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서오국은 날씨가 쌀쌀해서 어린 왕자가 아무리 싫어도 옷을 두껍게 입혀야 했다. 왕자는 침대 옆에 팔을 벌린 채 궁녀들이 의복을 갈아입히도록 서있었다. 노란색 안감에 은색 테두리가 있는 흰색 겉옷을 입었는데 얼굴이 더 하얗고 수려해 보였다. 최아는 눈썹을 그리며 미간을 찌푸리고 의복을 갈아입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아픈 허리를 어루만졌다. ‘젊음이 저런 거구나.’ 최아는 밤마다 자기도 모르게 생각하군 했다. ‘나도 이제 보양식 같은 거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눈썹을 다 그린 최아는 검푸른 먹을 내려놓고 한강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옷깃을 정리하며 당부했다. “오늘 오는 손님들은 모두 괜찮은 사람들이야. 그래도 말이 안 통하면 혼자 놀러 가.” 다시 말해 일 만들지 말라는 뜻이었다. 한강류는 콧방귀를 뀌더니 말했다. “그 사람들이 날 건드리지만 않으면 돼.” 최아는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어제 허리에 난 상처가 아직도 따끔거렸다. ‘힘이 이렇게 센데 누가 널 건드리겠어?’ 최아가 왕자의 옷깃을 툭툭 털자 왕자는 최아를 째려보았다. 최아는 한강류의 삐집고 나온 금발을 귀 뒤로 넘기고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 됐다. 가자.” 그녀가 손님을 초대한 별장은 수도 근교에 있는 아주 비옥한 땅이었다. 몇 년 전에 서역의 유능한 공인이 봄날을 유지할 수 있는 특이한 기술을 가져와 최아는 그 기술로 돈을 들여 영원히 시들지 않는 모란을 심었다. ‘9월에 어머니의 생신이 다가오니 그때 모란도 새 꽃을 피우겠군.’ 궁녀들이 저택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