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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반에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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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수
1K
독자수
바람둥이
오만
사장
드라마
bxb
캠퍼스
오피스/직장
적에서 연인으로
멋진
조수
순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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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소개

‘열망은 모든 것을 꽃 피게 하지만 집착은 모든 것을 시들고 에반에센트하게 한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로 로맨스 영화를 즐겨 본 덕분에 사랑을 쉽게 믿어버린 김하늘은 전 남친과 헤어진 후 되려 애정결핍에 시달리고 아웃팅도 당하게 되었다. 부모 집에서 쫓겨나 서울로 이사를 하였고, 그의 친누나 집에서 머무르는 동안 우연히 그의 매형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영화감독인 최시완을 만났다.

하늘은 시완에게 인턴 제의를 받아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이상형인 준석을 만나게 되었다. 하늘과 준석은 얼마 지나지않아 사랑에 빠져버렸고 시완은 그 둘의 관계를 눈치챘다. 시완은 하늘이 준석과 사귄다는 걸 눈치챈 이후 하늘에 대한 집착과 호기심으로 동성애적 성욕을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진난만한 하늘은 그저 두 남자의 사랑 중의 뭐가 거짓이고 뭐가 진심인지를 조심스레 선택해야만 했다.

[하늘, 언제까지 계속 나를 유혹할 생각이야? 너 이러는 거 되게 재수 없어.]

[네? 매형 먼저 시작하신 일이세요. 제가 남자 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뻔뻔스레 나를 불륜남으로 만드는 거.]

[쯧, 누구? 준석이? 걔가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믿어?]

시완은 나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그의 깊은 검정 눈동자를 마주하며 바지 지퍼 주위로 그의 손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거기 만지지 마세요.]

[어디...여기?]

내 지퍼를 풀고 바지 속으로 굵고 두꺼운 손을 넣어 내 것을 만지작거리는 그의 따뜻하고 짜릿한 손길이 느껴졌다.

[하.....준석이 들어오면 어떡해요. 어떻게 하... 설명할 건지...]

내 신음 소리를 듣고 비아냥거리듯 낄낄 웃던 시완은 뜨거운 입김과 낮고 갈라진 목소리로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걱정마, 이 팀장 지금 회의하는 중이니 대표실에 들어올 리가 없겠지. 잠깐이라도 우리 서로를 즐기자.]

