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바라지고 뻔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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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누구 무서워서 아가씨 얼굴을 자세히 보지도 못했을 테니 본인이 들었던 말 그대로 보고했겠지” “무서운 사람이 나라는 소리야?” “도련님 말고 그런 말들을 사람 말고 누가 또 있을까요! 성원재에 아가씨 들어온 후로는 일거수일투족에 관심 두고 애지중지하니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 눈치채지 못할 직원이 없을 정도에요. 그래서 아가씨 얼굴 제대로 본 직원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여동생이랑 아무리 사이 좋은 오빠라고 하더라도 도련님처럼 애지중지하는 사람 드뭅니다. 집에서는 괜찮지만 밖에 나가서는 눈도 마주치지 마세요” “나랑 은초희를 만든 씨와 밭이 다른데 동생은 무슨.. 사람들이 들으면 회장님이 밖에서 낳은 딸이라고 오해한다" “내일 은초희 보호자로 차우빈이 학교에 나타나면 강령에 소문 퍼지는 거 시간 문제일거라 골드볼 직원들한테 아가씨에 대한 소문 들리는 거 있으면 알리라고 했어” “그런데 내일 학교가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마음 같아서는 초희랑 같은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고 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끓어오르는 분노를 모르지 않지만 내일 가는 곳이 고등학교고 여학생이라는 것만 기억해둬" "그나마 예인고등학교 여학생들이라 이렇게 집에서 너랑 대화를 하고 있는거지 남학생들이었으면 집에서 따뜻한 저녁도 먹지 못하게 이미 벙커로 끌어다 놨어” “블랙도 그렇고 그룹에서도 도련님한테 시선이 집중되어 있으니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애들한테 관심이 없어서 그런가 요즘에는 여학생들도 때로 몰려 다니면서 폭력을 써?” “어느 시대에는 학교나 길거리에 일진이라고 불리는 불량학생들이 있어 왔지만 강령이나 예인재단소속 학교에서 블랙 영향으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야" "블랙이 문제구나" "학생들 집안에 대해 알아보니 PA토지개발 임원 딸들로 다들 중학교 성적이 좋아 예인고등학교 입학했어. 초희랑은 일면식도 없는 애들인데 무슨 이유로 그런 일을 벌였는지는 전혀 모르겠어” “이유는 학교에 가면 알게 되겠지! 그리고 초희 양육에 내 지분이 8할이면 네 지분은 2할이니까 앞으로 초희한테도 신경 써” "도련님이 좋아서 데리고 왔으니 책임은 혼자 지셔야지 왜 저까지 양육에 책임을 지어야 합니까” “초희 학교에 제출한 보호자 연락처1이 나고 2가 너야. 그러니까 최순길도 양육의 의무가 있는 보호자라는 뜻이지” 자신이 보호자 2인줄도 몰랐던 순길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는 말에 자신이 양육을 거부한들 없어질 2할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헛웃음을 흘렸다. “도련님이 되바라졌다는 건 진즉 알았지만 뻔뻔함까지 갖춘 줄은 몰랐습니다” “나 뻔뻔하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아, 네가 아니라 여자들한테 들었구나. 이제라도 나 뻔뻔한 거 알았으면 초희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해” “내가 도련님 와이프도 아니고 아가씨 양육에까지 끌어들이는 이유가 뭐야?” “최순길은 차우빈 안전을 책임지는 경호책임자잖아. 그러니 내가 보호하고 있는 초희도 같이 보호해야지” 도련님 말대로 은초희 안전이 확실해진 상태가 아니니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자신은 이미 양육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과 다름없었다. “강령클럽 오픈 준비는 잘 되고 있어?” “어제 내부 청소까지 끝냈고 내일 최종 점검만 남았어” “내일 학교에 갔다가 클럽으로 갈 테니까 최종 체크는 나랑 같이 해” “애들한테 얘기해 둘게” “충재가 머리도 좋고 감각도 있는데다 눈치도 빠르니까 일년 동안 옆에 놓고 잘 가르쳐 봐. 너 없이도 혼자 클럽 꾸려 갈 수 있도록” “강령클럽을 책임지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을까? 나이도 그렇지만 도련님 친위조직 서열로 따진다면 송도가 가장 먼저 책임자 자리에 올라야지” “그렇게 따지면 친위조직 서열상 가장 위는 최순길이지" "나는 도련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경호원이니 직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서열도 중요 하지만 직원들 모두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이야. 어떤 자리는 능력만큼이나 비주얼도 중요한 자리가 있어 그래서 나는 서열보다 그 사람이 갖추고 있는 것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적절한 위치한 보낼 거야” 이미 많은 것들을 생각해두고 있던 우빈은 자신의 생각을 숨김없이 말했고 그의 이야기를 듣는 순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본 송도는 사업에는 재주가 없어! 