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견디기 힘든 무더위였다.
병실 밖의 회화나무는 기운 없이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었고, 뜨거운 태양에 달궈진 땅에서는 타오르는 열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마치 사람이 밟으면 그대로 타버릴 듯한 열기였다.
"죄송합니다, 저희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소희는 병상에 누워 평온한 얼굴을 한 노인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할머니께서는 편안하게 가셨습니다. 병원에서도 최선을 다했고요."
"지금 떠나시는 게 할머니께는 가장 좋은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고통스러운 항암 치료를 받지 않으셔도 되니까요."
"자식들 중에 따님이 가장 효녀였습니다..."
... 분명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그날이 오자 소희는 견딜 수 없는 슬픔에 휩싸였다.
병원 문을 나서자 머리 위의 태양은 마치 사람을 태워버릴 듯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병원 앞에는 인기척 하나 없었다.
소희는 고개를 떨구었고, 눈물은 마치 끊어진 구슬처럼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이제부터 다시 혼자가 되었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병원 문 앞에 서 있으니 세상이 온통 낯설게 느껴졌고,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목적지 없이 걸었다. 붉어진 얼굴에는 이미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때, 검은색 세단 한 대가 그녀를 향해 돌진해 왔다.
소희는 발밑에 힘이 풀려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유채꽃밭을 연상케 하는 노란색 원피스 아래로 드러난 하얗고 매끈한 다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쓸려 무릎에서 새빨간 피가 배어 나왔다.
"괜찮으세요?"
차 문이 열리며 머리 위로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소희는 애써 입꼬리를 올려 보였지만, 고개는 들지 못했다. 땅에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팠다.
"제가 일으켜 드릴까요?"
눈앞에 갑자기 손 하나가 나타났다.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은 너무나 깨끗해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가까이 다가온 그의 몸에서는 막 깎은 연필같은 은은한 시더 향이 풍겨왔다.
스무 살 남짓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림에서 막 걸어 나온 듯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또래 남자아이들이 여드름으로 고민할 나이에, 그의 얼굴은 마치 도자기처럼 매끄러웠고 잡티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는 더위 때문인지 단추 두 개를 풀어헤치고 있었고, 살짝 드러난 쇄골은 지나치게 금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온몸에서 귀족적인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감사합니다."
소희는 이를 악물고 그의 손목을 잡고 힘겹게 일어섰다.
"많이 다치신 것 같은데, 병원에 모셔다 드릴까요?"
남자는 입꼬리를 올려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의 목소리는 너무나 감미로웠고, 그의 태도는 지나치게 친절했다.
병원... 소희는 방금 그 차갑고 무정한 곳에서 나왔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괜찮습니다. 감사합니다."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제 명함입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연락 주세요."
남자는 미안한 표정으로 금박 명함을 건넸다.
차는 이내 떠났고, 남자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남자는 룸미러를 통해 밖에 서 있는 여자아이를 힐끗 바라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고,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정말 불쌍한 아이군!'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도 오늘처럼 그녀를 괴롭히고 싶은 충동에 휩싸일 것 같았다.
*****
소희는 넋이 나간 채 집으로 돌아왔다. 따뜻했던 그 작은 집에 도착한 그녀는 소독약을 찾아 상처를 소독하고 반창고를 붙였다. 다행히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 무릎이 땅에 부딪혀 살짝 찢어진 정도였다.
밖은 어수선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많은 마을 사람들이 조문을 왔다.
소희는 상복으로 갈아입고 영정 앞에 무릎을 꿇었다.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장례식부터 하관까지 모든 절차를 마무리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소희가 할머니 집으로 돌아오자, 큰아버지 내외와 작은아버지 내외가 그곳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다. 노인이 돌아가시자마자, 그들은 재산을 나누는 데 여념이 없었다.
소희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겼다. 곧 대학교 등록 날짜가 다가왔고,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큰어머니가 다가와 옆에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학교 가서도 우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 키워줬다는 걸 잊지 말라고!"
작은어머니도 지지 않고 거들었다.
"맞아! 우리가 먹여주고 입혀줬으니까 서울대에 갈 수 있었던 거 아니니? 거기에 부잣집 아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눈 크게 뜨고 찾아봐. 하나 잘 잡으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을지 누가 알아!"
"그게 안 되면 일단 차에 타고 나중에 표를 끊으라고!"
... 그들은 마치 모든 희망을 소희에게 걸고 있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요."
소희는 그들의 말을 귀찮다는 듯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보냈다. 가방을 대충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고모 태리는 이미 문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매캐한 배기가스만 남긴 채, 큰어머니는 아쉬운 듯 눈을 떼지 못했다.
"저 벙어리 계집애는 어디서 복이 굴러들어와서 소희가 저렇게까지 챙겨주는 거람?"
"당신도 생각을 해봐. 서울대 나온 조카딸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어?"