꽉 매진 넥타이를 느슨히 늘어트린 후 흰 와이셔츠 단추를 천천히, 차근차근 풀어갔다. 그리고는 나를 소파에 눕혀버린 그. 나 때문에 모든 것이 망가질 것 같다는 자괴감이 내 어깨를 짓눌렀고 본의 아니게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고서야 말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피해버린 그 순간, 나는 내가 불륜남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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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 새로운 삶 (1)
2021년 12월 21일. -이번 역은 사평역, 사평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This station is, Sapyeong. The doors are on your right. 오랜만에 듣는 안내방송은 내가 서울에 다시 돌아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왜 인제 와서 돌아왔을까? 난 도시생활을 싫어하는데 말이다. 다른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나의 핸드폰만을 바라보며 에어팟을 낀 채 왓츠미 (Watch me)의 영화를 보며 낄낄대고 있었다. 무언가 내 주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난 무언가 정서적 불안감을 느꼈다. 전 애인과 헤어진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심한 외로움과 실의에 빠진 나는 내가 내자 신이 아닌 것만 같았다. 때로 기분이 가라앉을 때 나도 모르게 핸드폰에 같이 찍었던 사진을 스크롤하면서 ‘이 좆같은 놈, 어떻게 나한태 이래? 라는 생각을 되뇌고 또 되뇌었다. 이딴 자식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원망과 슬픔과 사랑과 어짊이 뒤섞인 내 찢어진 심장 속에서 여러 감정 쌓여 가는 찰나 느닷없이 눈에 그렁그렁 고인 눈물은 화면을 뿌옇게 가려버렸다. 사람들 앞에서 이런 가련한 내 모습을 보인 것이 그렇게 창피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쉽게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니까. “너를 만나지 말걸.” 원망이 가득찬 눈빛으로 삭제 버튼을 쳐다보며 나직이 혼잣말했다. 모든 것이 실수였다.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 이 사람한테 먼저 고백하는 것조차도. 사랑했던 만큼 순수하게 그를 쉽게 믿은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낀다. 나와 결혼하겠다는 약속, 결코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을 거란 과거의 약속들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이 배신감을 결구 내 전 애인에 향한 미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일단 지워버리자.” 띵~! 갑자기 사촌에게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 늘아, 삼성중앙역 3번 출구 앞에서 만나자. 우리 기사 아저씨가 거기로 데리러 갈 건데. 빨리 나오도록 해. 메시지를 읽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부자들처럼 동거하는 것도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면 선택할 권리가 없었다. 동성애자인 아들을 갖고 싶은 부모가 한국에서 어디 있는가? 없지, 부부가 남자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가 바로 가계를 잇기 위한 명목 때문이다. 그래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인제 와서 집에 돌아간다 한들, 부모가 나를 보는 게 반가울 리가 없을 텐데. 무엇보다도 슬펐던 건 나를 집 밖으로 내쫓아내던 날 어머니 입에서 나온 그 말이었다. 남자를 좋아하면 나중에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지! 정말 이렇게 될 거냐?! 눈 깜짝할 사이에 전 애인과 사랑을 나누다가 어머니에게 들킨 후 한참을 다투고 나를 바깥으로 쫓아내 버린 그 생각은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현실적이었다. 사촌에게 왜 서울로 올라온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어떻게 이 상황을 설명할 거지? 라는 생각에 잠기던 나는 넋 놓게 카톡 메시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알았어요. 빨리 나오도록 할게요.’라고 답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문자를 보내고서 칸의 창문에 머리를 대며 눈을 감으면서 동시에 역을 놓치지 않게끔 귀 한쪽에 에어팟을 끼어 음악을 틀었다. 차라리 조용히 살고 조용히 죽는 것이 낫겠다 싶으면서도. 영화 감상과 음악을 즐겨 드는 것이 내 삶의 냉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는 방법의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영화감독을 꿈꾸는 덕택으로는 위안을 되찾아 영화계에 귀의하게 되었다. 따라서 대전 필름 대학에서 필름 학과를 전공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휴학해야 했다. (어쨌든, 나는 친구들한테 그렇게 얘기해주고 있다). 난 나 자신을 영화감독 지망생이라고 부르지만, 주변 친구들에게 단지 시간을 낭비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아마 내가 그저 본성적으로 구제 불능인 몽상가라고 항상 그랬다. 특히 왕자가 공주를 구하는 그런 로맨스 영화에서만 나오는 연애를 찾고 싶어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가 많았다. 전 남친이 영원히 나를 지킬 거라 믿었다. 진짜 천생연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국 천생연분이 아니었나 보다. 