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다 받아요

5000
허세가 아니라 실제로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많은 남자는 하루만에 이억이 넘는 큰 빚을 정리해 준 것이 사실이었고 차우빈은 그저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는 것을 잘 알지만 훅치고 들어오는 직설적인 답이 살짝 당황스러운 듯 초희는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저를 바라보고 있는 우빈과 눈을 마주쳤다. 살짝 당황하는 듯한 초희를 본 우빈은 설핏 미소를 지으며 초희가 궁금해하는 것을 제대로 알려 주었다. "사채 빚을 갚아준 이유는 그렇고 은초희 학생 고등학교를 바꾼 이유는 나한테 큰 도움을 준 것도 이유도 있지만 은초희 학생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어요" 제가 마음에 들었다는 차우빈 말에 그렇지 않아도 커다란 눈이 새벽에도 빛을 발하며 저를 보자 우빈은 미소를 지었다. 말 뒤에 웃어 보이니 마음에 들었다는 말은 그저 지나가는 말로 했다고 생각한 초희는 우빈에게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저희 아빠가 아저씨한테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사채를 갚는 걸 도와주셔서 저랑 언니가 나쁜 일을 당하지 않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보답하셨으니까 앞으로는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내 사람한테 인색한 사람 아니에요. 그러니 은초희 학생이 내 품에 있는 동안에는 최고로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게 할거에요" 자신을 제 사람이라 말하는 차우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초희는 다정한 눈빛과 말투와는 다르게 피곤해 보이는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새벽에 집에 들어온 사람을 자신이 귀찮게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시간을 뺏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귀가가 늦었는데 제가 너무 말이 많았네요. 그만 제 방으로 갈테니까 얼른 주무세요" 자리에서 일어난 초희가 테이블을 정리하려고 하자 우빈은 초희 손을 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정리하고 치우는 건 내가 하면 되니까 방으로 가자. 방까지 데려다 줄게" "아저씨 방 들어오면서 보니까 제 방이 옆이던데요. 거기까지는 혼자 갈 수 있어요" "나랑 한집에서 자는 첫날이니까 내가 데려다 주고 싶어서 그래" 제 손을 잡은 차우빈이 방문이 아니라 책장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우빈이 이끄는 대로 조용히 그를 따라갔다. 책장 모서리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니 뒤쪽에 빈공간이 있었고 그 사이에는 작은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멀리서 보면 책장과 벽이 붙어 있는 듯 보였지만 가까이 가니 둘 사이에는 꽤 넓은 공간이 있었다. 제 손을 꼭 붙잡은 우빈이 안으로 들어가 벽면을 만지자 벽이 열리듯 문이 열렸고 초희는 놀란 눈으로 열린 벽과 차우빈을 번갈아 보았다. 토끼처럼 커진 눈으로 신기한 듯 바라보는 초희를 데리고 옆 방으로 건너간 우빈은 초희에게 비밀 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앞으로 내 방으로 오고 싶으면 이 문으로 들어오면 돼요” “제 방이 아저씨 방이랑 연결 되어 있네요” “비밀 문은 은초희 학생을 제외하고는 순길이만 아는 곳이에요. 순길이가 누군지는 알죠?” 차우빈의 물음에 초희는 머리를 끄덕였고 우빈은 잠자리에 들라며 초희를 침대로 데리고 갔고 초희는 차우빈 말대로 침대로 올라가 자리에 누웠다. "잘자고 내일 봐요” “아저씨도 안녕히 주무세요” 작은 조명을 켜둔 채 우빈은 비밀 문을 통해 제 방으로 건너가는 동안 침대에 누워있던 초희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곤 문이 완전히 닫히자 눈을 감았다. ▷▷▷ “우빈이는 몇 시쯤에 들어왔다고 해요?” “새벽 세시가 다 되어서 돌아오셨다고 합니다” “순길이도요?” “최순길은 방금 전 돌아와서 숙소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매장을 오픈 하길래 한 명은 새벽에 들어오고 한 명은 밤을 새고 아침에 들어오는지..” “도련님께서 아침 식사에는 참석하지 못한다고 메모 남기셨습니다” "점심에는 나온다고 하던가요?" "네, 점심식사에는 참석하신다고 하셨습니다" "알겠어요" “김 여사한테 밤새 일하느라 힘들었을 테니 우빈이랑 순길이 점심은 따로 준비하라고 하고 직원들도 같이 일했던 직원들도 많을 테니 직원숙소 식사에도 신경 쓰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최윤희실장에게 우빈의 귀가시간을 확인한 여진은 늦게까지 일한 제 아들과 직원들을 위해 점심준비에 신경을 쓰라 이르고는 현관으로 걸어갔다. 아침에 방을 나설 때 방문에 붙여져 있던 메모지에 점심식사에 초대한 손님 명단과 식사 후 별채에서 회의를 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던 여진은 별채를 정리하기 위해 내실청소를 담당하는 직원들을 대동하고 별채로 향했다. 차우빈과 국화 차를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던 초희는 잠든 지 세 시간 만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기는 했지만 자신이 해결할 수 없었던 어려운 문제가 해결된 덕분인지 아주 오랜만에 꿈도 꾸지 않고 단잠을 자고 일어나 몸도 머리도 개운했다.