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는 드디어 깨달았다. 한강류가 이 일에 중독된 게 분명했다. 그녀는 예전에는 다른 사람과 귀를 맞대고 속삭인 적도 없었고, 남의 침실에서 하는 잡담을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학자들이 마치 신선계에 가려는 듯한 고고한 자세를 보니, 그들은 이국의 왕자처럼 ‘춘화’를 침대 머리맡의 성물로 모셔 두고 매일 감상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감상은 그만두고, 그는 침대에 있는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 훈련까지 시켰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보는 사람의 눈물을 자아내게 할 정도였다. 주된 문제는 최아가 이렇게 계속하다가는 뼈가 다 부서질 것 같다는 것이다. 그녀는 원래 오만하여 남의 뜻에 맞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낮에는 여러 가지 핑계를 생각하며 거절하려고 했지만, 한강류는 피부가 희고 미모가 뛰어난 금발 미남이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그를 보면 대라신선이라도 마음이 흔들릴 것이니, 미색을 좋아하는 강보제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다. 소위 '지혜가 색에 흐려진다'는 말처럼, 제희도 예외는 아니었다. 최아는 생각할수록 우울해졌다. 그녀는 한강류를 다시 보았다. 한강류는 그녀의 원망 어린 눈빛을 보고 이해하지 못했다. 최아는 어린왕자에게 다가가, 오늘은 쉬자고 권하려 했지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 다른 말로 바꿨다. 최아가 물었다. "너는 어떻게 황제께서 곧 가을 사냥을 하실 것을 알았느냐?" 한강류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웃었다. "너희 서오국은 매년 가을 사냥을 하지 않느냐?" 그는 태연하게 말했지만, 최아는 좀 부끄러워졌다. 가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