대에 섰다. 펠리페가 목줄을 잡는다고 했을 땐 기분 진짜 더러웠는데, 결과적으로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주둥이에 걸레를 문 게 흠이긴 해도 술친구로는 괜찮았으니까. 내게 아주 친숙한 종류의 바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낄낄거리며 서비스로 받은 캔맥주를 몇 개 들고 가게 문을 나섰다. 그새 해가 떨어졌지만 골목길은 어쩐지 대낮보다 밝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