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몰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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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서 보시면 알겠지만 전신에 타박상과 상처를 입었을 뿐만 아니라 빼어나게 예쁜 얼굴까지 저기 학생들이 손을 대서 치료비랑 관리비를 청구해야겠습니다" "네" "또한 얼굴과 몸이 등교를 할 수 없는 상태라 홈 스쿨을 시킬 예정이니 수업비용도 지급하셔야겠습니다” “은초희 학생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당연히 저희가 부담해야죠. 얼마나 드리면 될까요?” “여러분들이 얼마를 주더라도 제 마음에 들지 않을 테니 각자 사정에 따라 알아서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두 번째로 저는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뒤에 있는 따님들도 은초희 학생이랑 똑같이 만들어야 제 화가 조금이라도 풀릴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자신들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 학부모님들은 쉽지 않을 회의에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학생들은 놀란 눈으로 자신들의 부모님 뒤통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떤 말이 나올지 숨죽여 기다렸다. “은초희 학생이 많이 다쳐 속상한 마음은 알겠지만 학교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건 절대 안됩니다. 교장선생님으로서 은초희 학생 보호자가 말한 두 번째 조건은 허락할 수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이 성원재 도련님을 진정시키며 중재에 나섰고, 제대로 열이 받아 부모님들이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들에게 막말을 하고 욕을 할지언정 손을 댈 성격이 아닌 것을 알기에 나여진 이사장은 상황을 조용히 지켜 보았다. “화가 많이 났더라도 어린 학생들에게 손을 댈 정도로 몰상식하고 무지막지한 성격은 아닙니다. 그러니 아이들을 대신해서 부모님들에게 본보기를 보일 테니 한분씩 자진해서 나서 주면 좋겠습니다” 회의실에 있는 모드 사람들은 차우빈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을 보며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자신들이 벌인 일이 얼마나 위험하고 중대한 문제인지 제대로 일깨워 주기 위해 우빈은 마지막 조건을 덧붙였다. “마지막 조건은 예인재단 이사장님과 교장선생님께 말씀 드리겠습니다" "예, 말씀하시죠" "제가 생각하는 학교는 바른 마음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키우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허니 물의를 일으킨 학생들 모두 자퇴를 권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나머지 학생들이 경각심을 갖게 되고 두 번 다시 예인재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될 겁니다” “은초희 학생 학부모님 요구조건은 말씀하신 세 가지가 전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초희 보호자로 학폭위에 참석한 우빈의 조건을 모두 들은 나여진 이사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려서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가지 요구사항 중 첫 번째와 세 번째 요구사항에 대해 재단을 책임지고 있는 이사장으로서 수용하고자 합니다” “이사장님!” “제 이야기 끝까지 들으신 후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이사장님 말에 학부모들은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이사장님 얼굴을 바라보았다. “첫 번째 조건은 부모님들이 받아들였으니 보호자가 수용할 만한 결과를 보이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이 회의를 마치고 빠른 시간 내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은초희 학생 보호자님 마음이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화가 났다는 것을 알리려고 하신 말씀이라 생각하고 세 번째 요구조건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도 아이들이 잘못한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생기부에 기록된 채 전학할 곳을 알아본다면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쥐 죽은 듯 다닐 테니까 예인고등학교에서 졸업만 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하지만 아이들이 학교를 계속 다니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라고 아침부터 교무실과 행정실로 민원을 넣고 계십니다” “저희도 은초희한테 맞았어요. 그런데 걔는 학교에 오지도 않고 왜 저희만 여기 앉아서 생기부에 기록을 남기고 자퇴를 해야 된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건데요!” 뒷자리에 앉아있던 학생들 중 한 명이 자리를 박자고 일어나 큰소리로 말하자 차우빈의 얼굴이 구겨졌고 나여진 이사장은 고개를 돌려 일어선 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은초희 학생한테 다른 학생을 보내 학교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로 불러내서 네 사람이 동시에 폭력을 행사했어요. 