걔가 클럽 맡으면 한달도 안돼서 망하게 될 거야” “송도가 사람을 잘 다루기는 하지만 숫자에 많이 약하기는 하지” “충재도 혼자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가르치라고 했지 책임자 자리에 앉힌다는 말은 안했어” “그 말은 졸업하면 본격적으로 블랙 일에 참여를 하겠다는 뜻이야?” “졸업하면 회장님 밑으로 들어가는 게 정해진 수순이잖아. 이왕 시작하는 거 내가 받아낸 강령이랑 클럽을 직접 관리해야 블랙에서도 긴장하지 않겠어” “엄청 긴장하겠지. 생각해둔 큰 그림이 있는 듯 하니 말 한대로 충재는 잘 준비시키도록 할게” "그래, 클럽 오픈 준비로 바빴을 텐데 초희 문제까지 알아보느라 고생했어" "내일 학교에 가려고 내려 온 거니까 일찍 쉬어” “어, 내일은 원일이랑 움직일 거니까 나 신경 쓰지 말고 클럽 오픈 시간에 맞춰서 그쪽으로 출근해" “알았어” ▷▷▷ 기상시간을 알리는 알람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 초희는 자신의 방 건너편에 있는 욕실로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가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우빈을 보고는 깜짝 놀라 방안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닫았다. 어제 저녁도 이층에서 혼자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기에 차우빈이 집에 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초희는 금요일 오후에나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 버린 것이었다 복도로 나왔다가 자신을 보고는 도로 방으로 들어가는 초희를 보고 있던 우빈은 천천히 복도를 걸어와 초희 방문 앞에 멈춰서 노크를 하고는 문을 열고 들어가며 학교에 가려고 하는지 물었다. “학교 가려고 일어난 거야?” 입고 있던 후드 티 모자를 머리에 쓴 초희는 우빈을 등지고 서서는 머리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자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등을 진 채 머리를 끄덕이고 있는 초희 앞으로 간 우빈은 초희 머리를 덮고 있는 후드를 벗겨 내었다. 후드를 벗겨내고는 저를 마주고 보고 서 있는 차우빈을 토끼처럼 커진 눈으로 바라보던 초희는 얼른 얼굴을 아래로 내렸지만 우빈은 초희 턱을 제 손에 받쳐 위로 들어올려서는 얼굴을 자세히 살피며 말했다. “너 이렇게 된 거 알고 내려 온 거니까 숨길 거 없어” “어떻게 알았어요?” “학교에서 일이 생겼으니 교장선생님이 연락해 왔어. 원일이도 네가 다쳤다고 연락해 왔고” “아..” “얼굴 붓기 가라앉을 때까지 질병으로 처리할거니까 다 나을 때까지 집에서 몸조리해” “다음달 초에 학업평가 있어요” “내신성적에 포함되지 않는 시험까지 신경 쓰면서 공부할 필요 없어” “그래도 고등학교 입학해서 처음 보는 시험인데 잘 봐야죠” “그런 시험은 평소 실력으로 보는 거야” “아저씨는 공부 엄청 잘했나 봐요” “예인고등학교에 소문이 자자 할 텐데 아직 못 들었나 보네" "강령에 살고 있으니까 아저씨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어요" "나는 중학교에서도 그랬고 고등학교에서도 시험기간이라고 공부시간을 더 늘리지는 않았어” "아저씨는 공부가 재능이었나 봐요" "공부가 재능이라면 그것 말고도 재능이 엄청 많은 사람이네, 내가" "아저씨!" "응?" "친구들이 재수없다고 하지 않아요?" "나한테 그런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저와 이리 편하게 대화를 하고 있어 그의 신분을 깜빡 잊어버리고 있던 초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저녁에 내려와서 자고 있는 얼굴 봤으니까 순길이한테도 감출 거 없어” “순길이 아저씨도 봤어요? 저한테도 초상권이라는 게 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몰래 보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여학생답게 허락도 얼굴을 봤다고 침울한 표정이 된 초희가 어리광을 부리듯 말하자 우빈은 초희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 “초상권 무시하고 허락 없이 얼굴본건 미안한데 은초희 보호자로 상태확인하고 학교에 가야 해서 봤으니까 용서해줘” “오늘 저녁에 왔어도 얼굴은 그대로였을 텐데 왜 피곤하게 내려왔어요” “내 학교 말고 네 학교 가야 해서 내려 온 거야” “제 학교요?” “응, 교장선생님이 전화했다고 했잖아. 오늘 학폭위 열린다고 참석하라는 내용이었어" "학폭위가 열리는구나.." "학교에서 너 때린 학생들이랑 부모님들도 전부 호출했어” “그런데 교장선생님이 왜 아저씨한테 연락을 했어요?” “왜긴 학교에 네 비상연락망 1순위가 나니까 그렇지” "아저씨가 제 보호자에요?" "응" “그럼 학교에 갈 때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무슨 부탁인데 말해 봐” “어제 교복이 더러워져서 선배님이 옷을 빌려 줬는데 학교에 당분간 못 가게 됐으니 대신 전해 주세요” “학교 가기 전에 들를 테니까 봉투에 담아 둬” “네, 학생회장인 전현주 선배라고 애들한테 물어보면 찾기 쉬울 거에요” “전현주!” “네, 아는 이름이에요?” “그룹에서 일 한지 오래된 임원 딸이야” “그럼 찾기 쉽겠네요” “앞으로는 내 방에 있는 욕실 사용해. 최 실장한테 네가 사용하는 욕실용품 넣어 두라고 할게” “지금 사용하는 욕실 써도 괜찮아요” “얼굴 다른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지 않다면서” “어차피 이층에 올라오는 사람은 아저씨 말고는 없잖아요. 그리고 제가 아저씨 방 욕실 쓰면 아저씨는 어디서 씻게요?” “네가 쓰던 욕실 사용해도 되고 거기 말고도 이 집에 욕실 많으니까 걱정하지마” “찜찜하더라도 오늘은 샤워하지 말고 그냥 있어. 