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서 해야 제 맛이지(최종회)

4809

사정없이 날아와 등에 꽂히는 마틴의 욕에도 빙긋 웃어넘기는 여유를 부리며 찬혁은 아래층으로 통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가진 게 막상막하이니 돈 놓고 따먹는 식의 게임은 피차 재미없고. “혁! 경매를 신청한다! 정정당당히 하자고! 흑기사를 이딴 식으로 대우하면 안 되지!” 영국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아 기사도 정신이라도 발휘해보려는지, 명예 회복을 부르짖으며 징징대는 마틴을 돌아보지도 않고, 찬혁은 검지를 치켜들어 까딱 흔들었다. “빌어먹을! 혁!” 좌우로 까딱대는 손가락은 몹시 무례할 뿐만 아니라, 거부 의사로 받아들이기에도 매우 재수 없었다. 세상에 저를 이런 식으로 막 대하는 사람은 저 인간 말곤 없었다. 그런데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마틴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계단을 총총 내려가는 인간의 얄미운 뒤통수를 지켜보는 게 다였다. 어차피 줄 거, 그냥 주면 섭섭하잖아. 짓궂은 장난이 꽤나 만족스러웠는지, 휘어진 입매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 찬혁은 재킷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그란 물체를 손안에 쥐고 굴리며 경쾌하게 계단을 밟았다. 시간을 확인하니 30분 전이었다. 괜스레 아랫배가 살살 조이는 것 같았다. 비가 쏟아지지 말아야 할 텐데. 오후 내내 불안 불안하더니 미술관에 입장할 때부터 부슬부슬 날리기 시작한 비가 영 마음에 걸렸다. 유람선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어이가 없어 다시 헛웃음이 비어져 나왔다. 그뿐인가? 하필 당일 런던 아이는 보수공사 중이라 운행이 멈춰있었다. 하이브리드 에어쉽은 왜 예약일 바로 전에 사고를 내 운항이 중단되느냐 말이지. 주머니에서 꺼내 보지도 못하

훌륭한 스토리들은 여기서 시작됩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APP을 다운 받아 셀 수 없이 많은 스토리들을 무료로 즐기시고 매일 업데이트 되는 서적들을 감상해 보세요

신규 회원 꿀혜택 드림
스캔하여 APP 다운로드하기
Facebookexpand_more
  • author-avatar
    작가
  • chap_list목록
  • like선호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