경찰에서든 검찰에서든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린다고 하더라도 쌍방폭행이 될 수 없는 일이에요” 자신들 잘못이라는 말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보고 있는 학생에게 나여진이사장은 학생에게 이름을 물었다. “네 이름이 남진숙이지?” “네” “신입생 대표 자리가 네 것이었다면서 사과를 하라고 했다는 데 사실이니?” “아.. 그건” “중학교 졸업성적으로 신입생대표를 뽑는다면 너는 절대 그 자리에 설수가 없는데 어디서 잘못된 이야기를 들은 후 제대로 된 사실확인도 없이 동급생 폭행할 계획 세웠으니 절대 가볍지 않은 범죄를 저지른 거야” “제가 그 자리에 서게 될 거라고 할아버지가 말씀해 주셨어요” “할아버지 말이 맞을까 예인재단이사장인 내 말이 맞을까?” “그건..” “신입생대표는 학교재단 이사장인 나와 선생님들이 결정하는 사항인데 어째서 내가 하는 말보다 학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할아버지 말을 믿는 거니?” 진숙의 아빠인 남승호이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제 딸을 돌아보며 조용히 있으라며 딸을 제지하고는 나여진이사장에게 사죄했다. “할아버지가 소원을 들어 주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는 진짜라고 오해했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이사장님” “할아버지가 나한테 올해 신입생대표는 내가 될 거라고 분명히 그렇게 말했잖아, 아빠!” “남진숙! 어른들 말씀하는데 마음대로 끼어들면 안된다고 했지!” 아빠의 불호령에 입술을 삐죽이며 남진숙은 의자에 다시 앉았다. “이야기를 들으니 이번 일은 저희 딸 때문에 발생한 일이니 빠른 시일 내에 전학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다른 아이들은 학교에서 자숙하면서 졸업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서열이 명확한 PA에서 제 딸로 인해 다른 아이들에게까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면 딸인 진숙의 앞날이 순탄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승호이사는 본의 아니게 이번 일에 휩쓸린 아이들은 구제받을 수 있도록 자신이 오롯이 책임을 져야 했다. “아버님 말씀은 저를 포함해 교장선생님과 교직원들이 의논한 후 결정 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자퇴를 권고해달라고 말씀 드렸는데 피해자 의견은 무시하시는 겁니까?” 제가 원하는 것은 모든 학생들이 자퇴를 하는 것이었는데 주동자를 전학을 시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려는 듯한 이사장님 말에 차우빈 목소리도 높아졌다. “저는 네 명의 자퇴를 원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제 요구조건을 무시하고 학생들이 아무런 책임을지지 않게 된다면 저는 학교폭력을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강경한 아들의 말에도 나여진이사장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타이르듯 말했다. “학교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들의 미래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핵심 당사자인 남진숙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된다면 동조한 학생들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담임선생님들과 다른 교직원들 의견도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사건의 방관자로 폭행이 이루어졌을 당시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한다면 백 번 양보해서 아이들 미래를 의논해보겠다는 말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폭행에 적극 가담해 폭력을 행사했으니 엄연히 집단폭행사건의 공범이기에 의논 할 가치조차 없는 일입니다” 강경한 차우빈 태도에 학부모들뿐만 아니라 절충안을 제시한 나여진이사장은 물론이고 교장선생님도 곤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옳고 그름을 책으로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배우고 채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뒤에 앉아있는 학생들 얼굴을 보세요.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 얼마나 중한 범죄인 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우빈의 말에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어른들 시선이 아이들에게로 향했다가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자신들이 한 일이 얼마나 큰 범죄인지를 제대로 알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들 인생이 어떻게 바뀌어지게 되는지 경험해야 두 번 다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겁니다” “제가 원하는 요구조건과 하고 싶은 말을 다했으니 저는 일어나겠습니다. 학교에서 내린 결정이 제가 원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저는 그대로 두고 볼 생각이 없다는 거 미리 알려 드립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 테이블을 돌아 출입문으로 나가던 차우빈은 문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이번 일의 주동자인 남진숙을 바라봤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헛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 자신의 눈에 띄어 주었으니 그냥 넘어갈 차우빈이 아니었다. “남진숙이라고 했지! 