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분할 정도로

5000
초희 말에 핸드폰 너머에서 은철의 멋쩍은 웃음 소리를 흘렸다. “아빠! 엄마한테 나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_"알았어. 어디에서든 공부 열심히 하고 밥 잘 챙겨먹어” “그럴게요. 끊어요” ***** 술을 워낙 좋아하고 잘 마시는 전필용이 얼큰하게 취할 때까지 술잔이 비지 않도록 계속 술을 채워주는 최두식전무에게 늙은이 뒤처리를 맡기고 우빈은 블랙클럽으로 향했다. 예상했던 시간보다 카지노에서 보낸 시간이 길어진 탓에 우빈이 클럽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리가 끝난 상태였다. 외부에서 클럽을 백업하고 있다가 느닷없이 파도처럼 들이닥친 낯선 사람들에게 클럽을 넘긴 블랙조직원들은 뒤를 칠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백호가 나타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났다. 말없이 사라지는 조직원들을 지켜보던 우빈이 손을 들자 송도가 그에게 다가왔다. “조직원들이 전 사장하고 내일까지 연락 못하도록 전무님이 만들어 놓을 테니 밤사이에 큰 일을 없을 테지만 혹시 모르니 단단히 준비하고 아침에 순길이랑 교대해줘” “알겠습니다” “충재는 원일이랑 교대해주고” “네” 클럽을 접수하면서도 영업을 놓치지 않은 순길을 생각하며 클럽내부를 둘러본 우빈은 사무실로 걸어가면서 송도로부터 매출장부 외에 꼼쳐 둔 현금을 모아둔 금고와 도청과 영상자료까지 확보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내일아침에 송도가 교대하러 오면 나한테 보고 안해도 되니까 쉬러 들어가서 일어나면 와” “네” “클럽은 오늘까지만 영업하고 당분간 쉴 거니까 송도한테 깔끔하게 정리해 놓으라고 해” 조직에서 일 순위 보호대상인 백호가 클럽을 장악했기에 강령에 있는 블랙조직원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들 숙소에 모여 전필용 사장에게서 연락이 올 때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고생하셨습니다. 도련님” 새벽이 된지도 한참이 지나서야 벙커로 도련님이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원일이 그를 맞았다. “성원재는 어때?”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서야 성원재에 들어갈 방법은 없으니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부에 있다는 거 잊지마. 쥐새끼 때문에 난리 났던 거 벌써 잊었어!” “죄송합니다!” “회장님 성원재로 들어오셨고 본채 게스트 룸에 짐 푸셨습니다” 머리를 끄덕이며 사무실로 들어 간 우빈은 냉장고에서 차가운 커피를 꺼내 자리에 앉으며 원일에게 독방에 가둬두고 있는 놈들을 하나씩 불러오라고 했다.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확인할 것만 빨리 확인하고 끝내자” 서울에서 수집한 자료와 사채업자사무실에서 가지고 온 서류들을 대조하면서 자신이 세웠던 가설이 얼마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빈은 사채사무실 운영한 책임자와 은철에게 사채사무실을 소개한 동우라는 남자를 차례로 만났다. 강령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유명한 얼굴을 마주한 동우는 자신이 왜 끌려왔는지 이유를 알고 있기에 차우빈이 질문을 하기도 전에 제가하던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자신은 한 명당 수수료를 받으며 사무실책임자이자 사장인 한길이 지명한 사람들을 작업해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도록 만든 후 돈을 다 잃어 도박자금이 없어지면 낮은 이자로 사채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소개해 주었다고 말했다. 동우와 이야기를 끝낸 차우빈은 사채사무실 운영자인 한길은 심문실로 불렀다. 심문실로 불려온 한길은 자신은 사람들을 불러오라고 시킨 적이 없다며 동우의 말을 부정했지만 사무실에서 동우를 비롯해 여려 명에게 성공수수료라는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하고 사인을 받은 영수증과 내역이 있는 장부를 내밀자 입을 닫았다. 술도 마신데다 새벽이 넘은 시간이기에 더는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았던 차우빈은 사실확인을 빠른 시간 내에 하기 위해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몸을 사용하기로 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없는 곳을 공략해 최단시간에 입을 열게 만들기로 결정한 우빈은 심문실 안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을 향해 손을 들었다. 지시를 받은 직원들이 자신을 의자에 단단히 묶은 후 뒤로 물러나고 차우빈이 눈 앞으로 다가오자 성원재 사람들에게 붙잡히면 시체가 되어서도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문을 들었던 한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 하겠다며 차우빈이 손을 대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 식사가 끝나고 변종현실장까지 퇴근 하고 혼자 응접실에서 신문을 보던 차희태는 저녁 산책을 마치고 내실로 들어오는 이사장을 보더니 읽고 있던 신문을 다리에 잠시 내려 놓았고 여진은 제 뒤를 따라 들어오는 최윤희실장을 돌아보았다. “우빈이가 많이 늦을 거 같으니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걸로 준비해 놓고 퇴근하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응접실을 