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피곤한 얼굴이었던 차우빈이 깰까 초희는 조심조심 방문을 열고 발끝을 들고 복도를 걸어 맞은편에 있는 욕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고 양치를 했다. 바지에 후드 티셔츠를 입고 일층으로 내려갔으나 아무도 없는 것을 본 초희는 자신이 할일이 없기에 본채 밖으로 나갔다가 생각보다 억세가 찬 바람에 현관문을 닫고는 이층으로 쪼르륵 달려가 도톰한 패딩을 위에 걸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초희 학생도 일찍 일어났네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산책 나왔어요?" "네, 이사장님은 어디 가세요?" “별채에 가는 길인데 구경하러 갈래요?” “제가 따라가도 될까요!” “그럼요, 같이 가요” 같이 식사도 하고 하룻밤을 지내서 그런지 이사장님과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초희는 이사장님을 따라 별채로 향했다. 초희를 데리고 별채로 간 여진은 직원들이 내부를 정리를 하는 모습을 살펴본 후에 초희에게 별채를 구경 시켜주었다. 별채 일층은 대기공간인 듯 의자들이 벽을 따라 빙 둘러 놓여져 있었고, 이층은 커다란 테이블과 책장에는 다양한 전자기기와 전문서적들이 놓여져 있었다. 초희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거실과 연결되어 있는 실내베란다에 다양한 꽃들이 무척이나 잘 가꾸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꽃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초희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여진은 좋아하는 꽃이 있는지 물었다. "초희 학생은 좋아하는 꽃이 뭐에요?" "특별히 좋아하는 꽃이 있지는 않아요. 그런데 저기 있는 꽃들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은 아닌 것 같아요" "대부분 난 꽃인데 초희 학생 말대로 흔하지 않은 종이 꽤 있어요" 밖에는 아직 겨울바람이 차가웠지만 난 꽃을 키우는 별채 실내베란다는 봄처럼 따뜻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난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여진은 사계절 내내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 꽤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사장님과 별채를 구경을 마치고 정원을 한 바퀴 돌며 산책까지 마친 초희는 아침식사가 준비되었다는 전언을 듣고 이사장님과 식당으로 갔다. 아침식사는 다른 사람 없이 이사장님과 단둘이 했지만 학교 얘기와 중학교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했다. 아침식사를 끝내고 학교에서처럼 아침 아홉시부터 책상에 앉아 고등학교 영어강의를 시청하고 해당 회차 문제집을 풀던 초희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 방문을 여니 문 앞에 차우빈이 서 있었고 초희는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잠깐 들어가도 될까요?” “네” 샤워를 하고 온 것인지 머리카락은 촉촉한 물기가 남아 있었고 방안으로 들어오는 그에게서 어른 남자의 향기가 맡아졌다. “여학생 방이라고 하기에는 삭막한 느낌이 들기는 하네요” “제 취향도 그렇게 여성스럽지는 않아요. 생활하는데 불편한 것도 없어요” “이렇게 삭막한 공간에서 지내다 보면 감수성이라는 게 사라질 거에요” “아저씨 방도 제 방이랑 비슷하던데요” “그 말은 내가 감수성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는 뜻이에요?” 우빈이 몸을 돌려 저를 바라보자 초희는 머리를 살살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말했다. “아저씨가 감정이 없어 보인다는 뜻으로 말한 게 아니라 환경과 상관없이 아저씨도 좋은 어른이 됐으니까 저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뜻으로 말한 거에요” 답변이 마음에 들었는지 머리를 끄덕인 우빈은 침실 가운데에 있는 이인용 소파에 앉았다. “가구까지 손대기에는 너무 일이 커질 것 같아서 침구랑 소품들 위주로 초희 학생한테 어울리는 걸로 교체해달라고 했으니까 오늘 중으로 교체가 될 거에요. 원래는 같이 밖으로 나가서 원하는 걸 구매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겨서 최윤희실장한테 부탁했으니 잘 골라 주실 거에요” “그렇게까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초희 학생!” “네!” 초희가 저와 눈을 맞추자 우빈은 제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고 초희는 우빈의 앞으로 걸어왔다. 제 앞에 멈춰선 초희 손을 잡아 제가 있는 곳으로 끌어당긴 우빈은 자신의 다리 사이로 들어온 초희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 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뭐든 최고로 해 주겠다고 했던 말 그냥 해본 말 아니에요. 그리고 초희 학생이 마음에 들었다는 말도 진심이고. 그러니까 내 품에 있는 동안에는 내가 해주는 건 뭐든 다 받아요” 담보라고 생각하고 들어온 집에서 아무일도 하지 않고 이리 넓은 방에서 공부만 할 수 있는 걸로도 감사한 일인데 자신이 마음에 든다는 말까지 들은 초희는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차우빈 눈을 피해 시선을 바닥으로 내렸다. "내가 나이가 높으니까 이름으로 불러도 될 까요?" 