내가 직접 초희랑 같은 몰골로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참고 있는 중이니까 예쁘지도 않은 그 얼굴이라도 온전하게 보존하고 싶으면 어디서든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마라” 제 딸에게 살벌한 경고를 남기고 나가는 차우빈을 보고 있던 남승호이사는 딸을 최대한 빨리 먼 곳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관자놀이를 눌러 두통이 이는 머리를 마사지했다. “원일아, 전현주가 몇 반이라고 했지?” “지금 수업시간입니다” “아! 연락처 알아?” “혹시 몰라서 순길이 형님한테 물어보고 왔습니다” “잘했네. 문자 보내서 이번 수업 끝나는 대로 여기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언짢은 기분으로 교사회의실을 나온 차우빈은 초희가 부탁한 유니폼을 전달하기 위해 쉬는 시간이 될 때까지 원일이가 학교 밖에 있는 카페에서 사온 커피를 마시며 교사식당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도련님과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던 원일은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여학생을 보더니 도련님에게 보고했다. “저기 오는 학생이 그 학생인가 봅니다” 전현주는 오랜만에 만난 선배님을 보고는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랜만이다. 앉아” “교실까지 멀어서 얼른 가봐야 되요” “그렇구나! 이거 초희가 전해 주라고 하더라” 우빈은 제 옆에 있던 쇼핑백을 전현주에게 건네 주며 초희가 부탁했다고 말했다. “초희는 괜찮아요?”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당분간 학교에 못나와서 내가 대신 가지고 왔어” “아..” “교장선생님 말로는 네가 현장을 목격하고 아이들 돌려 보냈다고 하시더라. 초희가 그 정도 다친 건 네 덕분이야, 고맙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니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었어요. 저.. 초희 연락처 좀 알려 주실 수 있으세요!” 차우빈이 손을 내밀자 전현주는 제 핸드폰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집에서 혼자 심심할 테니 연락하면 좋아 할거야” “네” “아버지는 서울 가셨다고 들었는데, 너는 여기서 계속 지내는 거야?” “엄마랑 아빠 이혼한지 꽤 됐어요. 저는 엄마랑 같이 살고 있어서 강령에서 살아요” “너랑 아주머니 생각하면 잘된 일이네. 집안이나 어머니한테 문제 생겨서 부탁할 일 있으면 순길이한테 연락해” “네, 수업 시간 돼서 이만 가볼게요”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리자 전현주가 교실로 돌아가겠다고 하자 우빈은 머리를 끄덕이며 얼른 가보라고 했다. 대선배인 차우빈에게 허리 숙여 인사한 전현주는 식당을 달려 나갔다. ***** 침대에 누워 소설 책을 읽고 있던 초희는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 진동에 책을 배위에 올려 놓고 핸드폰을 들었다. 제 소식을 들었는지 친구인 가영이 안부 문자를 보내 왔다. _[학교가 난리가 났어] [왜?”] _[왜기는 학교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했으니까 그렇지] [다들 알게 됐구나! 다른 일은 없어?] _[오전에 학폭위 있었는데 네 명 다 부모님이랑 집에 갔어.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는 선생님들이 의논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애들은 집에서 대기하라고 했대. 담임 말로는 당분간 학교 안 못 나온다고 하던데 많이 안 좋아?] [나보다 너희들이 보기 불편 할 것 같아서 못 나가겠어] _[아이고.. 거봐, 그러니까 나라도 같이 같으면 덜 다쳤을 거 아니야] [그랬으면 너까지 학교에 못 나올뻔했잖아. 괜찮아 이정도 쯤은 덕분에 집에서 편하게 있잖아] _[은초희, 상당히 긍정적이네! 이런 말은 실례인데 학교 안 나와도 되는 건 부럽기는 하다. 나중에 수업 끝나고 집에 가서 다시 연락할게] [그래, 공부 열심히 해] 학교에서의 볼일을 다 마친 차우빈은 학교정문 앞에 있는 카페에 잠시 들렀다.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카페로 따뜻한 음료와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샌드위치와 간식으로 먹을 조각케이크를 포장해서 집으로 귀가했다. 성원재 주인인 오너 가족들이 모두 일터로 나간 후 집안 정리를 하고 아가씨 점심을 준비하고 있던 김 여사는 이른 시간에 귀가한 도련님에게 인사를 건네며 반갑게 맞았다. “일찍 들어오셨네요” “초희는 방에 있어요?” “네, 방 밖으로 아예 나오지를 않으시네요” “얼굴이 어느 정도 가라앉아야 나올 거에요. 혼자 있더라도 물이랑 간식은 잘 챙겨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초희 점심이랑 저녁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늘은 신경 안 쓰셔도 되요” “알겠습니다” 방문 앞에 도착해 노크를 하자 문이 아주 조금 열리더니 누구인지 확인한 후에야 초희가 방문을 활짝 열었다. “이 집에서 이상하게 볼 사람 없는데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얼굴상태가 마음에 안 들어서요. 이상하게 생각하실 분들이 없는 건 알지만 보이고 싶지 않아요” “그러게 겁도 없이 오란다고 혼자 가면 어떡해. 학교 앞에서 원일이가 기다리고 있으니 연락해서 같이 가기라도 하지” “학생들 문제에 어른이 끼면 안될 것 같아서 그랬어요. 그리고 일대일 이라면 상대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간 건데 네 명이 한꺼번에 달려들 줄은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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