다음에 그런 실수를 하지 않을 거고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을 거라고 자신에게 맹세했으니 인제 새로운 삶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을 것 같다. 띵똥땡~ -이번 역은 선정릉역, 선정릉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This station is Seongjeongneung station, the doors are on your right. 그러나, 여전히 걱정할 게 많다. 나는 때때로 생각한다. 어쩌면 전 남친 때문에 아우팅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계속 평택에서 나답지 않게 살 수 있었는지. 어떤 의도로 그런 짓을 했는지. 왜 하필이면 그때 부모가 집으로 일찍 돌아왔는지. 곱씹어 곱씹을수록 단지 내가 부적절한 시간에, 부적절한 장소에 있고 만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이룰 뿐이었다. 심지어 내가 게이라 눈치채는 것도 단지 시간문제였다. 또 다른 걱정. 나의 사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의 부인 겸 배우 스타, ‘Elleist (엘리스트)’의 대표이사 김지은이다. 그녀의 미모, 그녀의 경력에 의해 강남의 모든 부인의 선망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잘나는 척하는 사람들을 매우 싫어하므로 어릴 적 때부터 겨우 친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내가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이냐면…. -이번 역은 삼성중앙역, 삼성중앙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This station is Samsung Jungang station, the doors are on your right. 상류층에 속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 내려야겠다.’ 에어팟을 빼며 외투의 주머니에 넣은 도중에 내릴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지하철이 멈추곤 내가 문을 만지기 싫어서 소맷부리로 버튼을 눌러 지하철의 밀리며 열리는 소리를 들려왔다. 내리기가 무섭게, 덜거덕거리는 여행 캐리어를 끌며 걷는 외국인들, 반대편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 다음의 지하철 도착 시간을 알리는 전광게시판을 보느니만큼 주변이 나한테 왠지 혼란스럽고 소란해 보였다. 주변을 보면서 누구보다도 서울 지하철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도대체 어떻게 이런 혼란스러운 데에서 살 수 있을까? 싶은 나. 엘리베이터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에 사촌에게 전화가 왔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 목소리 잘 들려요?” - 늘아, 기사 아저씨가 3번 출구 앞인데, 너 어디야? “방금 왔어, 티머니카드를 찍고 나가는 길인데요.” - 알았어…. 출입구 나오면 스타벅스가 바로 앞인데, 기사 아저씨가 거기 기다리는 거야. 늦게 나오지 말아 알았지? “아, 알았어요, 그, 근데-” 전화를 빨리 끊겼네…. 엘리베이터 버튼을 부드럽게 누르며 위층에서 다시 내려오기를 잠시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리면서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을 해야 하는지 등과 같은 쓸모없는 걱정에 빠져서 나는 심장을 바짝바짝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느꼈다. 들고 다니던 내 가방을 꽉 잡으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한 마음의 준비하기만 했다. -지하 2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스르륵 열리자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갔다. 비좁은 엘리베이터에서 덜 차지하기 위해 유리창에 등을 기대어 몇 층을 지나는지 보려고 고개를 젖혔다. -1층입니다. 문이 열립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금 열리자 거리에서 요란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오고자 차가운 빗줄기를 피하고자 스타벅스로 향했다. 카페 정문 앞에 슈트를 근사하게 차려입은 아저씨의 자태를 시야에 들어왔다. 혹시 사촌이 말한 기사 아저씨인가 싶어서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말문을 열었다. “저기요…. 혹시-” “아! 박하늘 씨, 맞으시죠?” 아저씨는 대담하게 담배를 빠끔 피워 대며 물었다. 나는 ‘네’ 하면서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잠시만요, 이 담배를 다 피우고 나서 갑시다.” “네….” 그 아저씨는 벽에 피우던 담배를 짓눌러 끄고는 누가 봐도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차를 향해 내 캐리어를 들고 갔다. 그가 차의 문을 열어서 나에게 어서 타라고 손짓해 보였다. 그때 차에 오른쪽 가죽 시트 끝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러한 차를 타는 게 처음이라 어색한 감이 올 수밖에. “8분 후 도착할 예정입니다. 박하늘 씨.” 나에게 덤덤한 목소리로 알렸다. “사모님에게 전화를 걸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또 ‘네’라고 답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전화를 걸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 상황은 너무 어설퍼하고 불안했으니까. 우리 차를 몰고 사촌의 집으로 다가갈 때는 내가 경외의 눈으로 주택을 바라보았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검은색, 회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으로 꾸미며 외부공간에 싱그러운 분위기를 북돋는 화단과 아름답게 어우러진 주택이었다. 1층에 넓은 나무 데크를 깔며 2층에도 마찬가지로 커다란 베란다를 마련했다. 