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다시 만난 당신

3263 Words
"내가 셋 세면 문 열고 바로 들어가는 거다." "나 무서워서 지릴 것 같아." "총 갈기면서 지려." 냉정한 퀸(이서현, 여, 27세)의 말에 티스(정 의, 남, 27세)는 울상을 지었다. 정 없는 새끼……. 낮게 읊조리는 의의 말에 서현은 강아지같이 방긋 웃으며 그와 눈을 마주친다. 의는 그녀가 들었을까 걱정했고, 그녀의 대답은 잔뜩 쫄아 있는 의의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했다. "칭찬 고마워." "……엿이나 까 잡숴." "너도." 서현은 차마 대놓고 하진 못하고 눈으로 욕을 하는 의를 무시하고 하나, 둘, 셋- 작은 목소리로 숫자를 세고 셋과 동시에 문을 발로 뻥 차버리고 총구를 그 안에 있을 사람들에게 들이대며 크게 소리쳤다. "손들어!" 서현은 안에 있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고, 그 남자는 큰 눈으로 장난스럽게 씩 웃으며 가방을 내려놓더니 느긋하게 손을 양옆으로 올렸다. 서현은 잘못 본 건 아닐까, 눈을 끔뻑했지만, 그 남자는 그대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야 저기 능글맞아 보이는 놈 보이냐? 응. 나 갑자기 쓰러지면 그 새끼한테 총 난사해. 뭐? 그럼 난 어떡해? 그건 잘 모르겠고, 내 화병을 없애기 위해 그렇게 해줘. 의는 의도를 전혀 알 수 없는 서현의 말에 씨이- 하며 투덜거렸다. 그 남자 앞에서 다른 가방을 주려던 사람은 그대로 눈을 크게 뜨며 손을 머리 뒤로 감쌌다. 물론, 가방을 들고 있는 채로. 서현을 필두로 의와 함께 온 몇 수색팀들이 창고같이 황량한 곳으로 뛰어들어오더니 두 사람을 향해 총구를 들이밀었다. 서현의 고갯짓에 두 사람에게 다가간 수색팀은 뒷무릎을 퍽 치고 바닥에 무릎을 꿇게 하더니 몸수색을 한다. 별다른 무기가 없는 것을 확인하자 겁에 질린 표정을 지은 남자를 먼저 연행하고는 뒤이어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에게 쇠고랑을 채운다. "잠깐." "네?" "그 사람은 내가 연행할게." "아……. 네, 알겠습니다." 남자를 연행하려던 수색팀 중 한 사람은 서현의 단호한 눈빛에 고개를 끄덕이곤 신경질적으로 남자의 뒤통수를 퍽 때리더니 곧이어 밖으로 나갔다. 뒤통수를 맞은 남자는 떠나가는 남자의 뒤통수를 태울 듯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곧 서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현과 눈이 마주치자 언제 노려봤냐는 듯 부드럽게 눈을 휘며 웃는다. 의는 먼저 나가서 다른 사람이 끌려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통 나오지 않는 자신의 파트너 안부를 위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충격에 빠졌다. "자기, 나 보고 싶어서 찾으러 온 거야?" 저 능글맞은 마약쟁이 새끼가 내 파트너에게 자-기? 아니, 그것보다 저 두 사람 초면 아냐? 의는 벌벌 떨리는 다리로 조심히 서현에게 다가갔다. 의의 인기척을 느낀 서현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의에게 고개를 돌렸다. 서현의 파트너인 티스, 그는 여전히 충격과 공포로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 표정을 본 서현은 인상을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 똥 씹은 표정이 되어버렸다. 저 오지랖 넓은 놈이 들어버렸으니 서 내에 있는 조작실로 몰래 끌고 가서 기억을 조작시켜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했다. 남자는 충격과 공포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의를 보고 고개를 치켜들며 말한다. "저 남자는 뭐야, 그동안 연락 없었다고 그사이 다른 남자 생긴 거야?" "그런 거 아니고 파트너예요." "무, 무슨……." "하- 여긴 내 파트너 티스, 이쪽은……." 너무 놀라,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의에게 서현은 우물쭈물하면서 남자의 정체 밝히기를 꺼렸다. 그것을 눈치챈 남자는 씩 웃으며 수갑을 채운 손을 앞으로 쭉 뻗어 보조개가 있는 볼이 움푹 패게 웃었다. 그 웃음을 멍하니 쳐다본 의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마주 잡았다. 울 엄마는 내가 제일 잘 생겼다고 했는데, 엄마 거짓말쟁이였구나. 참 멀끔하게 생겼네. 아니, 근데 마약쟁인데 무슨 전남친? 마약쟁이랑 사귄거니? 아니 근데 이번 마약 거래 어디에서 한다고 했더라……. 궁금함이 가득 쌓인 얼굴로 바라보니 남자는 호탕하게 와하하 웃어버린다. "로드 A구역 본청 소속 강력부 부장 킹이야. AG 마약 브로커 이름은 판타지." 서현은 남자의 소개에 입을 떡 벌렸다. 활동명 누가 지었어? 왠지 모르게 누군가가 천진난만하게 하하하 웃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최악의 작명센스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서현의 모습에 언제 놓았는지, 의와 손을 놓은 킹은 파리 들어갈라- 하며 서현의 턱을 살며시 잡아 입을 닫아주었다. 킹의 행동에 뒤늦게 놀란 서현은 한 발자국 물러났다. 그 모습을 지켜본 킹(박지용, 남, 28세)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생글생글 웃으며 말한다. "자기, 내 손은 언제 풀어 줄 거야?" "저기요, 우리 헤어졌거든요. 언제까지 자기라고 부를 건데요?" "나는 안 헤어졌는데." "……난 도통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서현은 한숨을 푹 쉬며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는 마스터키로 지용의 손목에 채워져 있는 수갑을 풀었다. 