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류는 한 번도 최아에게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함께 잠자리까지 한 사이인데 상대방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 한강류는 기분이 언짢아 복잡한 마음으로 장완의 선물을 받았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책을 펼쳐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책 속의 두 사람은 꽈배기처럼 엉켜있었다. 한강류는 책을 보고 다시 짙은 화장을 한 장완을 보더니 역시 호색한 제희와 친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입으로도 할 수 있는 거였구나.’ 한강류는 한참 침묵하더니 무언가 생각난 듯 얼굴을 붉혔다. 그는 책을 품에 넣어두고 눈길을 돌려 모란을 보았다. 이때 최아가 먼 곳으로부터 걸어오더니 이상한 표정으로 어린 왕자의 붉어진 얼굴을 보았다. ‘누구에게 희롱당했나?’ 최아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장완을 보았다. 그러자 장완은 억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가 괜한 생각을 한 건가?’ 생각을 마친 최아가 말했다. “운지가 왔어. 그리고 몇몇 대신들의 가족들도 왔다고 하니까 가자.” 강보제희가 초대장을 건네고 꽃처녀까지 함께 왔으니 아무도 감히 대접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강보제희의 명성이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지금은 혼인을 맺었으니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 나도 달려와 아부를 떨었다. 강하익은 무거운 마음으로 말을 타고 교외의 별장으로 갔다. 하지만 길에서 원래 성문에서 당직을 서야 할 장군 설강이 멀지 않은 곳에서 느릿느릿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보고 빠르게 다가가 물었다. “너 오늘 당직 아니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