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수록 머쓱해지는 건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영의 ‘아’ 자만 떠올려도 똘끼 충만한 또라이처럼 고개를 빳빳이 치켜세우더니, 어젯밤 이후로 숙연하다. "바지 지퍼도 못 열던 게. 거길 물 생각을 하지? 차아." 찬혁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다시 생각해도 기가 찼다. 손가락 배배 꼬며 마음의 준비 운운하던 숙맥이 그리로 손을 밀어 넣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저만의 자아라도 갖고 태어난 듯, 마치 독립적인 생명체인 양 객기를 부리던 몸 끝이 뿌리를 움켜쥔 작은 손에 소스라치던 꼴이란. 호기를 부리려다 물리기까지. 세상에 나고 처음 당하는, 쥐이고 물리는 신 경험에 예속과 종속의 상하 관계를 깨우치기라도 했는지, 다리 사이에서 저자세로 고분고분하다. "예술 두 번 했다가는 고자 되겠네. 하! 탐미주의라 했겠다." 경각심이 일었다. 분발해야 할 사람이 분발하라고 거만을 떨었네. 고개가 저절로 조아려졌다. 신아영. 이 자식. 사람을 자아 성찰의 벼랑 끝으로 내모는 참으로 위험한 여자다. 찬혁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통화하려고 보니 시간이 너무 이르다. 목욕을 시켜 침대에 뉘어 놓고 바로 나와야 했다. 녹초가 돼 기절한 사람처럼 자는 걸 보고 나와서일까, 내내 걱정이 됐다. 안 그래도 종일 그림 그린다고 애썼을 텐데. "그러게 ‘안 해요’ 소리도 못하고. 그걸 덥석 받긴 왜 받냐고. 쯧." 걱정 끝엔 꼭 부아가 치밀었다. 두 달을 그런 식으로 끌려가야 할 아영이 안쓰러우면서도, 특별 개인전이란 게 아무나 잡을 수 없는 기회라고, 꼭 성공리에 마치고 싶다고, 그러니 잠자코 있으라고, 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