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트모던 미술관 앞, 잔디밭 위에 설치된 라이트가 밤하늘을 수놓은 별처럼 어둠을 하얗게 밝혔다. 유독, 이 미술관만 무슨 행사를 진행하길래 전에 없이 장관을 이루고 있나, 관람객들이 미술관 앞에 몰려들었지만, 입장 제한 인원이 정해져, 진입 금지선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찍이 물러나 구경만 해야 했다. 인원을 제한하다니, 그 또한 전에 없던 일이라 관람객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창가에 붙어 서서 템즈강 건너 미술관을 내려다보는 아영이 초조해 보였다. “벌써 8시야. 전시회 오픈하고 두 시간이 지났는데, 아무리 사전에 얘기한 거라지만, 우리 너무 늦게 가는 거 아냐?” “3시간이나 행사장에 서 있는 거 너한테 무리야. 전시회 해봐서 알잖아. 귀빈들이야 어차피 애프터 파티 바로 전에 올 건데, 뭐 하러 미리 나가서 기다려.” “그렇긴 하지만. 갤러리 홉(Gallery Hop)이라니, 정말 재미있는 행사잖아. 일반 관람객들 반응도 보고 싶었는데.” 찬혁의 시중을 받으며 의상을 갖춰 입는 동안 아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어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톰한 H라인 원피스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 배를 가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실비 로마넬라 F/W 한정판으로 아직 공개도 되기 전인 원피스에서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허리띠를 빼달라고 특별 제작을 의뢰한 찬혁의 센스가 돋보이는 옷이기도 했다. 톡톡한 모직 원단이 계절을 조금 앞서가는 감이 있긴 했지만, 해만 떨어지면 으슬으슬해지는 영국의 가을밤엔 제격이었다. 보라색을 고집하는 찬혁의 외설 취향을 반영해 고른 달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