가로질러 자신이 있는 소파로 와 앉자 차희태는 눈치를 보는 듯 곁눈질로 여진을 바라보았다. “하실 말씀 있으면 뜸들이지 말고 하세요” “우빈이는 무슨 일로 이렇게 늦어요?” “우빈이도 순길이도 자세히 말을 하지 않고 나가서 잘은 모르지만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늦는다고 하는 걸 보니 어디서 매장을 새로 오픈 하나 봐요” “무슨 매장이요?” “우빈이가 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랑 식당이 있으니 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이사장 말에 차희태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신문을 들다가 다시 질문을 했다. “그런데, 은초희라는 아이는 우빈이랑 어떻게 아는 사이에요?” “우빈이 말로는 초희 학생 아버님이 자신이 하는 일에 큰 도움을 줘서 초희를 자신이 돌봐주기로 했다고 들었어요” “우빈이가 저 학생을 돌봐주기로 했다는 말이에요?” 아들이 누군가를 돌봐준다는 말에 의구심이 들었는지 제차 묻는 질문에 여진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남편인 차희태를 바라보았다. “우빈이가 차갑게 보이기는 해도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한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요. 그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부탁한 학생 하나 거두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닌데 왜 그런 얼굴이세요" "성원재에 누군가를 들이기로 결정했다는 게 의외라서 그랬어요" 머리를 거치지 않고 입에서 먼저 나간 말이 이사장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아 챈 차희태는 에둘러 상황을 모면하고는 신문으로 시선을 돌렸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최윤희실장이나 김여사 퇴근 전에 말씀하세요. 저는 들어가서 쉬어야겠어요” 새벽이나 되야 들어올 듯한 우빈을 기다리는 것을 포기한 여진은 제 방으로 향했다. ***** 도련님과 블랙클럽까지 같이 갔다가 성원재로 먼저 복귀한 충재는 새벽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도련님이 성원재로 복귀하자 그제서야 비상 경계근무를 서고 있던 직원들 중 일부를 해산시켰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잡아온 놈들은 빨리 입을 열어서 힘들지 않았는데 늙은이가 생각보다 술을 잘 마셔서 카지노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어. 여기는 별일 없었지?” “네, 이사장님이 도련님 언제 들어오시는지 계속 확인하시다 늦게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아침은 건너 뛴다고 메모 남겨 놔” “알겠습니다. 늦게까지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녁 아홉시가 되면 내실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기에 깊은 새벽시간이면 자신이 내뱉는 숨소리가 들릴 만큼 조용했기에 우빈은 피곤한 몸임에도 발소리를 죽이고 응접실을 걸었다. 제가 이리 발소리를 죽이고 걸어도 어머니 귀에는 들리기에 조용히 계단을 올라가면 밖으로는 나오지 않으시니 서둘러 계단을 올랐다. 발소리를 죽이고 이층 복도를 걸어 자신의 방으로 향하던 우빈은 제 옆방에서 누군가 나오는 것이 보이자 움직임을 멈추고 그 자리에 검은 실루엣이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층 창을 통해 들어오는 정원 조명이 비추는 검은 실루엣의 크기가 상당히 작아 의아하게 생각한 우빈은 오늘부터 이층에 저와 함께 지낼 사람을 순길을 보내 데리고 왔다는 것을 기억해내고는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움직였다. 아빠랑 통화를 하고 잠시 쉬겠다는 생각으로 침대에 누웠던 초희는 그대로 잠이 들었다. 중학교에 다니면서부터 다섯 시간 이상은 자본적이 없던 때문인지 잠든 지 정확히 다섯 시간 만에 눈을 뜨게 되었다. 새벽 두시가 넘은 시간에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 잠을 청하려고 책장에 있던 고전문학 책을 꺼내 침대에 누워 펼치기는 했지만 내용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잠도 오지 않았다. 그러다 저녁자리에서 이사장님이 알려준 대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면 숙면에 도움이 될까 해서 방을 나섰다. 집안이 너무나 조용했기에 작은 소음도 나지 않게 하려고 아주 천천히 방문을 닫은 초희는 뒤로 돌아서다 저를 내려다 보고 있는 커다란 실루엣에 놀라 입을 막으며 벽으로 몸을 붙였으나 다리가 풀렸는지 아래로 주저 앉았다. 어두운 복도가 익숙했던 우빈은 문을 닫고 있는 초희 뒤에 서 있다가 자신을 보고 놀랐는지 바닥에 주저 앉은 초희를 보고는 서둘러 핸드폰 조명을 켜고는 자신도 자세를 낮춰 초희를 살폈다. “미안해요. 이렇게 놀랄 줄 알았으면 오면서 이름을 부를 걸 그랬네요” 뒤에 서 있던 사람이 차우빈이라는 걸 알게 된 초희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어내었다. 우빈은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초희 팔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혼자 설 수 있겠어요?" "네" "학생은 이 시간에 자고 있어야 하는 데 안자고 왜 방을 나와요” “저녁에 일찍 잠들었다가 깼더니 잠이 안 와서 주방에 가려고 나왔어요” “주방에는 왜요?” “따뜻한 차 한잔 마시면 잠이 올까 해서요” “그럼 나랑 같이 가요” “어디 있는 줄 아니까 혼자 가도 괜찮아요” “내실에 불을 켜두지 않으니 익숙하지 않아서 계단에서 넘어질 수도 있어요” 핸드폰 조명으로 복도를 비추며 우빈이 앞서가자 초희는 우빈 뒤에 바짝 붙어 그를 따랐다. 