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전히 맘속에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도대체 누구였나요? 제희님을 기어이 이렇게 행하게 한 자가?” 최아는 눈을 몇 번 깜빡이며 교활한 웃음을 지었다. “강하익, 네 이 녀석! 앞으로 조정을 거닐면서 이것만큼은 꼭 기억해, 알겠지? 많이 보되 말을 조심하라고.” 그리고 몇 년 뒤, 강하익은 설강과 함께 뛰쳐나왔다 공격을 막게 되었다. 학문을 그렇게도 열심히 닦았지만 결국은 병부시랑으로서 가업을 물려받고 전장에 나갈 운명을 거절하지 못했던 거다. 그래서 전선과 조정의 대신들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황제로 등극한 최현에게 지출금을 애원했으나 결국은 얻어오지 못하고 죽어가게 되었는데. 그런 그가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에서 뇌리를 스치는 한 장면이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죽림의 한가운데 서 있던 둘린 순진하면서도 잔인한 그 얼굴과 그녀가 했던 말들... 똑같은 운명을 설강도 감당하고 있었다. 그도 설강처럼 최아의 입에서 자신만의 대답을 얻고 싶었지만 끝끝내 소원을 달성하지 못하고 모래바람 흩날리는 전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최아는 혼자 쓸쓸하게 궁궐 속을 거닐다 저도 몰래 발걸음은 한강류가 지내는 궁전 앞에 다다랐다. 고개 들어 궁정을 덮고 있는 해의 붉은 빛을 보았다. 그리고 지붕의 모서리마다 자그마한 짐승 모양의 조각상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저것들도 이제 곧 다가올 암흑 같은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건가? 손을 찰싹 맞대고 최아는 혼잣말로 말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부마님이 뭘 하는지나 볼까?” 고분고분 뒤따라 오는 하인들을 이끌고 최아는 궁전 안으로 발을 내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