큰아버지는 못마땅하다는 듯 그녀를 쏘아보았다.
그들은 속으로 자신의 자식들을 너무 일찍 결혼시킨 것을 후회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소희를 따라 서울에 가서 부잣집 사위를 만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작년에 네 학교에 갑자기 큰 투자가 들어왔다면서? 장학금도 엄청 많아졌다던데?"
가는 길에 태리가 물었다.
태리는 이제 겨우 마흔 살이 넘었지만, 관리를 잘해서인지 훨씬 젊어 보였다. 그녀는 소희의 고모였고, 이번에 할머니 장례식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내려왔다가, 소희를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소희는 부모님 없이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 손에 자랐다. 만약 그녀가 이곳에 남는다면, 아마 저 사람들에게 남김없이 이용당할 것이 뻔했다.
소희는 그녀의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 태리는 소희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네."
소희는 조수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녀의 작은 얼굴은 풀이 죽어 있었고, 매우 지쳐 보였다. "강의실도 새로 리모델링했고, 장학금도 예전에는 20만 원이었는데, 이번에는 200만 원으로 올랐어요."
"지난번에 시청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이 왔었거든."
소희는 미소를 지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 자선 사업을 해야 할 때가 있다.
"혹시 고모가 투자하신 건가요?"
소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아직 투자할 틈도 없었어."
소희는 조금 아쉬운 듯 말했다. "누가 선수를 쳤더라고."
"하지만 누가 투자했든, 우리 소희가 워낙 뛰어나니까 전액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던 거야."
소희는 성적이 우수했고, 이번에 서울특별시 수석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학교에서는 서울대 4년 치 등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학금으로 지급했고, 소희는 한 번에 등록금을 모두 납부할 수 있었다.
태리는 매우 바빴다. 소희를 집에 데려다주고는 곧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그녀는 비록 시골 출신이었지만, 한국의 유명한 재벌가인 정씨 집안에 시집을 왔다.
남편 정범이 얼마 전에 세상을 떠난 후, 그녀는 홀로 회사를 이끌어 가야 했다. 주변은 온통 늑대 무리 같았고, 그녀는 매일매일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며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다.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주변에서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태리는 서울에 단독 주택을 가지고 있었고, 소희를 위해 방을 하나 마련해 두었다.
소희는 별다른 생각 없이 휴대폰을 든 채 생각에 잠겼다.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슬픔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제 할머니도 안 계시니, 앞으로의 길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했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오랫동안 멍하니 있다가, 내일 서울대학교 등록을 위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다음 날, 소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 학교로 향할 준비를 했다. 고모는 그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기 위해 특별히 휴가를 냈다.
소희는 짐이 많지 않았고, 모두 트렁크에 실었다.
고모와 함께 학교 정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많은 신입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소희는 등록을 마쳤고, 경영학과는 인원이 많지 않아 바로 2층 기숙사로 배정되었다.
오늘 그녀가 가져온 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소희가 직접 짐을 들고 올라가려고 하자, 태리가 그녀를 말렸다.
"이런 무거운 일을 어떻게 네가 직접 하니? 청명이 안 보이니?"
태리는 손가락으로 한 곳을 가리켰고, 소희는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한 남학생이 건들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진 그 남학생은 키가 180cm는 족히 넘어 보였고, 모델처럼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파란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하고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그의 머리카락은 소청의 눈을 멀게 할 뻔했다.
청명은 건들거리며 다가와서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엄마, 나 오늘 학생회 신입생 환영회 때문에 바쁘다고 말 안 했어?"
"아무리 바빠도 누나 일보다 중요하겠니?"
태리는 그에게 눈을 흘기며 말했다. "빨리 누나 짐 기숙사에 옮겨다 드려! 내 말 안 들리니?"
고청명은 입을 삐죽 내밀고 나서야 태리 옆에 서 있는 여자아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는 열여덟, 아홉 살 정도로 보였다. 머리를 질끈 묶어 올려 이마가 시원하게 드러나 있었다.
엄마에게 소희가 시골에서 자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는 이미 이 누나가 촌스러운 아이일 거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보다 훨씬 예뻤다.
그녀의 작고 하얀 얼굴은 빛이 나는 듯했고, 전체적으로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마치 첫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험상 연약하고 순진해 보이는 여자아이일수록 더욱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괜히 귀찮은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청명."
청명은 귀찮다는 듯이 자기소개를 하고는 여행 가방을 들고 뒤돌아섰다.
"곰탱이! 누나 기다리게 하지 말고 빨리 갔다 와!"
태리는 서둘러 소희에게 짐을 건네주고는 다시 한번 신신당부를 한 후에야 고급 세단을 몰고 떠났다.
그녀가 소희를 데려오는 길에도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회사 일은 너무 많았고, 또 골치 아픈 일들 투성이었다.
소희를 청명에게 맡기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청명은 무거운 짐을 모두 가져갔고, 소희에게는 작은 가방 하나만 남겨두었다. 소희는 가방을 들고 그를 따라갔다.