주택의 큰 정문을 열게 되었다.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을 무렵, 현관문 앞에 기다리고 있었던 여자가 내 사촌, 김지은이었다. 태연하게 웃으며 반갑게 손을 흔들어대는 그녀가 너무 화려해 보였다. 그녀는 온몸에 고착한 핑크 칼리 시폰 롱 원피스에 아보리색 마카롱 모피 재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옷과 어울리는 금색 음표 방울 귀걸이 딸린 디핑 그러데이션 구두를 신었다. 구두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차 쪽으로 다가왔다. “늘아 드디어 왔네~! 히히히” 내가 차에 나가면서 문득 나를 꽉 안아주며 애교를 부린 목소리로 말했다. “응…. 잘 지냈어…. 요?” 내가 어색해 말을 더듬었다. “뭐야…. 목소리 왜 그래? 우리 4년 만에 다시 만나더니 하나도 안 반가워? 어?” 지은이 못마땅해하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쏘아본 채 입을 삐죽거렸다. 반갑지 않기보다는 접촉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라 안아주며 인사하는 것이 나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게 다시 껴안았다. 그녀는 내 짐을 집 안으로 끌고 가는 도중에 나 다시 한번 주택을 돌아보았다. 고향의 집보다 3배의 크기였다. 아니…. 4배의 크기였다. 이렇듯 당분간 상류층으로 상승하는 것을 생각만 하여도 난 속이 뒤틀린다. 내일부터 생애 처음으로 말을 조심해야 하랴 행동을 조심해야 하랴 그 와중에 옷까지 신경 써야 한다. 집의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음향기기에서 흘러내는 은은한 음악이 들려왔다. 입구에서 대형 거실로 이어지는 높은 천장에 크리스털이 주렁주렁 달린 휘황찬란한 샹들리에가 불빛을 밝히고 있었으며 거실 오른쪽에서 위층으로 올라가는 나선 모양으로 된 계단을 보였다. “여긴 무슨 호텔이야?” 나직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대리석 바닥을 깨질세라 바닥에 서서히 무거운 짐을 넣고 내 입에서 어김없이 긴 한숨이 찬찬히 새어 나왔다. 이때 두꺼운 부엌의 원목 문 너머에서 말에 힘이 실린 목소리가 나의 귓가를 스쳐 지나갔다. “사모님, 사촌이 오셨습니까?” 계단을 올라가는 지은이 아줌마의 물음에 답했다. “어! 얼른 먹거리나 준비하든가!” “늘아, 부엌 어서 가서 맛있는 거 먹어. 얼마나 배고플 텐데….” 위층 베란다에서 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지시했다. 그녀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곤 부엌 향으로 발을 끌며 느릿느릿 걸었다. 부엌에 들어가는 찰나에 주방 아일랜드 식탁에서 작은 간식을 준비하던 아줌마가 환한 미소로 나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이고 학생이 잘생겼다.” 둥근 그릇에 떡볶이 담은 그녀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칭찬해주었다. 남자 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드는 것이 처음이라 분위기 조금 서먹했다. 단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일랜드에 연결한 벤치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학생은 몇 살이야?” 그녀가 들고 있던 그릇을 건네받으며 답했다. “스물다섯 살입니다” “대학생이구먼…. 학생은 뭘 전공해요?” “필름 학과예요. 전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바로 필름 제작사로 들어가서 감독 되고 싶은데요.” “정말 훌륭한 학생이구먼, 어! 사장님께서 영화감독이시란 걸 알아?” 너무 당연한 거 아닌가? 최시완 감독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겠지? 그는 우리나라의 로맨스 영화로 데뷔한 감독 중 1등인데. 사람들은 그의 자리매김이 눈부실 정도로 탄탄하대. 아줌마의 말에 동의하여 지그시 고개를 끄덕이었다. 내 앞에 있는 떡볶이를 담긴 그릇을 넋 놓고 있었다. 종일 이삿짐을 나르느라 너무 지쳐서 입맛도 없었다. 하지만 먹어야 했다. 배은망덕한 사람이라고 여기라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돼서, 망설임 없이 먹기 시작한 것이다. 입맛이 없어서 그런지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 들었다. 서서히 먹는 채 떡볶이 떡하고 어묵을 계속 해적이었을 뿐이다. “학생, 그다지 배고프지 않구먼...” “아...네, 고민할 게 많아서 입맛이 사라진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나긋하게 고개를 숙이며 아줌마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생겼다. “아이고, 괜찮아, 괜찮아. 배고프지 않으면 먹지 말아.” “네...” “너무 피곤할 텐데, 얼른 올라가서 좀 쉬렴” 그 말을 듣자마자 나긋하게 인사를 건넨 후 내 방으로 올라갔다. 방 가는 길에 어느 남자의 목소리 들려오더니 발을 멈추고 작은 방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호기심을 가득 찬 눈빛으로 응시하였다. 남몰래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서 서재의 원목 문을 엿보듯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책상 뒤에 앉는 남자를 발견했다. 짙은 눈썹. 깊고 짙은 검은색 눈동자와 시원한 눈매, 육감적인 두툼한 입술과 조각 같은 턱선과 오뚝한 콧대. 잡티 하나가 없는 살짝 하얀 피부. 그의 완벽한 이목구비와 잘 어울리는 투블럭 포마드펌. 얇은 흰 와이셔츠에 검은색의 넥타이. 그리고 그 위에 껴입은 짙은 남색 모본단 조끼밖으로 탄탄한 근육이 다 드러나 보이는 것까지는 깔끔하고 관능적인 느낌이 났다. 말끔하고 고혹적 매력이 넘친 그의 모습에 내가 한시도 눈을 떼지를 못했다. 그 남자는 맨썬필름 대표이자 현재로서 대한민국 최고의 감독인 최시완이었다. 최시완 감독님구나... 실제로 보니까 훨씬 더 잘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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