하루 정도 안 씻어도 괜찮아” “땀 흘리고 자서 냄새나요” “그럼 미지근한 물로 세수하고 몸은 수건에 물 묻혀서 닦기만 해. 아침도 올려 보낼 테니까 내려 오지 말고” ***** 원일의 짧은 보고에 이어 어머니와 병원에 다녀 온 초희를 본 순길로부터 상황을 전해들은 우빈은 강령으로 내려오던 중 예인고등학교장으로부터 은초희 학생보호자로 학폭위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고등학교장에게 전화를 받은 우빈은 자신이 누구인지 신분을 밝힌 후 가해학생 외에 부모님들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고 은초희 학생보호자가 성원재 도련님인 차우빈이라는 것을 알게 된 교장선생님은 그의 말대로 부모님을 전부 소환하라는 지시를 아이들 담임들에게 전달했다. 재단이사장인 나여진과 교장선생님이 테이블 중앙에 앉고 왼쪽에는 차우빈과 원일이, 오른쪽에는 학생들 부모님이 우빈과 마주 앉았다. 자신들 건너편에 앉아 있는 젊은 남자가 누구인지 강령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기에 불려온 부모님들 특히나 아버지들 얼굴표정은 아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학생회장인 전현주에게 명찰을 모두 빼앗겼기에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하고 전부 소환된 아이들은 부모님 뒤에 일렬로 앉아 자신들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 어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아 맞은편에 있는 부모님들과 그들의 딸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우빈은 몸을 세우고 양손을 깍지 끼며 테이블 위에 올리고는 입을 열었다. “이런 큰 문제를 일으킨 대단한 딸을 자식으로 둔 부모님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했는지 알고 싶네요” 성원재 도련님 말에 부모님들은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지만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듯한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이들 사이에서 일어난 다툼이니 조용히 마무리하면 어떨까 합니다” “나머지 분들도 같은 생각이십니까?” 모두 같은 의견인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을 본 우빈은 언짢다는 것을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며 말했다. “당신들 딸들이 때린 학생보호자가 누구인지 교장선생님한테 들었으니 양쪽부모가 모두 참석 했을 텐데 당연히 받게 될 질문에 성의 없는 답을 하려고 이 자리에 참석하셨나 봅니다" “고등학교 생활을 막 시작한 아이들입니다. 아시겠지만 생기부에 이번 사건에 대한 기록이 남으면 아이들 모두 피해를 보게 되니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원만한 합의 라는 것은 가해자 편의를 위한 말입니다. 당신들 딸과 달리 은초희 학생은 완전한 피해자이기에 이번 일로 피해 볼 게 아무것도 없으니 합의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도련님!” “도련님 아니고 학부모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겁니다” “이번 일은 전적으로 저희 아이들이 잘못 한 일이라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해 주셨으면 합니다”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지어야 학생들이 배우는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자신들이 한 일이 어떻게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제대로 느끼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또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중요한 교육이라고 봅니다” 학부모님 모두 자신보다 이십 년은 더 연배가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차우빈은 자신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서슴없이 표현했다. “제가 지금 이자리에서 경찰에 상해치사로 경찰에 신고하면 저기 뒤에 있는 따님들 전과자 되는 거 시간 문제인데 합의로 끝내자는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시죠” 학교에서 벌어진 일이기는 하나 보호자가 경찰에 신고를 하겠다고 하면 막을 명분이 없기에 교장선생님은 일이 외부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섰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학부모님들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이니 은초희 학생보호자께서 여기 계신 학부모님들에게 원하는 걸 말씀을 해주시면 어떨까요” 차우빈은 옆에 있는 원일에게 가지고 온 서류를 나눠주라고 했고 도련님 지시에 원일은 학부모들에게 서류를 나누어 주었다. 서류가 전달되자 우빈은 제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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