소희는 오늘 등록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기숙사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청명은 그녀의 짐을 기숙사 방에 놓아준 후,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고 말했다.
"카톡 아이디 줘."
청명은 그녀를 카톡 친구로 추가하고는, 돌아서서 말했다.
"나 학생회 일 때문에 바쁘니까, 점심때 새로 생긴 식당 2층에서 마라탕 사다가 사무실 206호로 가져다줘."
"알았어."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짐 정리를 시작했다.
청명은 그녀와 나이가 비슷했지만, 딱 이틀 늦게 태어났다. 하지만 일찍 학교에 들어가서 이제 2학년이 되었고, 소희보다 한 학년 위였다.
소희가 간단하게 짐 정리를 마칠 무렵, 다른 여학생들이 하나둘씩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서울대 기숙사 환경은 매우 좋았다. 2층 침대와 책상, 옷장이 갖춰져 있었고, 한 방에 네 명이 생활했다. 독립된 화장실과 최신식 세탁기도 완비되어 있었다.
두 번째로 들어온 여학생은 짧은 머리에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그녀는 소청을 보자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신입생! 나는 서유라고 해. 앞으로 우리는 룸메이트야."
"나는 소희야."
소청은 손을 내밀었다.
"네가 바로 소희구나? 그 수석?"
서유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나는 수석이면 안경 쓰고 공부만 하는 범생이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쁜 아이일 줄이야! 내가 너무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 봐!"
올해 H시에서 수학과 영어 모두 만점을 받은 수석이 나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서로 모셔가려고 전화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하지만 그 수석은 어느 곳에도 연락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조회 수에 목마른 유튜버들도 그 수석을 인터뷰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 수석이 직접 서울대에 온 것이다.
소청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유는 그녀의 순진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세상에! 너 정말 예쁘다! 게다가 착하고 말도 잘 듣잖아!"
"너도 정말 귀여워."
소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오전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고, 소희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서 고청명에게 마라탕을 포장해 가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 벌써 아는 사람이 생겼어?"
서유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
소희는 간단하게 고청명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서유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학생회 부회장이라고?! 세상에! 그는 정말 잘생겼어! 까칠하면서도 멋있다고 해야 하나? 개강 첫날부터 1학년 후배들이 그에게 고백하는 글을 익명 게시판에 엄청 올렸어."
"소희야, 나랑 같이 도시락 갖다 주러 가자!"
서유는 소희의 팔에 매달리며 애교를 부렸다.
"그래."
소희는 흔쾌히 대답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무실 건물 밖은 한산했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소희와 서유는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건물은 교수님들이 업무를 보는 곳이었고,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다.
소희는 206호를 찾아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소희가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순간,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문을 연 남학생은 매우 잘생겼다. 날카로운 눈매와 뚜렷한 이목구비는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는 갈색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하고 있었고,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매우 아름다웠다.
그는 지난번에 길에서 마주쳤던 그 남학생이었다.
"안녕하세요. 누구 찾으세요?"
그는 매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희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열 다섯개의 별처럼 빛났다.
"저... 고청명씨 찾는데요. 안 계신가요?"
소희가 물었다.
"아, 청명이는 방금 교수님께 불려갔어요."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 청명이 누나분이신가요? 청명이에게 누나 이야기를 들었어요. 일단 들어오세요. 청명이 금방 돌아올 거예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이 도시락 좀 전해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천만에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고, 지나치게 친절했다.
두 사람은 계단을 내려왔고, 서유는 그제야 소희에게 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개강 전부터 이서준이 잘생겼다는 소문이 자자했어! 오늘 직접 보니까 정말 잘생겼지? 우리 학교 얼굴마담이야!"
"비록 공식적인 투표를 한 건 아니지만, 다들 그를 우리 학교 얼굴마담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리고 있잖아..."
서유는 마치 수다쟁이처럼 말을 이어갔다. "그는 집이 엄청 부자래! 게다가 이씨 집안의 외동아들이라서, 전국의 대형 마트 절반 이상이 그의 집안 소유래. 매일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버는 돈만 해도 어마어마하다던데!"
"이씨 집안?"
"응! 그 엄청난 부자 이씨 집안 말이야! 성격도 정말 좋아 보였어. 다른 부잣집 도련님들처럼 안 좋은 버릇도 없고, 정말 완벽한 남자 같아. 우리 학교 여학생들의 이상형이라고 할 수 있지!"
"정말 잘생겼어."
서유는 아직도 그의 빠져들 것 같은 눈빛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듯 말했다. "잘생겼지, 매너 좋지, 도대체 어떤 여자가 그를 차지하게 될까?"
소희는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만난 그 남학생은 정말 잘생겼다. 그녀가 이제껏 만나본 어떤 남자보다도 잘생겼다.
게다가 매너까지 완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