주방에 저를 위해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어 놓고 먹고 자라는 메모도 남겨 두었지만 우빈은 초희가 고른 찻잎과 뜨거운 물과 다간, 찻잔 두 개를 트레이에 담았다. 트레이를 들고 초희와 이층 제 방으로 들어 온 우빈은 트레이를 내려 놓으며 초희에게 말했다. “차가 우러날 동안 샤워하고 나올 테니까 잘 만들고 있어요” 제 방에 욕실이 있었으나 초희가 방에서 차를 우리고 있어야 했기에 우빈은 제 방 건너편에 있는 욕실을 사용하기 위해 갈아 입을 옷을 챙겨 방을 나갔다. 우빈이 알려준 대로 도기로 된 주전자에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초희는 주인의 허락으로 들어온 방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방안에 있는 모든 물건들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질서정연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하얀색 벽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가구가 짙은 그레이와 블랙으로 꾸며져 있었다. 방안을 둘러 보다 책장에서 제가 보고 싶었던 책을 발견한 초희는 책을 들고 테이블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쳤다. 제가 들고 있는 책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를 좋아해서 몇 번이나 보았기에 어떤 내용인지 알고는 있지만 영어원서로 된 글을 읽으니 알지 못하는 단어들이 문장마다 눈에 띄었다.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오던 우빈은 책을 읽고 있는 초희를 보고는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차 마시고 다시 잔다면서 책을 읽으면 어떡해요” 조용했던 방안을 울리는 목소리에 초희는 고개를 들어 우빈을 올려다 보았다. “책을 보면 더 졸리지 않을까 해서요” 손에 들려 있는 책을 테이블에 올려 좋은 초희가 다간을 들어 차를 따르려고 하자 우빈이 초희 손목을 살짝 잡았다. “내가 할 테니까 보던 거 마저 봐요” “아니에요, 읽다 보니까 모르는 단어가 계속 보여서 포기하려고 했어요” 제게 다관을 넘긴 초희가 책 읽기를 포기하려고 했다는 말에 우빈은 미소를 지으며 초희 앞에 있는 찻잔에 차를 따라 주었다. “아직 뜨거우니까 천천히 마셔요. 영어 잘한다고 들었는데 모르는 게 있어요?” "저도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였나 봐요. 책을 보니까 모르는 게 많더라고요 " 차를 다 따른 우빈은 창문 쪽으로 걸어가서는 창문을 조금 열어 하루 종일 닫혀 있어 무거워진 방안에 시원한 공기를 넣었다. “춥지 않죠?” “네” “아직 고등학생인데 모르는 게 있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외국어는 공부를 할 수록 처음보는 단어들이 많아지니까 낙담할 필요 없어요" "아저씨도 모르는 게 있어요?" “대학교에서 영어로 된 원서 보면 깜짝 놀랄 거에요” 초희는 머리를 끄덕이고는 우빈이 따라 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우리 집에서 한 첫 식사는 어땠어요?” “이사장님이랑 회장님 그리고 변 실장님이라는 분도 함께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어른들이랑 식사하는 거 쉽지 않았을 텐데 고생했어요" "이사장님이 편하게 해주셔서 좋았어요" 우빈은 머리를 끄덕였다. “집안 구경도 했어요?” “최 실장님이 안내해 주셨어요” “앞으로 지낼 방은 마음에 들어요?” 찻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 놓으며 초희가 머리를 끄덕였다. “저,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까요?” “물어봐요” “이사장님이 제가 예인고등학교로 입학할거라고 하셨는데 사실이에요?” “맞아요” “예인 고등학교가 마음에 안 들어요?” “아니요. 학교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전학까지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서요” “여기서 강령고등학교까지 통학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 시간활용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거에요. 그리고 초희 학생 성적이면 예인고등학교에서도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거라 그렇게 정했는데 당사자 의견을 안 물어보고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마음 상했어요?” “그런 게 아니라 과분할 정도로 저희 가족에게 너무 많은 도움을 주고 계셔서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까요? 무릎이 맞닿는 거리에 있는 초희를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우빈은 자신이 왜 은철씨를 도와주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영업이 끝난 은행 앞에 서 있는 은철씨를 본 순간 자살을 선택할 만큼 위태로워 보여서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어요. 내가 정리해 준 사채액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나 같은 사람은 하루 만에도 벌 수 있는 금액이거든요"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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