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고블린 연합 (2)-5

2069 Words
드낙의 귀에 들리는 멀리서 목청을 높이는 병사들의 함성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고블린 전사들은 식은땀이 주룩 흐르는 것을 느꼈다. ‘괴, 괴물이다.’ 드낙을 포위한 고블린 전사의 팔뚝에 소름이 돋았다. 수십 개의 화염 토기를 뒤집어쓴 드낙의 몸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주술 화염이었기에 깃털 투구를 쓴 드낙에게는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고, 그것도 지속 시간이 다해 사그라들어 갔다. 꿀꺽. 이런 상황에서 드낙에게 덤벼든다는 것은 우스웠다. 드낙은 그것을 보고는 투구 속에서 웃음을 지었다. 이런 기분은 실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자가 존재하지 않는 기분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무위. 수 마리를 한꺼번에 상대함과 동시에 10걸음 만에 80마리를 쳐 죽인 드낙이 보여주는 무력 앞에 고블린 전사들의 기가 질리는 것은 당연했다.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될 일.’ “호랑이 질주.” 강화 마법 호랑이 질주(Tiger Scamper). 단 3초지만 무지막지한 달리기 속도를 내게 해주는 간단한 마법이다. 드낙의 눈에 고블린 전사들을 사지로 내모는 고블린 캡틴들의 모습이 보였다. “막아라! 막아아아아!! 기사만 죽이면 모든 것이 끝난다! 놈도 생명체다! 지치면 애새끼의 손으로도 죽일 수 있다!!” 바위 턱 우흘라의 고함이 들려왔고, 그것은 당연히 드낙의 관심을 받았다. “놈이 온다!! 우흘라! 빠오풀!!” “주술을 준비해라! 짜라! 놈의 손과 발을 묶으면 내가 바로 넘어뜨린다! 그러면 단번에 달려들어서 패 죽이면 돼!!” 흙 송곳 짜라가 금속으로 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지팡이에서 녹색과 갈색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술을 부리기에는 충분한 거리였다. “올 테면 와봐라!” 대장정의 분위기를 풍기자 고블린 전사들이 너도나도 드낙에게서 멀어졌다. 아예 판을 깔아주었다. 순식간에 우흘라의 앞에 도착한 드낙은 단번에 뛰어 들어갔다. 우흘라는 드낙을 정면으로 맞이했다. 그는 자신의 혈통을 믿었다. “구아아아아아악!!” 거칠게 포효하면서 무식하게 큰 도끼를 횡으로 휘둘렀다. 드낙의 눈이 반짝였다. 특정한 상황에서 적을 죽일 필살의 길을 만드는 것이 기사의 비전. ‘게쯔붕엔 페네트라찌온(Gezwungen Penetration, 강제적인 침투)’. 드낙의 상상력과 세파리아스 불파겐의 경험이 녹은 검은 꿈에서 만든 비전이 드낙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 * * 바위 턱 우흘라의 거대한 양손 도끼가 횡으로 휘둘러졌다. 드낙이 만들어낸 피의 길을 봤기 때문인지 힘이 들어가 있었다. 단번에 드낙의 기를 꺾고, 일 합이라도 합을 맞대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실로 어리석은 일이었다. 드낙은 그런 상황을 상상하며 검은 꿈에서 자신만의 비전을 신나게 떠들어대었는데, 무인(**)인 세파리아스 불파겐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매우 완성도 높은 비전이 완성될 수밖에 없었다. 게쯔붕엔 페네트라찌온(Gezwungen Penetration, 강제적인 침투). 그것을 사용할 상황은 딱 한정되어 있었다. 조건 또한 매서웠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비전이었다. 1. 적이 중병기를 사용할 것. 2. 횡 베기 혹은 내려치기 행동을 해야 할 것. 3. 서로 체격이 비슷하거나 자신이 더 좋을 것. 혹은 체중이 더 무거워야 할 것. 체격에서 격차가 있더라도 체중으로 밀어버릴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모든 조건은 모두 통과되었다. 오크의 혈통을 받았지만 고블린인 바위 턱 우흘라였다. 당연히 다른 고블린보다는 컸지만 드낙보다 조금 클 뿐이었다. 체중에서는 비교조차 불가능했다. 드낙의 전신 갑주는 전신으로 체중이 분산되어 있지만 전신 갑주의 실제 무게는 30kg에 달했다. 그것은 배낭으로 메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고루 퍼져있기에 실제로 느껴지는 무게감은 덜하기 때문이었다. “하아아압!” 드낙이 기합을 지르면서 우흘라의 공격에 정면으로 맞이해 주었다. 우흘라는 짜릿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횡으로 베어지는 것 같던 롱소드가 단번에 위로 올라갔다. 횡으로 베는 척을 한 것이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그 검로는 지나칠 정도로 빨랐다. 내려칠 때 힘을 강하게 주고 체중을 실은 드낙의 검이 우흘라의 휘둘러지는 도끼를 정확하게 내려쳤다. 힘이 횡으로 가해지고 있는데 도끼를 내려쳤으니 허무하게 땅에 곤두박질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드낙의 롱소드가 도끼를 짓누른 채 불똥을 튀기면서 양손 도끼를 타고 올라갔다. 드낙 또한 발을 앞으로, 코뿔소처럼 강하게 움직였다. “웃!” 우흘라가 깜짝 놀라서 양손 도끼를 놓쳤다. 그 정도로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잡고 있든 놓고 있든, 결과는 똑같았다. 소드 가드 부분이 있더라도 엘라스티쉬 제스트렁(Elastisch Zerstorung, 탄력적인 파괴)을 사용하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서걱! 우흘라의 손목이 단번에 잘려나갔다.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우흘라가 그만큼 격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우흘라는 한 걸음 더 물러서는 양팔을 모아서 얼굴과 심장과 폐가 있는 상체를 방어했다. 하지만 그것은 무기를 놓친 전사의 마지막 발악에 지나지 않았다. “죽어라!!” 우흘라가 허둥지둥 물러나자 그의 옆에서 창이 훅하고 튀어나와 드낙을 노렸다. 하지만 드낙은 그 창을 막지 않고, 검을 휘둘러서 우흘라의 아랫배를 그대로 헤집었다. “끄업.” 우흘라의 내장이 피와 뒤섞여서는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한 손으로 떨어지는 내장 따위를 받쳤다. 그 손이 벌벌 떨렸다. 카앙! 창은 가장 강력하게 전신 갑주를 때렸지만 그대로 빗겨나갔다. 드낙이 가진 검은 문의 능력, ‘투우(**)의 중갑 운용 노하우’와 ‘센다빌의 백병전술’. 그리고 지금까지 입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숙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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