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 갑주를 정확하게 찌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원형 방패를 내려친 것처럼 주룩 미끄러졌다. 정교한 창술이 아니라면 전신 갑주의 내부에 충격량을 전달할 수 없다. 뭉툭한 철퇴라도 소용없는 것이 전신 갑주였다.
드낙은 몰이 머리 빠오풀의 창을 옆구리에 끼웠다. 그러고는 그가 있는 곳의 정반대로 단번에 몸을 틀었다. 멧돼지에 올라타 있던 빠오풀의 몸이 붕 떠서는 그대로 패대기쳐졌다.
무기를 놓쳤다가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온 우흘라를 보고 창을 놓지 않고 있다가 생긴 참사였다.
“컥!”
빠오풀의 옆구리를 걷어찬 드낙의 눈에 흙 송곳 짜라가 주술을 완성시키는 모습이 들어왔다.
“거인의 토사물(Giant Vomit)!!”
그의 지팡이가 땅을 찍자 땅이 부풀어 오르더니 이내 사람 크기만큼 튀어나와서 빠르게 드낙을 향해 쏘아졌다. 그 양을 생각한다면 단번에 휩쓸려서 매장될 것이다.
특히나 갑옷을 입은 드낙을 노리고 사용한 주술이었다. 매장된다면 갑옷까지 입은 드낙은 빠져나오는 것이 불가능할지도 몰랐다.
겉으로는 허접해 보였지만 땅이 가지는 질량을 드낙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몰이 머리 빠오풀, 그리고 바위 턱 우흘라를 마무리하기보다는 방어 마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다른 기사라면 다른 방법을 강구했겠지만 마력을 운용할 수 있는 드낙은 거침없이 마법을 썼다.
“다섯 마름모 방패(Five Rhombus Shields).”
중대형 몬스터에 대한 공격을 단 한 번 정도는 막을 수 있을 정도로 고안된 강력한 방어 마법이 드낙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
드낙은 짜라가 전력을 다해 사용한 주술이 단번에 막히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흙 송곳 짜라는 다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의 입, 코, 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무리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었다.
거인의 토사물만 해도 주력을 대부분 사용한 것이다. 이제부터는 생명력을 소모해야 했다. 요양하는 데 1년은 걸릴 것이지만 짜라는 거침없이 주력을 뽑아 올렸다.
검게 죽은 피였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지팡이에 주력을 집중시켰다.
“끄으으으으읍!!”
덜덜덜!
짜라의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려왔다. 자신의 한계 이상의 힘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녹색은 나뭇잎이 되었고 그대로 우흘라의 아랫배에 단단히 모여 들어갔다.
“아…….”
우흘라가 편안함을 느꼈다. 떨어지면서 꼬인 내장이 알아서 자리를 잡고, 잘린 피부가 순식간에 들러붙기 시작했다. 또한 발에 걷어차여서 갈비뼈가 한 대 부서진 빠오풀의 옆구리에도 나뭇잎이 몰려들었다.
“커억!”
짜오가 이내 피를 한 번 게워냈다. 그러고는 콜록거리며 소리쳤다.
“이, 개새끼들아! 똑바로 안 싸워?! 정말로 죽고 싶은 거냐!!”
“크크크!”
우흘라가 짜라의 분투에 웃음소리를 냈다. 그가 다시 일어섰다. 거칠게 쏟아지던 거인의 토사물도 그사이에 효력을 다했다. 모습이 드러난 드낙은 고블린 전사 하나의 목을 왼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3마리의 고블린 캡틴의 표정이 굳어졌다. 드낙은 고블린 전사의 목을 졸라 죽이고 그 시체를 땅에 버렸다.
“개새끼가!!”
우흘라는 한 합 만에 내장을 줄줄이 쏟아냈음에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달려들었다. 자존심이 실로 대단했다.
드낙이 순식간에 내달렸는데, 그의 검이 하단으로 내려가 있었다. 거기에 우흘라의 간합에 들어갔음에도 검을 놀리지 않았다.
‘병신 같은 인간 놈!!’
그는 승기를 확신하며 도끼를 휘둘렀다. 횡으로 휘두르지 않고, 이번에는 대각선으로 내려쳤다. 내려치기 또한 드낙의 왼편으로 하며 드낙의 검을 의식했다.
파우스트 리바운드(주먹 반동, Faust Rebound).
드낙의 주먹이 자신의 롱소드를 후려치자 롱소드가 로켓처럼 찔러 들어갔다. 주먹을 후려친 손은 롱소드를 치면서 반동을 받아 올라갔는데, 그것으로 휘둘러진 도끼의 날을 붙잡고 그 힘에 편승하여 따라 움직이면서 적당히 힘을 주어 그 속도를 줄였고, 아예 지나가 버렸다.
“……!”
양손 도끼의 손잡이로 드낙을 공격한다고 한들 무슨 피해를 줄 수 있을까. 전신 갑주에 소리 하나 내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찔러 들어간 드낙의 롱소드는 정확하게 갈비뼈 사이를 지나 심장을 관통했다.
몸에 박힌 롱소드를 비틀자 틈이 쩍 늘어나면서 피가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고통으로 전신에 힘이 들어가서 경직된 우흘라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면서 롱소드를 회수했다. 동시에 몸을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체감 시간이 줄어든 드낙의 옆을 친 몰이 머리 빠오풀의 창이 간발의 차이로 드낙의 투구를 긁으며 지나갔다.
빠오풀은 보이지도 않았지만 드낙의 시선을 느끼고 섬뜩함을 느꼈다. 하지만 다행이라면 멧돼지가 드낙의 무릎을 들이박으려고 했다는 점이었다.
멧돼지의 체중을 의식한 드낙은 멧돼지의 목을 롱소드로 내려치면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꾸이이익!”
멧돼지가 핏물을 쏟아내며 그대로 땅에 주르륵 미끄러졌다. 섬뜩함을 느낀 빠오풀의 눈이 우흘라에게 향했다. 가슴에서 피를 쏟아내던 우흘라의 큰 몸이 그대로 뒤로 고꾸라져서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전신이 움찔, 움찔거릴 뿐이었다.
‘도망쳐야 한다!’
빠오풀은 몸을 돌렸지만 그대로 우뚝 멈추었다. 등을 돌리자마자 드낙이 투척한 투척 단검이 목과 두개골 사이의 옴폭 들어간 곳에 정확하게 틀어박혔기 때문이다. 즉사였다.
‘고블린 주술사.’
느리게 쓰러지는 광경을 보며 드낙의 눈이 왼쪽으로 움직였다. 고블린 전사 네 마리가 팔다리를 잡고 기절한 흙 송곳 짜라를 허둥지둥 운반하고 있었다.
10초 남짓 한 시간 동안 대량의 흙을 쏘아 보내는 주술과 중상을 입은 고블린을 단번에 치료한 여파로 모든 주력을 탕진한 짜라는 피부가 바싹 말라 있었고, 운반되면서 흔들거리는 머리카락은 숭덩숭덩 뽑혀서 흘러내렸다.