차우빈 물음에 초희는 시선을 바닥에 둔채 그리하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우빈은 자신 외에 최순길도 이름으로 부르고 편하게 대할 것이나 나머지 직원들은 존대를 할 것이라 일렀다. "학교에 관련된 일이나 학업은 어머니가 신경을 쓰실 거야. 입학한 후 필요하다면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을 붙여 주실 수도 있는데 그 전까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나한테 물어보고" "일 다니고 계시는데 밤에 공부도 봐 주시게요?" 어제 제가 늦게 들어온 것을 보고는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 듯한 초희에게 우빈은 자신은 아직 학생이라 말했다. "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물어봐도 돼" "네" "나한테 또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아니요, 없어요" "그러면 이제 점심 먹으러 같이 내려가자" 자리에서 일어난 우빈은 초희 손을 잡고 방문을 열고 이층 복도를 걸었고 계단 앞에 도착하자 초희는 우빈이 잡고 있는 제 손을 그의 손에서 빼내었다. 제 손에서 초희가 손을 빼내는 것을 지켜보던 우빈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고 먼저 계단 아래로 내려섰고 초희도 뒤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차우빈을 따라 식당에 들어온 초희는 아침 식사 때와는 달리 점심시간에는 테이블에 사람들이 차 있는 것을 보고는 조심스럽게 움직여 아직 도착하지 않은 이사장님 옆 자리에 앉았다. 초희가 어머니 옆자리에 앉자 우빈은 초희 옆에 앉으며 클럽에서 밤을 새운 순길이에게 고생했다 말했다. 전필용을 호텔방에 올려놓고 새벽으로 집에 귀가한 최두식은 아침에 일어나 휴대폰으로 우빈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하고는 점심시간에 맞춰 성원재로 들어왔고 그건 변종현실장도 마찬가지였다. 송도와 원일에게 클럽 뒷정리를 맡기고 아침에 퇴근한 순길은 네 시간도 자지 못하고 점심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들어왔다. 우빈과 초희가 도착한 후 이사장과 차희태회장이 도착하자 점심식사가 시작되었다. 이사장님과 우빈이 사이에 새로운 얼굴이 있었지만 최두식전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어린 여자와 우빈이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다. 어제부터 궁금한 것이 많았던 차희태도 아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았지만 무언가를 물어보면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일 듯한 우빈의 상태에 회사에 대해서 간간히 대화를 할 뿐 조용히 식사만했다. “호칭은 어떻게 할까요?” 식사를 하던 중 순길이 주어가 없는 질문을 던지자 식사 중인 사람들 시선이 우빈에게로 쏠렸지만 우빈은 반찬을 집으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직원들은 아가씨로 부르라고 전달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순길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초희가 누구인지 모르는 최두식전무랑 누구인지는 알지만 호칭을 도련님이 정하는 것에 놀란 변종현실장의 시선은 회장님에게로 향했다. “제가 모신 손님이라 호칭을 제가 정하는 거에요" "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우빈이 제 손님이라고 말하자 최두식은 그러냐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 “변 실장님이랑은 어제 저녁에 봤으니까 건너뛰고 전무님은 오늘 처음 보니까 소개할게요. 어제부터 성원재에서 살고 있는 은초희 학생이에요” “반가워요” 저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최두식에게 인사를 하려고 초희가 일어나려고 하자 우빈은 한 손가락으로 초희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제 어깨를 누르는 손길에 초희가 저를 돌아보자 우빈은 앉아서 인사해도 된다고 일러 주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최두식전무님이라고 강령저축은행에서 일하고 계시는 분이야. 그리고 어제 본 저 아저씨는 변종현실장님으로 회장님이랑 늘 함께 다니는 비서실장님. 두 분 다 집에 자주 오시는 분들이니까 자주 보게 될 거에요” 제가 잘 들을 수 있도록 우빈이 제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기울여 설명을 해주자 초희는 머리를 끄덕이며 이름과 얼굴을 기억했다. 여진은 물론이고 차희태도 최두식과 변종현도 다정하게 초희라는 학생을 챙기는 우빈을 보느라 식사가 잠시 멈춰졌고 순길도 예외는 아니었다. 성원재로 들이겠다고 했을 때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예상보다 더 살뜰히 아가씨를 챙기는 모습에 벌써 일을 치른 것은 아닌지 걱정 되었다. 식사가 끝나고 속도가 굼뜨는 노친네 들을 기다리는 동안 우빈과 순길은 별채 일층에서 창문으로 일광욕을 즐기며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우빈이 갑자기 제가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는 뜬금없는 말을 하자 순길의 미간에 주름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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