의는 두 사람의 알 수 없는 기류에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나 약간 왕따 당하는 느낌이야. 지용은 제 손목을 꽉 옭아매고 있던 수갑을 풀자, 큰 손으로 손목을 슥슥 문지르더니 이리저리 살펴본다. 서현은 지용의 여유로운 모습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팔짱을 끼운다. "풀어줬으면 빨리 사라져요. 마약 브로커로 잡아 쳐넣기 전에." "말은 그렇게 하면서 눈에선 꿀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은데, 자기?" "다시 한번 자기라고 하면 볼에 바람구멍 하나 만들어 줄 테니까 기대하고." "와우, 여전히 터프 한 것 봐. 그럼 또 봐- 애기야." 지용은 애기야 발언에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서현의 볼에 짧게 키스하더니 가져온 마약 가방을 챙기곤 재빠르게 건물을 빠져나갔다. 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건물을 빠져나가는 지용을 보고 생각했다. 미친놈이다, 퀸이 미친놈에게 제대로 걸렸다. 그 생각을 한 의도 제 볼을 부여잡고 악악 소리를 지르는 서현을 달래주지 않고 조용히 건물을 나와 먼저 차에 올라탔다. 저렇게 흥분 상태라면, 한동안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게 분명하다. 얼마 시간이 흐르고 나서 진정한 서현이 건물을 빠져나와 자연스럽게 조수석에 앉았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소속되어 있는 경찰서로 향했다. 야, 있자나.. 닥쳐. 대화를 하려고 해도 서현은 의의 말을 차단시켰다. 덕분에 의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문 상태로 운전을 해야만 했다. 울고 싶은 하루다. 서로 돌아온 두 사람은 강력팀 문을 뻥-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드롭커피를 내리고 있던 팀장 윈드(오세진, 남, ??세)은 놀라지도 않고 여유롭게 문을 바라봤고, 다른 강력팀의 팀원들은 또 그 녀석들이겠구나 싶어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이번 문 값은 얼마나 나오려나. 워낙 시니컬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나름 인자한 표정을 유지한 팀장에게 다가간 서현은 팀장의 책상을 쾅 내리쳤다. "알고 있었죠?" "무슨 소리지?" "그 망할 브로커, 킹이잖아요!" "워워, 진정해, 퀸." 의의 달램에 잔뜩 빡친 서현은 머리를 마구 털었다. 서현의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뻗친다. 그 모습에도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던 세진은 씩 웃으며 커피 보틀 안에 담긴 새까만 커피를 바라봤다. 서현은 세상 평온한 그 모습에 열이 더 올랐다. 저 새끼 알면서 일부러 나 보낸 거야. 너는 팀장님한테 새끼가 뭐냐 새끼가. 니 전여친을 마약 밀매 현장에서 검거한다고 생각해봐. 와우 이해할게. 짧게 대화를 나눈 의는 결국 그를 달래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가 사건 경위서를 작성했고, 서현은 화가 가라앉지 않았는지 씩씩대며 팀장의 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는 내 자리인데." "커피나 한잔주쇼." "월권이야." "윈드가 한 게 월권이거든요!?" 버럭 소리를 지른 서현의 말에 세진은 결국 차분히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먼저 내린 향긋한 커피에 얼음을 동동 띄워 서현에게 대령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본 의가 나도! 라고 소리치다가 서현이 던진 동전에 이마를 맞고 투덜거리며 밖에 놓인 자판기로 향했다. 그래, 커피 향도 모르는 나 같은 아가 입맛은 설탕 잔뜩 넣은 달다구리한 자판기 음료수나 마셔야지……. 사라진 뒷모습을 본 서현은 컵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여전히 등을 돌린 채 여유롭게 커피를 내리고 있는 세진의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봤다. 등에도 눈이 달린 세진은 서현의 눈총이 여간 따가운 것이 아니었다. 의까지 내보냈으니 아마 이제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겠지. "세진." "쓰읍. 듣는 귀가 많아." "그 사람 여기로 온 거 언제 알았어요?" "……." 불리하니까 입 다무는 것 봐. 서현은 커피를 숭늉 들이키듯 단숨에 들이키더니 컵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는다. 그 커피 그렇게 한 번에 마시면 향 음미를 못하잖아. 세진은 작게 투덜거렸다. 그 말을 끝까지 들은 서현은 방긋 웃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저울질하는 놈은 우리한테 필요 없어요." 단호하게 말한 서현은 팀 방을 나가버렸다. 서현의 말에 쓰게 웃은 세진은 쓰게 웃었다. 그래, 하지만 필요해.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던 세진은 곧 방 가득히 퍼지는 커피향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오늘 막 내린 커피는 단언컨대 세진이 내린 커피 중 역대 최고의 향을 자랑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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