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블린 연합 (2)-2

2044 Words
용병술을 위해 중앙에는 이실레아가 있었고, 전방에는 이스핀과 도렌이 있었다. 그 배치를 본다면 이실레아의 전술 배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간부라고 할 수 있는 이스핀과 도렌이 전방에 배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숫자가 많은 고블린과 전투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당연히 간부는 포위를 생각해서라도 전방이 아니라 좌우에 두어야 했다. “반보로 걸어라!” 드낙이 그렇게 소리를 한 번 지르고 진형에서 툭 튀어나와서 홀로 거침없이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병사들의 걷는 속도는 반으로 줄었다. 그 때문에 드낙이 자연히 빠르게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흙 송곳 짜라가 눈을 좁혔다. 은빛의 달빛에 비추어 보이는 드낙의 모습이 정확하게 눈에 들어왔다. 오늘 하늘은 딱히 횃불이 없어도 잘 보일 정도로 맑디맑았다. “홀로 돌진하려는 생각인가? 어리석어도 어떻게 저렇게 어리석을 수가…….” “스스로를 호랑이라고 생각하고 있군. 그런 호랑이도 결국엔 지치는 법인데.” 적 기사의 대범함에 고블린 캡틴들이 한소리를 내어 비난했다. 하지만 동시에 겁도 났다. 기사의 무력은 고블린 캡틴들이 상대하기에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흙 송곳 짜라가 말했다. “중앙을 더욱 두껍게 해서 기사를 말려 죽이는 것이 좋겠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다.” 고블린 캡틴들은 고블린 전사들을 더욱 중앙으로 모이게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자연히 포위를 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효과를 못 볼 수 있었다. “고블린 기병을 좌익으로 돌려라! 싸움이 시작되면 그대로 적의 후방을 후려쳐라!” 적에게는 기병이랄 것이 없었으므로 손쉽게 후방을 공격할 수 있을 터였다. 고블린들의 보병진 중에서 좌우익이 얇아지고 숫자가 적어지는 것을 본 이실레아는 눈을 반짝였다. ‘계획대로 잘 되고 있군.’ 기사의 존재는 고블린 캡틴으로서도 부담된다. 특히 목숨 중요한지 모르는 정신 나간 광전사 같은 드낙의 행동으로 괜히 마음이 쿡쿡 찔릴 터다. 자연스럽게 중앙으로 보병을 모이게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것을 통해서 좌우익 고블린의 숫자가 적어지기 때문에 병사들의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포위의 위험성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그것도 고블린 스스로의 손으로. “화염 토기를 준비해라! 기사를 통구이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기사의 역량을 빠르게 소모시켜서 그 예기(**)를 꺾는다면 승리가 더욱 빠르게 다가오리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드낙이 100걸음 내로 들어오자 고블린 전사들이 활을 미친 듯이 쏘아대었는데 눈구멍도 없는 깃털 투구를 쓰고 있는 드낙에게는 하찮은 것이었다. 동시에 고블린 기병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측으로 빠르게 우회해서 단번에 후방을 칠 생각이었다. 숲을 벗어나 있었기에 누가 숨어있을 것도 없다고 여겼지만 숲 고블린은 모르는, 평지에서의 은신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40명의 순찰자들이었다. 고블린들이 높은 곳에서 정찰하는 것을 빠른 행동으로 차단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땅을 적당히 파고 엎드려 있던 순찰자들이 소리를 지르며 사기를 높이면서 인간의 후방을 치려고 하는 고블린 기병의 움직임을 청각으로 확인했다. 딱 봐도 멧돼지와 갈색 늑대가 섞여 있는 울음소리의 위치! “…….” 조용히 때를 기다리던 케샤스는 수신호가 터지길 기다렸다. 순찰자들의 배치는 32명의 전투 순찰자와 8명의 정찰 순찰자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8명의 정찰 순찰자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마련한 수풀 속에 바짝 웅크려서 고블린 기병을 보고 있었다. 삐이이이이이―!! 호루라기가 퍼져나갔다. 그 소리에 고블린 기수들의 귀가 쫑긋 세워졌다. 누가 보더라도 인간들의 신호음으로 쓸 법한 날카롭고 높은 음역의 호루라기였다. 중전투 로브를 입은 순찰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내달리고 있는 고블린 기병들의 측면에서 순찰자 32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케샤스까지 합치면 33명이었다. 조금 패인 바닥에 다섯 발씩 뭉쳐서 꽂아놓은 화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면서 장궁을 당긴 순찰자들은 거리를 가늠하지 않고, 그대로 활을 쏟아부었다. 고작 32명에 불과했지만 당겨서 쏘는 데 1.5초도 걸리지 않았고, 한 번 쏘면 다섯 발을 연달아서 꾸준히 쏘았다. 활을 쏘는 속도는 고만고만했는데, 장궁의 장력 때문이었다. 8초에 다섯 발을 쏘는 순찰자. 그것은 곧 8초에 160발. 30초 안팎으로 480발이 쏟아진다는 소리였다. 또한 순찰자들이 이번 사냥에 사용한 화살촉은 평범하지 않았다. 화살촉의 끝이 길고 뾰족했고, 양옆의 촉 날은 톱날형이었다. 길고 뾰족했기에 더욱 깊게 파고들어 갔고, 톱날형이었기에 뽑아낸다면 살점이 뜯겨 나가기에 살상력도 높았다. 슈슈수수숙! 화살의 명중률은 대략 70% 정도로 기병을 상대로 쏘는 것치고는 지나치게 높았는데, 하루에 천 발씩 화살 쏘기 연습을 매일 하기 때문이었다. 밥 먹는 것보다 활 쏘는 것이 더 익숙할 정도의 정예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컥!” 고블린 기수의 목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타고 달리던 멧돼지에서 떨어진 고블린 기수가 뒤에서 달리던 갈색 늑대와 부딪쳐 구르면서 흙먼지를 피워냈다. “기습이다! 궁수들이 옆에 있다!!” 그렇게 소리친 고블린 기수는 방패로 자신의 몸을 막았지만 갈색 늑대가 연달아서 화살을 맞으면서 왼쪽 뒷다리를 절뚝이면서 균형을 잃고 주르륵 미끄러졌다. 순찰자들의 특수 화살은 처음 다섯 발에만 있었고, 그 뒤로는 평범한 화살들이었다. 하지만 200기에 달하는 고블린 기병은 그것만으로도 처참하게 박살이 났다. 중갑옷을 입고 있지 않아서 화살에 노출된 순간부터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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